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93

고향에서 만난 자주감자꽃, 흰쥐꼬리망초, 실새삼, 미국실새삼, 혀버섯, 은이끼(?)

추석 전날 고향집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쯤. 바로 우물가에서 숫돌에 낫을 갈아 들고, 그리고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아버지 산소 벌초를 간다. 7월 하순에 조카가 한번 벌초를 하였건만 두 달이 지나니 또 풀들이 숲을 이루었다. 집 앞 개울가 우리 논에서는 작은어머니와 사촌동생이 쪼..

풀꽃나무 일기 2017.10.12

설날, 고향 마을과 노모의 배웅

설날. 올해 차례가 또 늘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이번 설날을 보름 앞두고 작은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한 가문의 윗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살며 어쩌면 가문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우리가 이 세상의 맨 윗 세대가 되었다. 이제 여생이 그리 많지 않은 홀로 된 어머니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가 빈 집을 지키며 삶의 터전을 지켜가리라. 입춘을 하루 앞둔 설날, 거의 매일처럼 영하 십 몇 도로 떨어지며 사납던 한파도 물러서고 봄날보다 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저 따스한 햇살이 남편이 사라지고 자식이 떠나가 버린 외로운 집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 주었으면... 사촌들에게도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큰집 우리집 작은집을 오가며 차례를 지낸 다음, 오늘..

사는 이야기 2011.02.18

고향 풍경/ 우물가엔 명주달팽이 기고, 논두렁길 따라 농부는 꼴지게 지고

고향의 아침을 명주달팽이와 함께 맞이한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세수하러 우물가에 갔더니, 명주달팽이 한 마리 졸졸 흐르는 물길을 거슬러 느리고 느린 걸음을 옮기고 있다. 10여 분이 지났나 싶게 그 느린 걸음을 지켜 보고 있노라니 '찌뿌둥'했던 몸도 정신도 어느새 맑아지고 ..

풀꽃나무 일기 201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