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52

베트남(20) 비 내리는 바나산 리조트

7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다. 날씨가 많이 흐리더니 이내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11시 출발한다는데 아무런 일정이 없다. 필그리미지 빌리지가 넓은 정운을 가진 리조트형 호텔이라 하더라도 이틀이나 머물며 어제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 도합 6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더 이상 시간을 보낼 곳도 없는데 또 오전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숙소에 꼼짝없이 갇혀 버렸다. 별수없이 텔레비전만 보며 시간을 죽인다. 10시 40분쯤 배낭을 챙겨 프론트로 나가니 호텔 매니저가 알아보고 반가워 한다. 자신의 이름이 하야시이며 한국 이름도 있다며 '임미화'라고 알려준다. 정각 11시, 호텔 출발. 버스는 걸어가듯 달린다. 명색이 고속도로인데 시속 40km, 이게 베트남이 속도다. 우리..

베트남(19) 흐엉강 야경, 미안온천, 후에 여행자거리

카이딘 황제릉을 구경하고 숙소(필그리미지 빌리지)로 돌아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 6시 무렵 식사를 하러 간다. 후에에서 유일한 흐엉강(香江, Sông Hương) 수상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단다. 므엉타인호텔(Khách Sạn Mường Thanh) 부근 주차장에서 버스는 섰다. 강변을 따라 걷는다. 강변 둔치를 따라 후에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작은 포장마차들이 옹기종기 불을 밝히고 먹거리를 판다. 오징어 등 친숙한 해산물 먹거리도 보인다. 멀지 않은 강변에 연꽃 모양의 건물의 조명이 붉은색이었다 푸른색으로, 그리고 녹색으로 색깔을 바꾸면서 빛나고 있다. 바로 흐엉강 수상 레스토랑(Sông Hương Floating Restaurant)! '향기가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베트남(18) 후에, 카이딘 황제릉(응릉)

카이딘 황제릉(启定陵), 응릉(應陵)은 후에 시내에서 흐엉강을 따라 남쪽으로 10km 떨어진 차우구 언덕에 있다. 응릉은 비탈진 산 언덕에 남서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호수를 끼고 있는 민망 황제나 뜨득 황제의 능처럼 음습한 느낌이 없다. 자리만 본다면 우리 나라의 무덤 같은 느낌이 든다. 능역의 규모는 117m×48.5m로 선대 황제들의 능역에 비해 작은 편이다. 선대 황제들의 능은 산과 호수를 능원으로 거느리고 있어 독립된 대공원이 모습을 띠지만, 카이딘 황제의 능역은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건축물로만 채워지면서 규모는 작아졌다. ※ 카이딘 황제능 안내도 카이딘 황제(啓定帝 1885-1925)는 응우옌 왕조 12대 황제, 본명은 응우옌푹투안(阮福昶 Nguyễn Phúc Tuấn)이다. 재위 기간은 191..

베트남(17) 후에, 모든 종교를 융합한 까오다이교 사원

점심식사 후, 카이딘 황제릉을 가기 전에 까오다이교(高臺敎) 사원을 들렀다. 사원은 안프억 식당에서 거리 멀지 않은 신시가지 훙브엉(Hùng Vương) 거리에 있다. 가는 길 깃봉이 늘어선 로터리에서 만난 건물.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어 무슨 관공서일까 했는데 '문화통신센터(Trung tâm Văn hoá Thông tin)'라고 적혀 있다. 까오다이교( Đạo Cao Đài 道高台)는 베트남의 신흥 종교로 세계의 5대 주요 종교(유교, 불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교)를 모두 받아들여서 생겨난 독특한 종교다. 까오다이(高臺)는 '높은 곳'으로 '지고의 존재'를 의미하는 말이다. 까오다이교의 성격은 1927년 한 강령술 모임에서 까오다이가 이태백의 입을 통해 선포했다는 다음의 메시지에서 잘 나타난다..

베트남(16) 후에, 그윽하고 아름다운 능원 뜨득황제릉(겸릉)

후에 황성을 돌아보고 난 다음 뜨득 황제(嗣德帝)의 능묘인 겸릉(謙陵 Khiêm Lăng)으로 향한다. 응우옌 왕조의 황제릉은 거의 대부분 후에시 남서쪽 흐엉강의 상류 지역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뜨득릉(嗣德陵)이라 부르는 겸릉은 후에 황성에서 남서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반니엔(Van Nien)산 언덕에 있다. 겸릉은 민망 황제릉과 함께 가장 아름답고 장대한 능으로 꼽힌다. 겸릉으로 들어가는 정문, 무겸문(務謙門). 후에 황성의 문 양식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응우옌 왕조(阮王朝) 4대 황제 뜨득황제의 휘는 응우옌푹티(阮福時). 3대 황제 티에우찌(Thiệu Trị 紹治)의 둘째 아들로 형을 제치고 1847년 왕위에 올랐다. 역대 13명의 황제들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35년(1848~1883)을 통..

베트남(15) 후에 황성의 세조묘, 연수궁, 열시당, 태평루

황제의 집무실도 거소도 모두 폐허가 된 황궁 영역, 그나마 온전히 남은 태화전을 돌아보고 우리의 종묘에 해당하는 세묘(世廟)로 향한다. 세묘는 세조묘라고도 하는데, 황궁의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후에 황성의 제례 영역은 태화전 동서 쪽에 배치되어 있다. 동쪽에는 태묘(太廟)와 조묘(肇廟)가 있다. 태묘는 레왕조 시기 베트남 중남부를 지배했던 꽝남국의 응우옌호앙으로부터 응우옌푹투안까지 응우옌 왕들을 사당이며, 조묘는 꽝남국 시조 응우옌호앙의 부친 응우옌 낌을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그리고 황성의 서쪽에는 응우옌 왕조의 역대 황제들의 위패를 모신 세묘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세묘 뒤편에는 시조인 지아롱 황제의 부모를 모신 흥묘(興廟)가 자리잡고 있다. 세묘로 가기 위해서는 '월영(月英)'이라 적힌 삼문을 ..

베트남(14) 후에 황궁, 오문 봉황루와 태화전

오늘도 가이드는 10시가 되어서 나타난다. 휴양 목적의 패키지 여행인 탓일까. 여섯 시에 눈을 떠서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까지 빈둥거려야 하는 일정이 계속되니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숙소가 시내라면 후에박물관 등 시내 구경이라도 할 것을... 하릴없이 필그리미지 빌리지를 한 바퀴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다 약속 시간이 되어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베트남의 경주'라 일컫는 후에의 명소, 응우옌 왕조의 왕도인 후에성(후에 황궁)과 황제능들을 돌아보는 날이다. 푸쑤언 다리(Cầu Phú Xuân)로 유유히 흐르는 흐엉강을 건너 좌회전하면 바로 황제들의 거소 후에성 앞에 도착한다. 후에는 흐엉강 북쪽으로 옛 후에 왕도 다이노이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구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고 흐엉강 남쪽으로는 신 시가지가 자리잡고..

베트남(12) 후에, 티엔무 사원과 틱꽝득 스님의 항미 소신공양

후에의 티엔무 사원 앞에 도착했을 때는 흐엉강(香江)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티엔무 사원(Chùa Thiên Mụ)은 후에 시내에서 4km 서쪽, 아름다운 흐엉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후에에서 가장 유서 깊고 중요한 불교사원으로, 베트남 중남부 명문가이자 왕가인 응우옌 왕조의 창건과 관련된 설화를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도 베트남 전쟁 당시 부패한 독재정권에 항의해 사이공 미대사관 앞에서 소신공양함으로써 전 세계를 충격 속에 빠뜨리고 반전운동의 불길을 당기게 한 틱꽝득 스님이 수행했던 절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원이다. 흐엉강변의 주차장에서 티엔무 사원으로 진입하는 길 사원의 일주문 역할을 하고 있는 네 개의 기둥, 흐엉강에서 계속 이어지는 계단 위로 티엔무 사원의 ..

베트남(11) 하이반 고개 넘어서 랑꼬해변을 지나 후에로

점심을 먹은 다음 후에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다낭만을 끼고 동해를 바라보며 한동안 달리던 버스는 송꾸데(Song Cu De)강을 건너자 이내 고갯길로 오르기 시작한다. 꼬불꼬불 갈짓자로 오르는 험한 고갯길, 바로 후에로 넘어가는 유명한 하이반 고개(Hai Van Pass)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고 긴 험한 고갯길이라는 하이반은 1,172m 고개를 넘어 20km 가량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이 고개는 투안 호아와 꽝남주의 경계를 이룰 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남과 북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이반은 '해운(海雲)'에서 온 말로 '바다에서 일어난 구름'이 이 고개를 이루는 박마(Bach Ma) 산의 높은 산줄기에 걸려 있어 생긴 이름이다. 예전엔 남과 북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지만 2005년 일본의 무상 원조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