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의 동물 6

명주달팽이 Acusta despecta

장마로 잦은 비가 내리자 아파트 단지 메말랐던 작은 공원 풀밭도 싱그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해졌다. 여기저기 보이지 않던 독특한 버섯들이 돋아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명주달팽이 한 마리가 까만 촉수를 내밀고 풀섶을 헤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2023. 07. 16. 서울 셔터 소리에 움찔 놀란듯 촉수를 황급히 등껍질 속으로 거둬 들이는데 조용히 지켜 보고 있자 다시 슬그머니 더듬이를 내밀고 제 갈 길을 느릿느릿 이어간다. ● 명주달팽이 Acusta despecta ↘ 복족강 달팽이과 명주달팽이속 유폐류의 달팽이에 속하는 복족류의 일종이다. 육지에 살고, 가장 흔한 달팽이중의 하나며, 눈과 눈줄기는 검다. 껍데기는 황토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있는 것이 흔하며 자세히 보면 안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볼 수..

갯바위에 핀 아네모네, 풀색꽃해변말미잘

채석강, 썰물이 빠져나간 바위 틈 사이 얕은 물 속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꽃술처럼 하늘하늘 물결을 타는 꽃, 촉수는 꽃잎처럼 하늘거리고 입은 암술머리처럼 보인다. 바위에 고착하여 사는 강장동물인 이 생명의 이름은 풀색꽃해변말미잘이다. 영어 이름은 '풀빛바위아네모네(Green rock anemone)', 서양 바람꽃 아네모네 못지 않게 아름답다. 풀색꽃말미잘은 녹조류(플랑크톤)와 공생하므로 몸통 외부는 짙은 녹색이나 연두색을 띤다. 그리고 다양한 조개껍질 조각이나 알갱이들을 붙이고 있어서 수축할 때에 이들에 가려져 몸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풀색꽃해변말미잘 Anthopleuroa midori | Green rock anemone ↘ 자포동물문 산호충강 해변말미잘목 해변말미잘과 전체적으로 녹색계통의..

외계인 눈처럼 신기한 담황줄말미잘 Haliplanella lucia

보름을 지난 주말, 썰물로 굴업도 토끼섬에 갯길이 열렸다. 그 갯길의 바위 웅덩이에서 신기한 모양을 한 아주 작은 생물체를 만난다. 어두운 녹색의 둥근 젤리 덩어리에는 방사형의 황색 줄무늬가 선명한데, 마치 외계인의 눈을 보는 듯 특이하다.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는데, 이게 말미잘이란다. 말미잘 중에서도 아주 작은 말미잘인 담황줄말미잘. 해변말미잘목 줄말미잘과에 속하는데 학명은 Haliplanella lucia이다. 무수한 촉수를 내밀어 해안을 꽃처럼 장식하는 말미잘은 해파리나 산호와 같은 강장동물인데, 속이 텅 빈 젤리 같은 동물이다. 말미잘은 분홍색에서부터 에머랄드의 녹색이나 흑옥의 검은색까지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을 띤다. 그러니까 지금 발견한 이 담황줄말미잘은 썰물로 바닷물이 사라지자 촉수를 거둬들..

갯강구(Ligia exotica | sea slater), 바닷가의 쥐며느리

바람을 쐬러 갯가 바위나 방파제에 나갔다 흔하게 만나는 벌레, 쥐며느리처럼 생긴 모습에 많은 다리를 단 녀석들이 바퀴벌레처럼 민첩하게 바위틈과 바위 위를 기어다니며 사람을 질겁하게 한다. 벌레의 이름을 몰라 '바닷가', '쥐며느리'라는 검색어로 찾아보니 '갯강구(sea slater)', 갯쥐며느리(beach hopper)'라는 이름이 뜨는데, 이 녀석이 바로 '갯강구'다. '강구'는 '바퀴벌레'를 뜻하는 방언이니, 바퀴벌레처럼 민첩하게 돌아다니는 이 녀석을 '갯강구'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각된다. 하지만 '강구'(바퀴벌레)는 파리나 모기와 같은 곤충류에 속하지만 '갯강구'는 게나 새우와 같은 갑각류에 속하니 계통이 아주 다른 동물이다. ▼ 굴업도의 갯강구 갯강구는 바닷가 바위나 물기가 축축한 곳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