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26 인도 (26) 바라나시 힌두대학의 바라트 칼라 바반 박물관의 조각품과 그림들 바라나시에서 맞이하는 세번째 날! 자유 일정으로 잡혀 있는 날인데, 바라나시의 가트와 강가강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새벽같이 가트로 나가 보트를 빌려 타고 여러 상념에 젖으며 시간을 보내다 일출을 맞고 돌아와 아침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라나시에 매력을 느끼기는커녕 되려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불편한 정서에 내내 시달리고 있었다. 화장터를 평생 벗어나 보지 못한 듯한 불가촉천민들의 웃음기 없는 표정들, 화장터 연기 속으로 어슬렁거리는 소와 개들, 어지럽게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 불길로 타올라 강가 강으로 쓸려들어가는 유골들과 부유하는 시체들, 그 물가에서 온 몸에 물을 끼얹고 입을 적시는 사람들, 그 모두가 불편하기만 하였다. 그런 강가 강에서 보트를 타고 상념에 젖고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새.. 2016. 4. 7. 인도 (25) 바라나시, 강가 신에게 바치는 불의 제전 '아르티 푸자' 사르나트 유적을 돌아보고 다시 바라나시의 호텔로 돌아와 2시간 정도 푹 쉬다가, 오후 늦은 시각 아르티 푸자(arati puja) 의식을 보기 위해 출발한다. 저녁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는 거리에는 19세기의 탈것들이 달리고 있다. 우리도 페달을 밟는 릭샤를 잡아타고 다사와스메드 가트로 향한다. 청자켓을 입은 릭샤왈라, 선 자세로 낡은 슬리퍼를 걸친 거친 맨발로 안간힘을 쓰며 페달을 밟느라 씰룩거리며 교차하는 앙상한 엉덩이에 자꾸 눈이 가며 나는 또 맘이 안 좋아진다. 그러건 말건 릭샤왈라는 자신의 운명을 달게 받아 들이고 노동에 열중할 뿐이다. 나의 감상이 사치일 뿐인지도 모른다. 가트 입구의 보행자 거리에 들어서니 저녁 불빛이 환하게 밝혀졌다. 메인가트 입구에 몰려드는 인파들, 이 시대.. 2016. 4. 3. 인도 (24) 사르나트 녹야원, 다르마라지카 스투파, 아소카 석주, 다메크 스투파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사르나트 유적지 한 귀퉁이에 지어 놓은 불교 사원, 물라간다쿠티 비하르를 돌아본 다음 폐허로 남은 녹야원(鹿野苑)으로 향한다. 서쪽 끝에 있는 매표소로부터 녹야원 유적지로 들어서자 드넓은 공터에 붉은 벽돌의 사원 흔적이 시야를 채운다. 현재 중요 발굴 유적으로 본당과 2개의 탑(다메크탑, 다르마라지카탑), 그리고 7개의 승원과 아소카 석주 등이 있다. 오전 한 나절이 지날 무렵이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 흐릿하기만 한데, 바라나시의 한적한 교외 사르나트는 쓸쓸한 폐허만 남은 유적지와 어울려 묘한 정서에 젖어들게 한다. 1400여 년 전인 637년, 이곳을 순례한 현장 스님은 에서 당시 인도에는 불교 사원이 1000 곳이 넘고 출가 수행자는 5만여 명에 이르렀으며, 발길 닿는 .. 2016. 3. 22. 인도 (23) 바라나시, 부처가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의 물라간다쿠티 비하르 바라나시에서의 둘쨋날이 밝았다. 오늘은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설법했다는 사트나트를 다녀오고 저녁에는 메인가트에서 푸자의식을 관람하기로 되어 있다. 8시에 일어나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에 불러둔 오토릭샤를 타고 사르나트로 향한다. 왕복 요금은 300루피. 사르나트까지는 약 10km. 이곳도 마찬가지여서 릭샤는 차선이 따로 없다. 중앙분리대가 있음에도 역주행해서 달리는 이 릭샤를 보라. 백미러에 담긴 릭샤왈러의 눈빛은 또 어떻고! 빈틈이 있으면 아무데나 파고들어 달린다. 마주오는 차와 아슬아슬 피해갈 때 절로 비명소리가 새어나오지만, 습관처럼 "노 프로블럼"이라 외칠 뿐이다. 10시 30분 좀 넘어서 사르나트에 도착!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사르나트에서 자신을 찾아온 다섯 명의 수행자.. 2016. 3. 16. 인도 (22) 시간이 멈춘 도시 바라나시, 가트 풍경과 인도 전통음악 레스토랑 베트와 타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 아마르 마할로 돌아와 바라나시로 떠나기 위해 배낭을 꾸린다. 오후에 맑게 개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저녁 8시 20분, 오토릭샤 네 대를 불러 빗속에 잔시를 향하여 출발한다. 9시 30분쯤 잔시역에 도착. 역내로 들어서니 마치 전쟁 피난민들이 몰려든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역사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고, 소들은 먹이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순하고 맑은 소의 눈... 밤이 깊어지면서 으슬으슬 추워지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아예 플랫폼에 자리를 깔아 담요를 덮고 드러누웠다. 10시 30분 기차. 우리 일행들도 짐을 한 곳에 모아 놓고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린다. 무.. 2016. 3. 7. 인도 (21) 오르차, 베트와 강변 분델라 왕들의 추모기념탑 세노타프 왔던 길로 되내려오다 남쪽에 있는 베트와 강 언덕의 세노타프로 가기 위해 오른쪽 마을 길로 접어든다. 그 사이 안개가 걷힌 듯 해가 나고 시야가 많이 환해졌다. 걷다보니 멀리 차투르부즈 사원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렌즈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소들... 불쌍한 인도의 소들... 건기여서 뜯어 먹을 풀들이 없는 탓인지 쓰레기장에 진을 치고 앉았다. 그게 바로 자유의 댓가다. 그래도 시골 소들이라 가끔씩 싱싱한 풀들을 접할 기회도 있을 테니 형편은 좀 낫겠지... 카주라호에서도 그랬듯 이곳에서도 수녀원 고등학교들을 만난다. 차투르부즈 사원 이런 넓은 운동장이 있는 곳을 지나고... 고개를 넘으며 전통 의복 사리를 입은 여인들도 만나고... 땔감을 이고 지고 가는 사람들도.. 2016. 2. 21. 인도 (20) 오르차, 고대 신화와 근대 역사가 벽화로 공존하는 락슈미나라얀 만디르 락슈미나라얀 사원으로 가는 오르차의 마을길은 정겹다. 마을을 벗어나 산언덕으로 이어지는 1km쯤 되는 시골길이니 쉬엄쉬엄 편하게 걸으며 사람 사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이름다운 자연 풍경도 즐길 수 있다. 걷다 보니 길가의 집들은 키 높이밖에 안 되는 낮은 지붕인데 널빤지를 얹은 너와집들이 흔하다. 그리고 그 지붕 위엔 으레 빨래들이 널려 있다. 빨래를 널어 놓은 너와 지붕, 집 벽 앞에 쉬고 있는 소들 낯선 외국인들에게 순박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주는 동네 꼬마들 너와지붕집 앞에 앉아서 한가롭게 정담을 나누는 어른들 넓은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엉겅퀴처럼 가시 많은 멕시코양귀비(Mexican poppy), Argemone mexicana 중국 이름 蓟罂粟 하교하는 아이들 10 분쯤 걷자 낮은 구릉 위에 .. 2016. 2. 19. 인도 (19) 오르차, 람 라자 사원 · 차투르부즈 사원 · 팔키 마할 라자 마할과 제항기르 마할 등 오르차의 궁전들을 돌아보고 나니 정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식을 먹기 위해 베트와 다리를 건너와 이층에 있는 베트와 타랑이란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싱가포르야채국수라는 메뉴를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점심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구호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을 이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선생님이 함께 하는 걸로 보아 무슨 캠페인이지 싶은데, 무슨 내용인지... 식사를 마치고 오르차 거리를 따라 사원 순례에 나선다. 람 라자 만디르로 이어지는 시장 거리... 앞에 보이는 게이트를 통과하면 람 라자 만디르가 바로 나타나고 그 오른편으로 팔키 마할, 왼쪽 구릉 위에 자리잡은 차투르부즈 만디르로 오르게 된다. 사원 앞 광장으로 들.. 2016. 2. 17. 인도 (18) 오르차, 제항기르마할 · 쉬시마할 · 라이 프라빈 마할 라자 마할 뒤편에는 쉬시 마할의 넓은 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정원을 지나 건너편에 제항기르 마할 궁전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며 솟아 있다. 한눈에 보아도 라자 마할에 비해 훨씬 웅장하고 화려하며 요새와 성채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조화로운 상상력과 유기적 솜씨의 예로써 중세 인도 이슬람 건축 발전의 정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쉬시 마할(Sheesh Mahal)은 제항기르 마할의 부속건물로 라자 마할과 제항기르 마할을 이어주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호텔(왼쪽)과 레스토랑(중앙 1층)으로 개조되어 일반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쉬시 마할 레스토랑 제항기르 마할은 분델라 왕조의 마하라자 비르 싱 데오가 무굴제국의 악바르 황제에 반란을 일으키고 도망온 살림.. 2016. 2. 15. 인도 (17) 오르차, 분델라 왕조의 왕궁 라자 마할 인도 (17) 오르차, 분델라 왕조의 왕궁 라자 마할 제 5일, 2012년 01월 06일 금요일 오전 여행 5일째 되는 날 아침 7시 30분, 인도 북부의 한적한 시골마을 오르차에서 눈을 뜬다. 시골 마을이지만 한때 인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왕조의 수도로 번영을 누린 곳, 왕들과 무굴제국 황제를 위한 웅장한 왕궁과 기념비, 사원들이 전원 풍경 속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역사의 현장... 8시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잘게 썬 야채를 넣은 달걀 프라이에 땅콩죽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 레스토랑에서 왁자한 여행객들, 부산에서 온 지리 교사들과 마주친다. 60여 명이 인도 답사 여행을 왔다고... 식사를 마친 뒤 잠시 숙소 아마르 마할(Amar Mahal)에서 산책 시간을 가진다. 오르차의 남쪽, 베트와(B.. 2016. 2. 12. 인도 (16) 카주라호, 동부 자이나교 파르스바나트 사원, 아디나트 사원 산디나트 사원을 지나자, 지금까지 봤던 힌두사원들과 비슷한 사암 건축물인 파르스바나트 사원(Parsvanath Mandir)이 모습을 드러낸다. 첫눈에도 우뚝하게 솟은 시카라가 흘러내리며 작은 시카라가 중첩된 성실 지붕이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이 사원은 10세기 중엽에 세워졌는데, 마하만다파 출입문에 새겨진 명문과 락슈마나 사원과 닮은 점 등으로 건축 시기는 950~970년 경으로 추정된다. 원래 1대 티르탄카라(Tirtankara)인 아디나트에 바쳐진 사원이었는데, 1860년 23대 티르탄카라 파르스바나트상을 봉안하며 파르스바나트 사원이 되었다. 파르스바나트 사원은 자인교 사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사원 기단의 넓이는 20×11m. 규모는 서부사원군에 비해 작지만 건축 기법이 빼어나고 정교하고 아름.. 2016. 2. 9. 인도 (15) 카주라호 초등학교, 동부 자이나교 산티나트 사원 동부의 힌두사원 자바리 사원과 바마나 사원을 돌아본 다음, 카주라호 옛마을을 되나오며 남쪽에 자리잡은 자이나교 사원으로... 마을 골목길에서 고추를 내 놓은 꼬마 아이들을 만난다. 내 어린 시절 시골 마을 아이들 모습과 그대로 오버랩되는 장면... 그래서 반갑다. 기독교계 학교인가? 이곳을 지나... 옛마을 큰길 삼거리에서 자이나교 사원이 있는 길로 접어드는 곳에서 초등학교를 만나 잠시 학교 구경을 한다.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 맨땅에 편하게 앉아서 도시락을 펼쳐 놓고 소박한 점심을 먹는 여자 아이들...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자는 팔짱을 끼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편안한 풍경... 내 초등학교 시절도 저러지 않았던가... 남녀유별인지 남자 아이들은 저 멀리 건물 주변과 계단.. 2016. 2. 6. 인도 (14) 카주라호 동부 사원, 비슈누의 난장이 화신을 모신 바마나 사원 바마나 사원(Vāmana Mandir)은 자바리 사원 건너편 200m쯤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동부 힌두교 사원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는 바마나 사원은 비슈누의 여러 아바타 중 난장이로 변신한 바마나에게 바쳐진 사원이며 11세기 후반(1050~1075년)에 건설되었다. 바마나 사원 안내판 사원의 측면에서 보면 바마나 사원은 자바리 사원보다도 더 간결한 2분할 구조인 듯 보인다. 앞쪽에는 정자 모양의 둥글고 넓은 마하만다파가 있고(이런 형식은 카주라호에서는 드물지만 중서부 인도에서는 전형적인 양식이라 한다.)그 뒤에 바로 지성소인 가르바그리하의 시카라가 이어진 모습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마하만다파 앞쪽의 현관(아르드하만다파)가 훼손된 흔적을 볼 수 있어 3분할 구조였음이 드러난다. 시카라도 그 아래.. 2016. 1. 30. 인도 (13) 카주라호 동부사원, 브라흐마 사원과 자바리 사원 인도 여행 제 4일 2012. 01. 05. 목 오후 / 카주라호 카주라호 서부사원들을 모두 돌아보고 나니 12시. 사원 밖으로 나오니 간디 브론즈상과 카마수트라를 담은 작은 책을 팔기 위해 달려드는 인도 아이들과 청년들... 꼬마들은 아주 친한 척 당돌하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말하며 따라 붙는다. 나중에 보니 카마수트라는 춘화도 수준이고 글자만 한글일 뿐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이상한 글들을 맘대로 편집해 놓은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인도식 음식을 먹는다. 식사 전 인도식 요구르트 음료 라씨에 맛을 들여서 한잔 주문하니, 이렇게 예쁜 글라스로 내온다. 시원하고 달달하고 맛있고 뒷맛도 깔끔하다. 점심 메뉴는 로티와 커리로 간단히... 로티를 커리에 .. 2016. 1. 29. 인도 (12) 카주라호 서부사원, 비슈와나트 사원과 난디사원 시바 신을 모신 비슈와나트 사원(Višvanatha = Vishwanath Mandir)은 서부사원군 입구의 오른쪽, 락슈마나 사원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비슈와나트'는 '만물의 주재자'라는 뜻으로 시바신을 기려 일컫는 말이다. 같은 기단 위에는 동쪽 끝으로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난디 사원이, 서쪽으로는 시바 신의 배우자인 파르바티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는 바로 건너편 남쪽 비슈누를 모신 락슈나마 사원이 동쪽으로 비슈누의 화신인 바하라 사원과 배우자를 모신 락슈미 사원을 둔 것과 대칭적인 구도로 건설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사원 현관의 석판에는 1002년에 당가데바(Dhangadeva) 왕이 세웠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락슈마나 사원과 카주라호 사원의 전성기를.. 2016. 1. 2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