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이면 만주바람꽃이 꽃망울을 달기 시작한다.
천마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바람꽃은 눈속에서 눈꽃을 닮은 하얀 꽃잎을 여는 너도바람꽃. 그 뒤를 이어서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이 봄바람에 꽃잎을 하늘거리며 지천으로 핀다. 변산바람꽃까지 자생했다면 천마산은 정말 몸살 앓았을 것 같다.
너도바람꽃이 지천으로 핀 날, 계곡 바위 틈사이에 볕바라기하던 만주바람꽃만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꽃을 비롯하여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나도바람꽃, 들바람꽃, 숲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쌍동바람꽃, 세바람꽃 등 이 땅에 자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바람꽃은 아네모네(Anemone)속이다. 다만 가장 이르게 피는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등 3종은 모두 에란티스(Eranthis)속이다.
그런데 만주바람꽃(Isopyrum mandshuricum)만 홀로 이소피룸(Isopyrum)이라는 속명을 쓴다. 한국과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등지에 분포하여 영명이 'North-Eastern China Isopyrum'으로 되어 있다. 그냥 만주 이소피룸이라 하면 될 것을 왜 이리 긴 이름을 붙였을까...
만주바람꽃은 보리알 같은 덩이뿌리가 달린 땅속줄기 끝에서 잎과 줄기가 나오는데 높이 약 2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에 달린 잎은 2∼3개이고 짧은 잎자루 끝에서 3장의 작은잎이 나며 작은잎은 다시 3장씩 1∼2회 갈라진다.
꽃은 4∼5월에 긴 꽃자루에 노란빛이 감도는 흰색으로 피는데,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1송이씩 달린다. 꽃 지름은 약 1.5cm 정도로 작은 편이며 꽃받침은 5장이고 암술 2개에 수술은 30여 개이다.
경기도 천마산과 남양주시 평내동 부곡골과 부근의 낙엽이 깔린 바위 사이에서 볼 수 있고, 강원도 화천 계방산과 영동 매천 용두봉 등에서도 난다. 북방계식물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풀꽃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봄 '향기 나는 띠풀', 향모(Hierochloe odorata ) (0) | 2011.04.18 |
---|---|
가부장제의 '슬픈 추억', 할미꽃 이야기 (0) | 2011.04.18 |
'나를 생각해요','지중해의 이슬' 향기를 가진 로즈마리 (0) | 2011.04.04 |
앉은부채, 불염포 속에 부처님 앉았네 (0) | 2011.04.01 |
솜털 보송한 풍도의 분홍 노루귀 (0) | 201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