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167 '꽃수염풀'은 어때... 광대수염 이야기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슬그머니 이 땅에 귀화하여 살아가는 식물을 '자연귀화식물'이라 하는데 광대수염도 그런 꽃이다. 돼지풀·도깨비바늘·개망초·망초·개쑥갓·큰방가지똥·서양민들레·큰개불알풀·달맞이꽃·콩다닥냉이·애기수영 등이 그런 자연귀화식물로 이 땅 구석.. 2010. 5. 16. 잎의 색감 대조가 아름다운 까마귀쪽나무 Litsea japonica 까마귀쪽나무는 제주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녹나무과의 나무이다. 애월의 해안, 삼달리 두모악, 우도의 산허릿길 등 발길 닿는 곳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으니 제주도의 대표 수종이라 해도 되겠다. 표고 700m 이내, 바닷가에서 가까운 산기슭에서 주로 자생한다고 한다. 어째서 이름이 .. 2010. 3. 21. 눈개불알풀(Veronica hederifolia), 떡잎을 단 채 맑고 푸른 꽃을 피운다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던 눈개불알풀을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다. 온평포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신산을 지나 걸을 때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해지는 표선의 백사장에 산책을 나섰다가 턱 마주친다. 어둠이 밀려오고 있는 하늘 아래 이미 꽃잎을 닫아 버린, 반쯤은 낯익고 반쯤은 낯선 풀무더기를 발견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한참 살펴보다가 아, 이것이 눈개불알풀이 아닐까 하고 탄성을 낸다. 나무 그늘 아래 덤불처럼 뭉쳐 자란 녀석들은 꽃잎은 다물어 좁쌀보다도 작고 잎도 왜소한데 어두워진 탓에 맨눈으로는 특징이 잘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꽃 한 송이가 아직 꽃잎을 열고 있어서 힘들게 카메라로 담아 본다. 이튿날 갑작스럽게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담았을 것을... 그렇게 해서 집으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과연 눈개불.. 2010. 3. 21. 다정큼나무 열매 Raphiolepis indica var. umbellata 남쪽 지방 바닷가 모래땅이나 갯바위 틈에서 자라는 다정큼나무는 장미과의 늘푸른 떨기나무이다. 어째서 다정큼나무일까. 동글동글 윤기나는 푸른 잎과 부드러운 갈색 털이 있는 가지와 소복하게 달리는 새하얀 꽃잎, 가을에 달리는 까만 열매 등이 모두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 2010. 3. 21. 등대를 닮은 등대풀(Sun spurge) 제주도 해안도로에서 처음 보았던 등대풀을 우도에서도 만난다. 2월 중순에 만날 때는 꽃차례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대극과 구별이 잘 안 되더니 3월에 다시 찾았을 때에는 "나 등대풀 맞아!" 하고 외치는 듯 다섯 갈래 꽃차례가 제대로 달렸다. 등대풀이라는 이름은 줄기 윗부분에 녹황색으로 피어난 여러 대의 꽃차례가 모여 있는 모양이 등대를 닮았다고 붙여진 것이다. 어찌보면 등잔을 여러 개 얹어 놓은 등잔대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붉은 빛의 억센 줄기를 가진 등대풀이 뭉쳐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여러해살이풀이 아닌가 싶은데, 뜻밖에도 두해살이풀이다. 대극을 닮아서 등대대극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생약명으로 택칠(澤漆) 또는 오풍초라 한다. 학명은 Euphorbia helioscopia인데 '태양을 좋아하는 .. 2010. 3. 21. 열매가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개구리발톱 Semiaquilegia adoxoides 개구리에게 발톱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러나 개구리발톱은 있다. 남도 지방 산기슭이나 산발치 언저리에 자생하는 작은 풀 중에 개구리발톱이란 것이 있다. 이 작은 풀이 어째서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어느 백과사전에는 뿌리에서 나서 자라는 잎모양이 개구리 발을 닮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 풀의 서식지에 개구리가 많이 있어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꽃이 지고 난 다음에 달리는 열매의 모양에서 연상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3개의 골돌과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개구리 발가락을 닮았다. 개구리엔 발톱이 없지만 이 열매엔 뾰족한 돌기가 달려 있으니 발톱을 연상시키지 않는가...?(개구리발톱과 닮은 매발톱 또한 골돌 열매가 매발톱.. 2010. 3. 21. '봄처녀' 제 오시네, 다랑쉬오름에 핀 까치무릇(산자고), 다랑쉬오름 오르는 언덕에서 홀로 핀 꽃 한 송이를 만난다. 바람 막아주는 마른 풀들에 둘러싸여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 듬뿍 받고 까치무릇이 여섯 장의 예쁜 꽃잎을 열었다. 어째 한 송이만 피었을까, 오르는 언덕길 내내 더 이상 꽃이 보이지 않더니 화구 정상 볕바른 비탈에 점점이 하얀 꽃들이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까치무릇이다!!! 가느다란 줄기에 버거워 보이는 큰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이 위태하면서도 아름답다.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까치무릇은 짧은 꽃대에 올린 꽃이 안정감을 주는데, 산언덕 숲속에서 피는 꽃들은 햇볕을 받아들이느라 꽃대가 길어 꽃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누워버린다. 꽃자루 위에 여섯 장의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배열되고, 꽃잎에는 가느다란 보라색 줄이 나있고, 그 속의 샛노란 수.. 2010. 3. 21. 봄이 전하는 '기쁜소식',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ca) 아직도 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른봄, 햇살 따스한 길가에 파란 줄기와 잎들을 조심스럽게 뻗치며 파란 하늘빛 꽃들을 점점이 피우는 큰개불알풀. 풀꽃들 중에서 가장 먼저 피어 봄소식을 전하니 꽃말도 '기쁜소식'이다. '봄까치꽃'이라고도 하고 '큰지금'이라고도 불린다. 요즘은 민망.. 2010. 3. 4. 눈 덮인 겨울 숲에서 봄을 부르는 풍년화(witch hazel) 아직도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산기슭 언덕, 회초리 같은 겨울 나뭇가지에 정성스레 접은 리본을 푼 듯한 샛노란 꽃들이 다닥다닥 달렸다. 어찌 보면 갓난아기의 꼭 쥔 손가락인 듯하다. 풍년화는 아마도 이 땅에서 가장 먼저 피는 나무꽃일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서울에서 풍년화가 가장 먼저 핀 날은 2002년 2월 7일, 가장 늦게 핀 해는 1986년으로 3월 12일"이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내가 종종 찾는 산의 풍년화는 1월 하순 무렵이면 노란 리본을 풀기 시작하며 2월 초중순이면 만발한다. 풍년화는 화사한 꽃이 가지마다 풍성하게 피고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면 풍년이 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풍년화의 영어 이름은 'witch hazel'인데,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마녀의 개암나무'가 된다. 과.. 2010. 3. 4.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강한 사랑', 소철(king sago palm) 이야기 단단하고 커다란 빗살 모양의 잎사귀가 정갈한 아름다움을 준다. 키도 그리 크지 않아서 아담하니 뜰에 심어 곁에 두고 싶은 아열대식물이다. 소철! 제주도에서는 야생 상태로 흔히 자라지만 육지에서는 온실이나 집안에서 가꾸어야 하는 관상수다. 중국 동남부와 일본 남부지방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어째서 소철(蘇鐵)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모 백과사전에는 "철분을 좋아하며 쇠약할 때 철분을 주면 회복된다는 전설이 있어 소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근거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데 철수(鐵樹)·피화초>(避火蕉)·풍미초(風尾蕉)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풀이하면 '쇠나무'와 '불을 피하는 파초'이니 이는 소철의 단단한 특성을, '바람꼬리 파초'는 파초선 모양의 소철의 잎새에서 연상한 이름이 아닐까? 내 맘대.. 2010. 3. 1. 겨울에 꽃을 피운 제주도 번행초(Tetragonia tetragonoides) 제주도 애월 해안산책로 주변 길섶에는 따스한 볕을 받은 번행초가 벌써 꽃을 피웠다. 주로 5월에 핀다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번행초다. 그럼에도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밖에 없으리라. 번행초는 우리 나라 중부 이남, 태평양 지역 따뜻한 바닷가 모래땅에 두루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다육식물이다. 생명력이 강하여 자갈밭이나 바위틈 등 몹시 척박하고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얼핏 보면 잎모양이 시금치를 닮았는데, 영어 이름도 '뉴질랜드 시금치(New Zealand spinach)'이다. 쿠크선장이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것을 가져가 소개하여 붙은 이름이라 한다. 줄기는 기듯이 자라는데 가지를 많이 쳐 종종 한 아름이 되는 것도 있다. 줄기와 잎이 다육질이어서 잘 부러지고 꺾.. 2010. 3. 1. 제주도 두모악에서 만난 겨울 수선화 눈속에 피는 꽃이 설중매뿐인 줄 알았더니 설중화(雪中花)도 있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차창으로만 안타까이 바라보았던 설중화, 눈 속에 핀 수선을 그리던 님 만나듯 마주친다. 애월의 해안 산책로에서 화심이 오글오글한 제주도 자생 수선화를 눈맞춤하고, 희끗희끗한 눈발이 날리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의 쓸쓸한 뜰에서 금잔옥대 꽃덤불에 묻힌다. 금잔옥대(金盞玉臺)는 하얀 꽃잎 속에 황금 잔 모양의 화심을 가진 단아한 수선화다. ↓ 제주도 자생 수선화 ↓ 김영갑 갤러리 뜰에 핀 수선화, 금잔옥대(金盞玉臺)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던 추사가 '청수진간해탈선(淸水眞看解脫仙)'이라 표현했던 꽃,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죽은 저 지중해의 미소년이 동양에 와서는 '물에 사는 신선(水仙)'이 된 것일까. 살.. 2010. 3. 1. 겨울 길목에서 꽃을 피운 광대나물 이야기 겨울이 드는 길목에 원주 부론의 산골짜기에 있는 폐사지 거둔사에서 광대나물 꽃을 만난다. 따스한 볕살을 받는 포근한 언덕배기에서 시린 바람을 이겨내고 붉은 꽃을 앙증스럽게 피웠다. 본래 귀화식물이지만 지금은 길가나 빈터에서 흔하게 자라는 한해살이풀. 언제 얻었는지 이름은.. 2009. 12. 30. '악마의 사과'인가 '황금사과'인가, 토마토 이야기 토마토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와 함께 지리상의 발견으로 신대륙에서 들어와 새로운 식량자원으로 각광을 받게 된 열매 채소이다.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서쪽 해안의 고산지대로 알려지고 있다. 앤드류 스미스의 저서 <아메리카의 토마토>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 2009. 11. 24. 여름밤의 향기, 야래향(夜來香) Cestrum nocturnum 야래향(夜來香)은 가지과의 늘푸른 소관목이다. 영어 이름은 '밤에 피는 재스민(Night Blooming Jassamine)', 이름처럼 밤에 꽃을 피우며 짙은 재스민 향기를 뿜어내며 여름밤 낭만을 더해 주는 꽃이다. '밤에 피는 향기'를 뜻하는 '야래향(夜來香)'이란 이름에서도, 학명 Cestrum nocturnum에서 보듯 종명이 쇼팽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 낭만파 시대의 피아노 소곡, 밤의 분위기에 영감을 받아 창작된 '야상곡(夜想曲)' '녹턴(nocturn)'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야래향이 얼마나 낭만적인 꽃으로 인식되었는지 알 수 있다. ↓ 가락동 아파트 화단 낮에는 꽃이 닫혀서 향기가 없다가, 밤이면 활짝 피어서 재스민과 같은 강한 향기를 내뿜는다. 창 밖에 심어두면 그 향기에 취하여 밤잠을 못 .. 2009. 11. 20. 이전 1 ···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