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가부장제의 '슬픈 추억', 할미꽃 이야기

모산재 2011. 4. 18. 14:46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하하하하 우습다.졸고 있는 할미꽃
아지랑이 속에서 무슨 꿈을 꾸실까.

 


 

 

 

누가 '할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렇게 가슴 설레게 아름다운 꽃에다….

 

붉은 빛과 검은 빛이 조화를 이룬 이처럼 완벽한 빛깔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저렇게 무엇인지 부끄러워 볼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할미를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저 눈부시게 보송보송한 저 하얀 솜털은 또 어쩌고…. 고개 숙인 모습이 허리 꼬부라진 할미를 닮았고, 꽃이 지면서 수많은 암술의 날개가 하얗게 부풀어 오른 모습이 할미의 백발을 닮았다. 그래서 할미꽃을 옛 사람들은 백두옹(白頭翁)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할미꽃을 다룬 이야기로 가장 오래된 것은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이다. <화왕계>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신문왕에게 설총이 들려준 이야기로 간신과 미색을 멀리하고 충직한 신하를 가까이 하라는 설총의 정책 권고라고나 할까?

옛날 꽃나라를 다스리는 화왕(花王, 모란꽃)에게 여러 꽃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 화왕은 이들 가운데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뒤이어 온 백두옹(할미꽃)의 충직함을 보고 고민에 빠진다. 결국 화왕은 할미꽃에 감동하고 할미꽃을 택한다.

 

 

 

 

 

할미꽃에 얽힌 이야기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시어머니를 구박하던 며느리에게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간 사이 함박눈 쏟아지는 날 그릇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쫓겨난 시어머니가 얼어 죽은 언덕에서 피어난 꽃이 할미꽃이라는 전래동화도 있고, 홀로 된 어머니가 딸 셋을 키워 모두 시집을 보낸 후 딸집을 찾았다가 세 딸 모두에게 냉대 받고 산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보다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할미꽃이라는 설화도 있다.

한쪽은 며느리를 겨냥하고 한쪽은 딸들을 겨냥하지만, 가난과 가부장제도라는 가족제도 때문에 겪는 여성의 삶의 고통을 잘 드러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야기이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죽은 며느리의 슬픈 전설을 담고 있어서일까. 고개를 숙인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 이다. 

 

 

 

할미꽃은 학명(Pulsatilla koreana)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잎이 짝수 우상복엽이고 잎 열편은 5개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 자라는 기본종인 가는잎할미꽃(Pulsatilla cernua )과 매우 비슷한데, 가는잎할미꽃에 비해 꽃받침잎 길이가 조금 길고 꽃은 밝은색이며, 잎몸의 마지막 갈래가 조금 더 넓다. 가는잎할미꽃의 변종으로 보기도 하여 학명을 Pulsatilla cernua var. koreana 로 쓰기도 한다.

 


할미꽃은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화경이 구부러져 아래로 숙이고 있다가 일주일이 지날 무렵이면 곧게 선다. 2002년 중국, 일본, 이스라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현상은 꽃가루받이 매개자의 특성을 위하거나 자가수분을 방지하려는 이유보다 꽃가루가 수분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 생긴 적응 현상이라고 한다. 꽃이 필 때 화경이 구부러짐으로써 꽃받침이 우산처럼 꽃가루를 비에 젖지 않게 보호하여 꽃가루 생존 능력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진통제, 항염제, 항경련, 진정제의 약효가 있어 뿌리는 약으로 쓰인다.

 

 

 

 

 

● 할미꽃 Pulsatilla koreana   ↘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할미꽃속 여러해살이풀

 

어릴때는 뿌리가 가늘지만 4-5년생쯤 되면 뿌리가 길고 굵어진다. 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고 흑갈색이며 윗부분에서 많은 잎이 나온다. 잎은 엽병이 길고 5장의 소엽으로 구성된 깃모양겹잎으로서 깊게 갈라지며 전체에 긴 백색털이 밀생하여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밑부분의 소엽은 길이 30-40mm로서 2-3개로 갈라지며 정열편은 폭 6-8mm로서 끝이 둔하다.

 

꽃은 4월에 피고 높이 30-40cm의 꽃대가 나와 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리며 작은포 는 화경 윗부분에 달리고 3-4개로서 다시 잘게 갈라지며 겉에 화경과 더불어 긴 백색털이 밀생한다. 꽃받침 열편은 6개이고 긴 타원형이며 길이 35mm, 폭 12mm로서 겉에 명주실같은 백색 털이 밀생하나 안쪽에는 털이 없으며 적자색이다. 수과는 긴 달걀모양이고 길이 5mm정도로서 겉에 백색털이 있으며 암술대는 길이 40mm정도로서 우상(羽狀)의 퍼진 털이 밀생한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 할미꽃 자생종

 

• 분홍할미꽃 P. dahurica : 평북, 함남북. 꽃을 비롯하여 식물체 전체가 왜성이다.

• 중국할미꽃(세잎할미꽃) P. chinensis :  백두산 주변 및 만주. 잎이 가죽질이고 화색이 보라색이며 꽃이 대형이다.

• 가는잎할미꽃 P. cernua : 제주도 산록. 잎이 가늘고 예두이다.

• 산할미꽃 P. nivalis : 함북에서 서식하며, 7월 암적자색으로 개화한다.

• 노랑할미꽃 P. koreana f. flava : 꽃이 노란색이다.

• 동강할미꽃 : P. tongkangensis : 동강과 삼척 등 강원도 석회암 지대. 꽃이 처음에는 위를 향해 피고 꽃대가 길어지며 옆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