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167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a)의 천국, 굴업도 굴업도만큼 이팝나무가 흔한 섬이 있을까. 6월 초에 찾은 굴업도는 쌀밥처럼 풍성하고 눈부신 하얀 이팝나무 꽃들의 세상이다.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가늘고 긴 꽃잎이 바람에 파르르 나풀거리며 출렁이는 꽃덤불은 환상 그 자체다. 느다시뿌리로 오르는 개머리구릉에도, 큰말 뒤의 능선에도, 동뿌리의 덕물산 중턱에도 하얀 쌀밥 이팝꽃은 풍성히 피고 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보다 널리 알려진 설로 꽃송이가 하얀 쌀밥(이밥)처럼 풍성하게 피어서 이팝나무라 부른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절기상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워 '입하목'이라 부르던 것이 이팝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이팝나무의 종명 'Chionanthus'는 'Snow flowering(눈꽃)'을.. 2010. 7. 15. 고급 나물로 먹는 눈개승마(Aruncus dioicus var. kamtschaticus) 표고 500m 이상의 고산지대 , 반그늘인 동북면 산비탈 비옥하고 보습성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눈개승마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암수딴그루로 자란다. 종명 dioicus는 암수딴그루임을 나타낸다. 줄기 높이 30~100cm이며 곧추 선다. 잎은 2~3회 깃꼴겹잎이며 잔잎은 달걀형이고 끝이 뾰족하거나 꼬리처럼 길게 뾰족해지며 가장자리에 결각과 톱니가 있고 때로는 깃꼴로 갈라지며 흔히 윤채가 있고 긴 잎자루가 있다. 6~8월에 암수 다른 그루에서 황록색 꽃이 원추꽃차례로 핀다. 꽃받침은 끝이 5개로 갈라지고 꽃잎은 5개이며 길이 1mm이다. 수꽃은 20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에는 3~4개의 암술이 있고 곧게 선 3개의 씨방이 있다. 울릉도에서는 '삼나물'이라고 하고 연변에서는 '쉬나물'이라고 하여 어.. 2010. 6. 21. 감자 닮은 헛뿌리줄기를 단 감자난초(Oreorchis patens) 깊은 산 숲그늘에서 자라는 감자난초는 '감자난', 또는 '댓잎새우난초'라 불리기도 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감자난초라는 이름은 뿌리와 줄기 사이에 달리는 헛비늘줄기(僞鱗莖)가 감자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다. 유럽인들의 상상력은 좀 별나서 감자난초의 헛비늘줄기에서 동물의 고환을 연상한 모양이다. 속명 Oreorchis는 '산'을 뜻하는 그리스어 'oreos'와 '고환'을 뜻하는 그리스어 'orchis(고환)' 합성어라고 한다. 헛비늘줄기는 알모양이며 길이 1.5~2cm 정도이다. 5~6월에 높이 30~50cm 정도의 꽃대(花莖) 끝에 노란갈색의 꽃이 핀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길이 1cm 정도의 긴 타원형 바소꼴로 황갈색이고, 입술판은 흰 바탕에 무늬점이 있으며 밑에서 3개로 갈라지는데 가운뎃조각이 .. 2010. 6. 20. 늦은봄 왕관처럼 기품 있는 흰꽃을 피우는 물참대(Deutzia glabrata) 늦은 봄 숲은 우거지고 화려하게 다투어 피던 봄꽃들이 거의 사라질 무렵, 아무도 보지 않는 깊은산 골짜기 바위나 돌들이 널려 있는 어두컴컴한 땅에서 물참대꽃은 조용히 눈부시게 하얀 꽃들을 소담스럽게 피워올린다. 매화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꽃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피니 그 존재가 일반인들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풀어오르던 꽃봉오리가 터지면 엄지손톱만한 하얀 꽃이 펼쳐진다. 다섯 장의 꽃잎 속에는 왕관이 들어 있는 듯 눈부신 풍경이 펼쳐진다. 끝에 보석 같은 꽃밥을 단 납작한 세모꼴의 수술대 10개가 두세 개로 된 암술을 둘러싸고 활짝 펼쳐진 모습은 여왕이 쓴 화려한 왕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종모양의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그 속엔 무수히 많은 작은 씨앗들이 들어 있다. 댕강목.. 2010. 6. 20. 국수나무(Stephanandra incisa) 이야기 국수나무는 골짜기 주변이나 그늘진 숲속, 또는 볕 드는 숲 가장자리 등에서 덤불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미과의 관목이다. 가지를 잘라 잘 벗기면 국수 같은 하얀 줄기가 나온다고 국수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거렁뱅이나무, 뱁새더울 등의 재미있는 딴 이름으로도 .. 2010. 6. 20. 양반가 정원에 온 사막의 버들, 위성류 꽃이 피다 타클라마칸이나 고비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홍류(紅柳)라는나무를 종종 만나게 된다. 버들이 아니지만 붉은 꽃을 단 많은 가지들이 늘어져 있는 나무 형태가 버들과 유사하여 '버들 류(柳)'자를 써 홍류라고 부른 듯하다. 특히 둔황가는 길에 홍류가 많아 역마을 이름을 유원(柳園)이라 했.. 2010. 6. 16. 흰참꽃받이(Bothriospermum secundum for. albiflorum) 이야기 2008년, 이 꽃을 처음 만났을 때 거센털개지치라고 생각했다. 비교적 곧게 서는 줄기와 긴 잎 모양이 개지치와 닮았고 잎과 줄기에 억센 털이 나 있으니 '거센털개지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두산백과사전에는 "개지치와 비슷하지만 거센 털이 나는 것이 다르다."라고 해서 거의 .. 2010. 6. 15. 고산에 피어나는 '위엄과 존엄', 만병초 꽃 만병초는 진달래과의 북방계 상록관목으로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꽃의 향기가 좋아 중국에서는 '칠리향(七里香)' 또는 '향수(香樹)'라 부르기도 한다. '천상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높은 산에서 피우는 커다란 꽃에서 연상한 것인지 꽃말은 '위엄' 또는 '존엄'이다. 이하 사진은 만병초 원예 품종인 Rhododendron Loderi "King George"(홍릉수목원) 많은 병을 두루 고친다고 해서 만병초(萬病草)라는 이름이 붙었다. 풀이 아니고 나무임에도 '풀(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잎부분을 약으로 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방에서 잎을 만병엽(萬病葉)이라 하여 혈압, 당뇨, 신경통, 관절염, 신장병, 간경화 등에 두루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며 만병초 .. 2010. 6. 12. 고향 집 마당에서 만난 애기봄맞이(Androsace filiformis) 이야기 산과 들을 몇 년을 쏘다녀도 좀처럼 만나지 못해 애를 태우는 풀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애기봄맞이입니다. 애기봄맞이라는 존재를 안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 날 집 앞 논두렁을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이는 하얀 꽃들에 매혹된 뒤 몇 년 전부터 '봄맞이꽃'이란 별칭까지 써오고 있는 판에, 아우 '애기봄맞이'라는 존재가 어찌나 궁금해지고 그리워지던지... 이산가족이라도 된 듯 '애기봄맞이'라는 아우를 그리워하며 한번 만나기를 소원하며 들판을 헤맨 게 어언 5년.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고 하더니, 지난 해 봄 고향집을 찾았는데 글쎄 집마당에 깨알처럼 하얀 꽃들이 꼬마 우산대 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겁니다. 그게 바로 애기봄맞이꽃임을 알아보고는 얼마나 반갑고도 허탈했던지! 어쨌거나 이.. 2010. 5. 25. 암꽃 · 수꽃 따로 피는 시금치 Spinacia oleracea 시금치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로 우리와는 친숙한 봄 남새이다. 아시아 서남부 원산으로,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이 편찬한〈훈몽자회>에 처음 '파릉(菠薐)'이라는 이름으로 시금치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땅에는 조선 초기부터 재배된 것으로 여겨진다. 시금치는 암수딴그루로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개체에서 핀다. 수꽃은 잎이 없는 이삭꽃차례나 원추꽃차례로 달리고 수술 끝에 연노랑색의 꽃밥이 달린다.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3∼5개씩 모여 달리고 암술대는 4개이다. 대표적인 장일식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성장이 빨라진다. 학명은 Spinacia oleracea, 영어 이름은 spinach이다. 파능(菠薐), 파채(菠菜), 적근채(赤根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 원뿔꽃차.. 2010. 5. 25. 옥녀꽃대 Chloranthus fortunei 고향의 산에서 옥녀꽃대를 만난다. 홀아비꽃대(C. japonicus)가 전국적으로 분포하는데 비해 옥녀꽃대는 남부 지방에 자란다. 자생지는 전남 고흥 곡성 영광 완도 장흥 진도 경남 거제 진해 창원 하동, 부산 기장 등 남해안과 가까운 지역인데 내륙 지역인 합천에서 만나니 뜻밖이다. 합천 가회 ● 옥녀꽃대 Chloranthus fortunei | Maiden chloranthus ↘ 후추목 홀아비꽃대과 홀아비꽃대속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곧추서며,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줄기 끝에 4장이 모여 나며 넓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백색으로 향기가 있고, 수술은 3개이며 가늘다. 양쪽 수술대에는 1실로 된 꽃밥이 있고, 가운데 수술대에 2실로 된 꽃밥.. 2010. 5. 24. 남도 봄들녘의 보랏빛 꽃 융단, 금창초(Ajuga decombens) 따스한 봄기운이 쏟아져 내리는 남녘의 푸르른 들판 언덕에는 보랏빛 꽃들이 융단을 이룬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인데 꽃 모양을 보면 조개나물과 닮았지만 높이로 자라는 조개나물과는 달리 지면을 따라 넓게 퍼져서 자라는 점이 조개나물과는 대조적이다. 금창초라고 불리는 이 꽃은 남부지방의 들언덕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을 덮듯 사방으로 퍼지는 줄기에서 다닥다닥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보랏빛 융단을 보는 듯하다.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 키를 낮춘 꽃은 오직 파란 하늘과 빛나는 태양을 향하여 필 뿐이다. 금창초의 꽃말은 '참사랑. 희생'이라고 한다. 어느 카페에서 참 괜찮은 시 한편을 만난다.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은 나를 만날 수 없어요. 나를 밟고 갈 수는 있겠지만요. 고개를.. 2010. 5. 24.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다소곳이 달리는 윤판나물 노란 꽃 윤판나물은 대개 꽃이 노랑색으로 피지만 흰색, 황금색도 있고 녹색 빛이 도는 노랑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핀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어린 싹을 먹을 수 있어서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나물로 먹기보다는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기 위한 관상용으로 더 환영받으며 정원에 많이 심는다. 윤판나물의 학명은 디스포룸 세실(Disporum sessile)이다. 우리의 애기나리속에 해당되는 말인 속명 디스포룸(Disporum)은 그리스어 dis(2)와 sport(종자)의 합성어로 씨방의 각 실이 2개의 종자를 가지고 있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종소명 세실(sessile)은 '붙어 있는, 꼭지나 잎자루 없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어 잎자루가 없이 잎이 달리는 윤판나물의 특성으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우리.. 2010. 5. 19. 소녀의 '수줍음'처럼 청초한 흰 꽃 , 백작약 / 작약속 8종 원예용이나 재배용으로 기르는 작약은 키가 보통 50~80cm 정도로 크지만 백작약은 40~50cm 정도로 그보다 훨씬 작아서 아담하다. 꽃은 순백으로 하얗게 피는데 꽃잎은 작약의 절반 크기로 작아서 순결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꽃잎의 수도 일반 작약이 10개 정도인데 백작약은 대개 5개(많은 것은 7개 가량)이니 소박함이 절로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크고 풍성하고 화려한 작약에 비해 백작약은 작고 아담하고 소박하고 청초한 느낌이 드는 꽃이다. 무엇보다 백작약은 꽃잎을 활짝 열지 않고 꽃잎 끝을 살짝 오무리고 있어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연상신다. 작약의 꽃말이 '수줍음'이라고 하는데,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우는 재배용 작약보다는 작고 하얀 꽃을 피우는 산작약에 딱 잘 어울리는 꽃말이라는 생각이.. 2010. 5. 19.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붉은 꽃구름, 자운영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자운영꽃을 만납니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잡은 논가에 숯불처럼 피어 있는 자운영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 붉은빛이 선연한 보랏빛 꽃잎이 동심원을 이루며 파란 봄하늘을 향해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자운영(紫雲英), 꿈결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꽃 이름이 또 있을까요? 이름 그대로 '붉은 보랏빛 꽃구름'이 들판 가득 덮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꽃입니다. 자운영 흐드러지게 핀 논에서 소년은 소녀의 손가락에 자운영 꽃반지를 매어주고 자운영 꽃목걸이를 걸어줍니다.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도 어느새 자운영 꽃빛으로 물이 듭니다. 누이는 동생에게 자운영 꽃시계를 손목에 매어 주었지요. 또래들은 모여서 너럭바위 .. 2010. 5. 17.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