풀꽃나무 이야기 168

쉬나무(Evodia daniellii) 열매, 쉬나무 이야기

쉬나무는 북한에서는 '수유나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이 줄어서 된 말이다. 영남 일부 지역에서는 '소등(燒燈)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열매 기름으로 불을 켜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조선시대 양반집에는 쉬나무와 회화나무를 길렀다고 한다. 열매에서 짠 기름으로 불을 밝히고 공부하려는 실용적 목적이었고, 회화나무가 '학자나무'라는 별칭이 있듯이 쉬나무를 기르는 것이 불을 밝히고 공부하는 학자의 기품을 드러내는 상징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화도 길직리에서 만난 쉬나무는 븕은 열매가 갈라져 까만 열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쉬나무는 운향과의 낙엽교목으로 주로 인가 부근에 자란다. 아름드리 고목이 되어도 회갈색 나무껍질이 갈라지지 않고 매끈하며, 어린 가지는 적갈색이고 동그란 숨구멍이 발달한다. 쉬나무는 암수 딴 나무..

'그대에게 행운을!', 토란꽃 보셨나요

토란은 원산지인 열대지방에서는 꽃을 피운다는데, 이 땅에 농작물로 들어와서 꽃을 피우는 일은 좀처럼 없다. 밭에서는 알뿌리가 땅속으로 벋으며 개체 번식을 한다. 그렇다고 토란이 꽃을 전혀 피우지 않는 것은 아닌 모양... 가끔씩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하는데, 4년 전 가을 서울과 고향의 토란 밭에서 꽃이 핀 것을 사진으로 담은 일이 있다. 꽃을 보리라 하고 토란 밭을 샅샅이 뒤져보던 내 눈에 운 좋게도 꽃이 두 번씩이나 보였던 것이다. 올 추석에도 고향에서 토란꽃을 만났다. 토란은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팔순의 어머니가 가꾸던 토란 밭에서 튼실한 고운대(토란 잎 줄기) 사이에 자라난 꽃대 노란 불염포에 싸인 모습으로 예쁜 노란 꽃이 피었다. 토란꽃은 백 년에 한번 핀다는 속설이 있지만, 꽃을 보기 쉽..

애물덩어리 잡초에서 피는 푸른 꽃, 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흔히 달개비꽃이라고 불렀던 닭의장풀은 민가 부근이나 울타리 밑 등, 양지바르면서도 다소 습한 땅에서 잘 자라는 생명력 강한 잡초이다. 이 특이한 이름은 닭장 부근의 땅에서 흔히 자라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었다고 하기도 하고, 꽃잎 모양이 닭벼슬을 닮아서 붙었다고도 한다. 아침 햇살이 비치면 피어나고 해가 지면 꽃잎을 닫는데, 그래서 dayflower라 불린다. 해를 따라 짧게 피는 꽃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다. 꽃에서 자외선을 반사하지 않고 꿀도 없어 닭의장풀 꽃에는 곤충이 잘 찾지 않는다. 마디가 있는 줄기를 잘라 물에 꽂으면 금새 뿌리를 내리는 생명력을 보인다. 논밭에서 자라는 이 풀을 땀흘려 뽑아서 고랑에 두면 보란듯이 금세 살아나니 농민들에겐 애물덩어리 잡초이다. 하..

사막에서 온 나무, 위성류(渭城柳) 꽃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나타나는 나무, 그것이 바로 타마리스크라는 나무다. 중국 사람들은 '홍류(紅柳)'라 부르는데 우리는 그것을 '위성류(渭城柳)'라 부른다. 그 위성류가 꽃을 피웠다. 위성류는 중국을 다녀온 선조들에 의해 이 땅에도 도입되어 어쩌다 귀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귀한 나무라 양반가의 정원수나 연못가의 풍치목으로 심어졌다. 수형이 수양버들과 비슷하나 독특한 잎과 꽃은 더욱 운치가 있으며 물과 조화를 이루며 잎이 가늘어 향나무와 같은 느낌을 준다. ▼ 초가을에 핀 위성류 꽃. 새 가지에 달리며 열매가 달린다. 타클라마칸이나 고비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홍류(紅柳)라는 나무를 종종 만나게 된다. 버들이 아니지만 붉은 빛이 도는 꽃을 단 많은 가지들이 늘어져 있는 나무 형태가 버들과 유사하..

할머니와 손자의 사랑이 담긴 전설의 꽃, 문주란(文珠蘭)

문주란은 제주도 일부지역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식물입니다. 이름으로 보면 난초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백합목 수선화과의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제주도 동쪽 구좌읍 세화 부근 하도리 해변에 '토끼섬'이 있습니다. 썰물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이 작은 섬이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입니다. 주민들은 토끼섬이라 부르지만 공식적으로는 난도(蘭島)라 부르는데, 바로 문주란 자생지이기 때문입니다. 토끼섬이라는 이름은 문주란이 꽃을 피우는 여름이면 온 섬이 흰 꽃으로 덮여 흰 토끼처럼 보인다 하여 생겨난 것이라고 합나다. 그러나 한때 몰지각한 사람들이 이 토끼섬의 문주란을 함부로 채취해 가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 당하는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문주란의 자생지는 제..

어여뻐라, 콩꽃~ , 콩 이야기

어여뻐라 고향의 밭에서 만난 콩꽃 늙으신 어머니의 노동으로 피어난 흰 꽃, 붉은보라 꽃. ● 콩 Glycine max | soybean ↘ 콩목 콩과 콩속의 한해살이 재배작물 줄기는 높이가 60∼100cm이고 곧게 서며 덩굴성인 품종도 있다. 뿌리에는 많은 근류(뿌리혹)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3장의 작은잎이 나온 잎이며, 작은잎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7∼8월에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 또는 흰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짧은 꽃대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꽃받침은 종 모양이고 끝이 5개로 갈라진다. 화관은 나비 모양이고, 수술은 10개이다. 열매는 협과로 줄 모양의 편평한 타원형이며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완전히 익으면 꼬투리가 터져서 종자가 흩어진다..

제주도의 장롱나무, 멀구슬나무 이야기

멀구슬나무는 남해안과 제주도에 흔하게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중부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난대 수종이다.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데, 멀구슬나무과는 참죽나무와 함께 우리 나라에 2속 2종만 존재한다. '멀구슬'이란 이름은 열매로 염주로 만들어 목에 걸어 '목구슬나무'로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멀'이 '똥'을 뜻하는 옛말인데 '똥' 구슬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제주도의 오동이라고 할까. 워낙 잘 자라고 나무 무늬가 아름다워, 제주도에서는 집집마다 이 나무를 심어 두었다가 딸이 시집 갈 때 베어 장롱을 만들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한다. 완도수목원 5월쯤 연한 자주색의 꽃봉오리가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고 5갈래(간혹 6갈래)의 꽃잎을 연다. 활짝 핀 꽃잎의 안쪽은 흰색에 가까우며, 자..

북채 닮은 둥둥방망이, 절굿대(Echinops setifer)

절굿대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절굿대처럼 둥근 열매의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꽃봉오리와 잎의 모양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둥둥방망이', '개수리취', '분취아재비' 등의 재미있는 딴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속명 Echinops는 희랍어에서 'echinos(고슴도치)'와 'pos(발)'의 합성어로 둥근 두상꽃차례의 모양이 가시가 돋은 고슴도치의 발처럼 생겼다고 하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햇볕이 잘 쬐는 풀밭에서 1m 정도로 자라는데, 가지가 약간 갈라지며 줄기는 흰 털로 덮여 있다. 엉겅퀴나 뻐꾹채를 닮은 잎은 어긋나는데 깊게 깃털처럼 갈라졌고 가장자리에는 잔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지름 5cm 정도로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푸른 보라색으로 달리는데, 아직 푸른 꽃..

바다를 향한 보랏빛 그리움, 순비기나무 꽃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는 모래언덕에는 어김없이 무성한 덩굴을 벋은 순비기나무들이 덮고 있다. 순비기나무는 바다를 그리워하며 바다를 닮은 푸른 보랏빛 꽃을 피운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그리움'이다. 많은 사람들은 순비기나무 꽃을 그냥 '숨비기꽃'으로 부른다. '순비기'라는 이름은 해녀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숨비기'라는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해녀들이 물 속에 들 때 순비기나무의 이파리나 꽃잎을 따서 귀를 막았다고 한다. 그러면 아무리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를 하여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한다. 물질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도 머리맡에 숨비기 꽃 열매를 두어 머리를 맑게 다스렸다고 하며, 가을이면 검붉게 익은 열매를 따 시집가는 딸의 베개 속에 넣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 ..

봉황을 기다리는 '사모와 그리움', 벽오동꽃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봉황은 벽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만을 먹고 산다는 상상의 새이다. 노래처럼 벽오동은 덕망 있는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출현한다는, 태평한 세상을 몰고 오는 봉황을 기다리는 상서로운 나무이다. 그래서인지 벽오동의 꽃말은 '사모, 그리움'이다. 해남 흑석산 휴양림에 벽오동꽃이 피었다. 어지러운 세상 끝나고 태평한 새 세상이 오려나... ↓ 흑석산 휴양림 줄기의 수피가 푸른색(벽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벽오동(碧梧桐)'이라 하며, 북한에서는 '청오동(靑梧桐)'이라 부른다고 한다. 벽오동은 오동처럼 잎이 크고 줄기는 늙어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 한자로는 '청오(靑梧)' 혹은 '청동목(靑桐木)'이다. 학명은 Firmiana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