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체꽃을 가장 먼저 본 것은 2004년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수 알흔 섬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용담과 함께 바이칼의 물빛을 닮은 꽃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여행 끝, 이르쿠츠크에서 2박 3일의 기차 여행 끝에 도착한 몽골의 울란바타르 교외 테를지의 드넓은 초원에서도 솔체꽃을 만났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줄만 알았더라면 좋은 추억을 남겼을 것을... 지금도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는 여행이다.
이 솔체꽃이 우리 나라에 자생한다는 것을 안 것은 몇 년 뒤이다. 산지의 볕이 잘 드는 밝은 풀밭에서 자라는 산토끼꽃과의 두해살이풀 솔체꽃은 만주 몽골 동시베리아로 이어지는 지역은 물론 우리 나라 경북과 강원 이북의 깊은산에서 자란다. 체꽃, 민둥체꽃, 구름체꽃을 품종으로 둔 기본종이다. 영명은 Hopei scabious 또는 Pincushion flower.
솔체꽃 : 기본종으로 대형이며 가지를 친다.
어째서 꽃 이름이 솔체꽃일까.
어떤 이는 잎이 솔잎처럼 가늘게 갈라졌다는데서 유래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꽃이 활짝 피기 전 봉오리 모습이 가루를 곱게 치거나 국수를 삶아 건질 때 쓰는 체의 촘촘한 그물을 닮았다는 것과 꽃이 피면서 드러나는 뾰족뾰족한 꽃술 모양이 솔잎처럼 생긴 데서 '솔잎이 달린 체' 모양 풀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의견보다는 꽃이 지고 난 씨방의 모양이 체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 보고 싶다. 아래의 씨방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cafe.daum.net/tkstjdrkr09/
솔체꽃은 기본종이고, 품종으로 네 가지가 등록되어 있다.
잎에 털이 없는 민둥체꽃(for. zuikoensis), 잎이 깃처럼 갈라진 체꽃(for. pinnata),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꽃이 필 때까지 뿌리에서 나온 잎이 남아 있고 꽃받침의 가시털(刺針)이 다소 긴 구름체꽃(for. alpina)이 그들이다.
구름체꽃 : 가지가 벌지 않고 꽃이 필 때 뿌리잎이 그대로 있다.
솔체꽃은 얼핏보면 줄기 끝에 달리는 꽃이 한 송이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이 여러 개가 촘촘히 모여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꽃은 꽃부리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으로 그 안에 네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을 간직하고 있다.
그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종자가 여물게 되는데 종자가 옹기종기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양이 마치 핀을 꽂아두는 핀 쿠션(바늘겨레)을 닮았다하여 영명이 Pincushion flower이다.
꽃등에와 부전나비가 날아들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솔체꽃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그럴 듯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알프스 깊은 산 속에 피이챠라는 착한 님프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늘 숲속을 바쁘게 다니며 약으로 쓸 꽃들을 따 모으고 있었다. 어느 날, 약초를 뜯어 맑은 개울물에서 씻고 있을 때 한 양치기 소년이 비틀거리며 다가오더니 그녀 앞에서 쓰러졌다. 인근 마을에 돌던 몹쓸 돌림병에 걸려 이 골짜기로 들어와 쓰러진 것이다. 피이챠는 그 돌림병을 고치는 약초로 양치기 소년의 등과 가슴을 문질러주고 병이 낫게 하였다.
병이 나은 양치기 소년은 목숨을 살려준 것에 감사하며 돌림병에 걸려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을 고칠 수 있도록 약초를 나누어 달라고 피이챠에게 간청한다. 양치기 소년의 착한 마음씨에 큰 감동을 받은 피이챠는 그가 지니고 있던 약초를 모두 그에게 건네어 주었다. 양치기 소년은 약초를 받아들자, 바람처럼 마을로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마음 속에는 양치기 소년이야말로 꿈마다 그리던 얼굴로 자리잡았다. 그 날 후로, 피이챠는 양치기 소년이 찾아와 주기를 밤낮으로 기다렸지만 소년은 좀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지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양치기 소년이 젊은이가 되어 피이챠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양치기는 피이챠가 준 약초로 그 여인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며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된 것이다. 그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두 사람은 피이챠를 찾아온 것이다. 두 사람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피이챠는 며칠 동안을 울기만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을까. 피이챠가 묻힌 무덤 가에 그녀를 닮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솔체꽃'이다.
이러한 전설로 솔체꽃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이 솔체꽃을 '사랑의 꽃'이라는 뜻의 '하일링 체첵'이라고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꽃을 바친다고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서양인들의 꽃말과는 정반대이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그 진실은 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꽃을 바치고 싶다면 '사랑의 꽃'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일 터...
솔체꽃은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꽤 오랜 기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어 관상용으로 심는다. 꽃물이 잘 들어 손수건 꽃물 들이기 등의 염료로 쓰기도 한다.
한방에서 솔체꽃을 산라복(山蘿蔔)이라 하여 간화(肝火)로 인한 두통, 발열, 폐열(肺熱)에 의한 해수, 황달 등을 다스리는 데 쓴다고 한다.
● 솔체꽃 Scabiosa tschiliensis / 산토끼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곧추 서서 높이 50∼90cm까지 자라고 가지는 마주나기로 갈라지며 퍼진 털과 꼬부라진 털이 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바소꼴로 깊게 패어진 톱니가 있고 잎자루가 길며 꽃이 필 때 사라진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마주달리고 긴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 타원형이며 깊게 패어진 큰 톱니가 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깃처럼 깊게 갈라진다.
꽃은 7~9월에 하늘색으로 피는데, 가지와 줄기 끝에 두상꽃차례로 달린다. 바깥 총포조각은 줄 모양 바소꼴로 양면에 털이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외측 꽃받침의 통부 끝에 8개의 요점이 있다. 가장자리의 꽃은 5개로 갈라지는데 바깥갈래조각이 가장 크고, 중앙에 달린 꽃은 통상화(筒狀花)이며 4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수과로서 줄 모양이고 10월에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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