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경주 남산을 답사하다 경북산림환경연구소에서 히말라야시다를 만난다. 그리고 겨울이 가까워진 늦가을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 경북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
개잎갈나무 수꽃
히말라야시다는 눈덮인 히말라야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과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키는 수형만으로도 사람들의 미감을 자극하는 나무이다. 실제로 땅에 닿을 듯 가지가 처져 삼각형을 이룬 수형이 장관을 이룰 뿐만 아니라 짧은 가지에 촘촘히 자란 잎의 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다워 세계적인 조경수로 꼽힌다.
흔히 '히말라야시다'로 불리지만, 정식으로 등록된 국명은 개잎갈나무이다. 잎갈나무의 '잎갈'이 '잎을 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히말라야시다는 잎갈나무를 닮았지만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라고 하여 개잎갈나무가 되었다. 하지만 나무의 본래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이미 친숙한 히말라야시다라는 이름을 굳이 버리고 형식적인 작명에다 생소한 이 이름을 굳이 써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눈덮인 히말라야를 상징하는 소나무라 해서 중국과 북한에서는 '설송(雪松)'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자라는 곳은 산맥의 밑자락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를 '히말라야삼나무'나 '히말라야전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하며, 성경에서는 '백향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백향목(栢香木)은 측백나무와 향나무를 합한 이름으로 속명 'Cedrus’를 옮긴 말로 보인다. 히말라야시다(Hymalaya cedar)는 영명이다.
히말라야시다의 학명은 Cedrus deodara. 종명 'deodara'는 현대 인도어 'deodar'에서 왔는데, '신목(神木)'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devdar'가 어원이라고 한다. 영명도 이에 따라 'Deodar'이다. 속명 'Cedrus'는 '향나무'를 뜻하는 그리스어 '케드론(kedron)'에서 나온 말이다.
히말라야시다는 히말리아 북서부와 아프가니스탄 등이 원산으로 1930년경 수입되었다. 월동이 가능한 대전 이남에서 조경수로 심고 있는데,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이 이 나무를 좋아하여 당시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이 나무를 심는 붐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개잎갈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개잎갈나무속의 유일한 나무로 잎갈나무가 낙엽성인데 비해 낙엽성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독특한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잎갈나무나 재배하는 일본잎갈나무는 잎갈나무속으로 개잎갈나무와는 속이 다르다.
● 개잎갈나무 Cedrus deodara | Hymalaya cedar ↘ 소나무목 소나무과 개잎갈나무속 상록 침엽 교목
높이 30m 지름 1m 정도로 자라지만, 원산지에서는 높이 50m 지름 3m에 달한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벗겨진다. 잎은 짧은 가지에서는 30개가 뭉쳐나고 새 가지에서는 1개씩 달리며 길이 3∼4cm의 바늘모양이다. 침엽수이면서도 잎은 전혀 억세지 않고 촉감이 부드럽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늦가을(10∼11월)에 짧은 가지 끝에 위를 향해 달린다. 암꽃은 달걀형으로 연한 보랏빛이며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수꽃은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의 원주형으로 위를 향해 꼿꼿하게 핀다. 솔방울은 다음 해 10∼11월에 초록빛을 띠는 회갈색으로 익는다. 솔방울은 하늘을 향해 달리며 타원형이고 실편이 벌어진다.
생장 속도가 빠르며, 꺾꽂이로 번식이 가능하다. 봄과 가을 두 차례 할 수 있으며 봄은 다른 침엽수보다 다소 빠른 3월에 하며 꺾꽂이 감은 지난 해에 자란 곁가지를 길이 15㎝로 잘라 밑쪽 1/3까지 작은 가지와 잎을 따고 물에 두 세시간 담가 물을 올린 후 잎을 딴 부분이 땅에 묻힐 깊이로 꽂는다.
※ 잎갈나무속(Larix) 자생종과 재배종
잎갈나무 Larix olgensis var. koreana (Nakai) Nakai
청잎갈나무 Larix olgensis f. viridis (Wilson) Nakai
만주잎갈나무 Larix olgensis var. amurensis (Kolesn. ex Dylis) Kitag.
<재배종>
일본잎갈나무 Larix kaempferi (Lamb.) Carr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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