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68

'토종 나팔꽃', 메꽃 이야기

메꽃은 들에 자라는 토종 나팔꽃이라 할 수 있다.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로 전국의 들판이나 길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팔꽃처럼 줄기가 몇 m씩 길게 자라지도 않고 많은 꽃을 피워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초여름 아침 푸른 풀섶에서 이슬을 머금고 몇 송이의 해맑은 연한 붉은 빛으로 피어나는 꽃은 소박하면서도 청초하기만 하다. 나팔꽃이 도시적인 세련된 미인이라면 메꽃은 드러나지 않은 순박한 시골 미인이라 할 수 있겠다. 워낙 흔한 풀꽃인데, 원예종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는 나팔꽃에 과명을 빼앗기지 않고 '메꽃과'를 대표하는 꽃이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 서울 대모산 메꽃의 속명'Calystegia'는 '꽃받침'을 뜻하는 calyx와 '뚜껑'을 뜻하는 stege의 합성어로 꽃받침 위..

감꽃, 그리고 보릿고개의 추억

감나무는 유난히 싹이 늦게 튼다. 다른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짙푸른 잎사귀로 제법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는 5월에 들어설 무렵에야 꺼칠꺼칠한 껍질을 뚫고 연두빛 새싹을 내밀기 시작한다. 감꽃이 피는 것은 초여름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세상이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차는 5월 하순 더위에 지친 보리가 들판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익어갈 무렵 감나무는 비로소 이파리 속에 노란 감꽃을 조랑조랑 달기 시작한다. 녹색의 꽃받침 속에 자리잡은 황백색의 감꽃은 네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다. 통꽃 속에 자리잡은 암술이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작은 열매가 자라나면서 꽃은 색깔이 짙어지면서 이빨 빠지듯 그대로 쏙 빠져서 땅으로 떨어진다. 감꽃 기나긴 겨울을 나고 보리가 익을 때까지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를 보릿고개..

뻐꾹채, 뻐꾸기 우는 계절에 피는 꽃

참으로 오랜만에 뻐꾹채를 만납니다. 도담삼봉에서 석문이 있는 능선길을 걷던 중입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산과 들에서도 보지 못했던 뻐꾹채를 처음 본 것은 8년 전 돌아가신 큰이모님을 영영 떠나보내던 무덤가에서였습니다. 엉겅퀴와 닮았는데 가시가 없고 통통하고 긴 꽃대에 엉겅퀴보다 훨씬 큰 꽃이 딱 한 송이밖에 달리지 않는 것이 너무 신기해 한 동안 바라보았는데, 그것이 뻐꾹채라는 것을 안 것은 몇 년 뒤였습니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뒤 많은 산과 들을 다녔지만 뻐국채를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산과 들, 볕 잘 드는 메마른 땅에서 자생한다고 하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닙니다. 뻐꾹 뻐꾹 봄이 가네. 뻐꾸기 소리 잘 가란 인사 복사꽃이 떨어지네. 뻐꾹 뻐꾹 여름이 ..

실처럼 얽힌 덩굴에 해맑게 핀 흰 꽃, 덩굴개별꽃

소백산을 올라 하산하는 길, 희방사 부근에서 덩굴개별꽃을 만난다. 가리왕산에서 처음 본 이래 곰배령, 덕유산 등에서 만나고 이번에 또 소백산에서도 마주친다. 덩굴개별꽃은 이름 그대로 덩굴로 자라는 개별꽃이다. 개별꽃 중에서 가지를 가장 많이 치는데, 꽃이 지고 난 뒤에 줄기 끝이 실처럼 계속 자라나 마치 덩굴처럼 땅바닥을 따라 기면서 얽힌다. 긴개별꽃도 줄기에 가지를 치긴 하지만 덩굴개별꽃처럼 줄기 끝이 더 자라나지는 않는다. 희방사에서 만난 덩굴개별꽃은 이미 꽃이 지고 난 뒤의 모습으로 줄기 끝이 실처럼 길게 자라 암벽을 타고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몇 개의 꽃이 남아 있어 덩굴개별꽃의 특징을 모두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개별꽃속(Pseudostellaria) 식물은 별꽃(Stellaria..

금강애기나리, 자주 무늬점이 독특한 고산 나리

소백산 연꽃봉우리의 한 능선에서 금강애기나리를 만난다. 금강애기나리가 연꽃봉우리를 지키다니! 비로자나 부처님이 거하는 연화장 세계를 애기 금강역사가 지키는 것일까,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독특한 무늬점이 새겨져 있는 앙증스런 꽃을 카메라에 담는다. 진부에서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 불리기도 한다.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강원도 등지의 깊은 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고고한 종이다. 희귀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비교적 풍부하여 약관심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강애기나리는 애기나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고 화피 끝이 뾰족하며 뒤로 젖혀지며, 열매가 붉게 익는 점이 다르다. 높은 산 능선이 숲에서 줄기 끝에 피는 연한 황백색의 꽃잎은 자주색의 ..

참배암차즈기 어린풀, 학명의 어원은?

참배암차즈기 어린풀을 소백산 어느 능선 언덕에서 만난다. 처음 만나는 모습에 무슨 풀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는데 동호인들의 도움으로 이것이 참배암차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꿀풀과의 배암차즈기속(salvia)의 여러해살이풀로 점봉산, 설악산, 태백산, 제천, 봉화, 가야산, 지리산 등 고산지에 분포하는 한국 특산 식물이다. 분포지가 드물어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보호종이다. 꽃잎이 벌어진 모습이 마치 뱀이 입을 벌린 모양과 유사하여 '배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차즈기는 들깨와 닮은 꿀풀과의 풀이니 '뱀을 닮은 차즈기'란 뜻으로 푸른 빛의 작은 꽃을 피우는 '배암차즈기'에 대하여 보다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으뜸 종이라 하여 '참'이란 접두어를 붙여 '참배암차즈기'로 불리게 된 것으로 보인..

높은 산 능선의 청초한 백합, 나도옥잠화

나도옥잠화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그늘진 숲속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반그늘 식물이다. 깊은 산 높은 능선지대에서 자라므로 만나기 쉽지 않은 귀한 식물이다. 20여 곳 이상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수가 많지 않은 취약종이다. 옥잠화를 닮아서 나도옥잠화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는데, 북한에서는 '두메옥잠화'라 부르며 '제비옥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는데 '당나귀나물'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은 Common Broadlily인데 넓은 잎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 소백산 나도옥잠화의 학명은 Clintonia udensis. 속명 클리토니아는 19세기 뉴욕 주지사를 지낸 식물학자 클린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고, 종소명 udensis는 시베리아의 우덴 지방, 또는 우다강에서 ..

호두나무 암꽃과 수꽃, 호두나무 이야기

죽령 옛길에서 만난 호두나무 암꽃. 호두나무는 가래나무과 가래나무속의 큰키나무로 중부 이남에서 재배한다. 국립수목원 자료에는 "박피나무(Juglans nigra var. orientis Kitamura)와 가래나무(Juglans mandshurica Max.)의 교잡종이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호두나무의 잎은 5~7개의 잔잎으로 된 깃꼴 겹잎인데 넓은 타원형의 잔잎 끝이 둥근데 비해 가래나무는 7~17개의 많은 긴 타원형의 잔잎으로 된 깃꼴겹잎으로 잎끝이 뾰족한 점으로 구별된다. 호두나무의 암술머리가 황백색인데 가래나무의 암술머리는 붉은 점으로, 호두 열매가 둥글고 4실인 데 비해 가래나무 열매는 둥글지만 끝이 뾰족하고 2실인 점으로도 구별된다. 4∼5월에 피는 꽃은 암수한그루로 수꽃은 꼬리모양꽃차례(..

넓은잎산사 Crataegus pinnatifida var. major / 순백의 꽃을 피우는 아침 나무, 산사나무 이야기

신록이 푸르른 5월의 죽령옛길에서 순백의 꽃을 피운 산사나무를 만난다. 산사나무 중에서도 잎이 크고 얕게 갈라지며 열매의 지름 2.5cm 정도의 큰 열매가 달리는 산사나무의 변종인 넓은잎산사로 보인다. 넓은잎산사는 전국의 산기슭 및 인가 부근에서 자라는데, 특히 전북과 경북 이북의 표고 100-1,250m에 자생한다. ● 넓은잎산사 Crataegus pinnatifida var. major | Wide-leaf mountain hawthorn ↘ 장미목 장미과 산사나무속 소교목 높이 6m 까지 자란다. 줄기는 대부분 회색을 띠며 어린줄기에는 예리한 1-2cm 길이의 가시가 있다. 가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넓은 달걀모양, 삼각상 달걀모양 또는 능상 달걀모양이며 절저 또는 넓은 예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