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금빛 꽃잎 속 찬란한 보석, 풍도의 복수초

모산재 2011. 3. 27. 23:52

 

복수초는 이름대로 복(福)과 장수(壽)를 기원하는 꽃이다. 아직도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산골짜기에서 금빛 찬란한 꽃잎을 열고 피어나는 복수초는 가슴 설레게 아름답고 황홀하다.

 

풍도에서 만난 복수초는 서해안 지역에서 흔히 만나는 개복수초이다. 복수초에 비해서 꽃이 많이 큰데, 그래서인지 꽃받침이 꽃잎을 감싸지 못할 정도로 작으며 꽃받침이 5개로 복수초의 8개에 비해 적다. 꽃이 피면서 잎도 함께 자라나기 시작하는 점도 꽃이 핀 다음에 잎이 자라는 복수초와 다른 점이다.

 

 

 

 

 

 

 

 

 

 

 

이십여 장이나 되는 샛노란 꽃잎들이 포개어 벌어지고 그 안에는 금빛 찬란한 수술과 꽃밥이 보석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빼곡히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수술 안쪽 화심에는 돌기처럼 돋아난 연두빛 암술이 공 모양의 꽃턱에 자리잡고 있다.

 

꽃봉오리가 갓 벌어질 때는 다소 녹색 빛이 감돌지만, 활짝 개화하면서 꽃잎은 금빛으로 변화한다. 금빛 꽃잎을 붉은 보랏빛 꽃받침이 곱게 감싸고 있다. 복수초는 햇빛이 비치면 꽃잎을 열었다가 해가 서산 너머로 숨으면 조용히 꽃잎을 다물어 버린다.

 

 

 

 

 

 

 

 

 

 

 

 

복수초는 꽃이 작지만 8개의 붉은 빛이 감도는 꽃받침이 꽃을 감싸듯 하고 있다. 개복수초는 꽃이 복수초에 비해 훨씬 크지만 꽃받침이 꽃잎에 비해서는 아주 작다. 5개의 꽃받침은 꽃잎을 감싸기에는 너무 짧다.

 

 

 

 

 

 

 

 

산골짜기의 얼음 속에서 피는 꽃이라 하여 '얼음새꽃'이란 우리말 이름도 있지만, 이 이름을 아는 이는 드문 듯하다. '빙랑화(氷郞花)'라는 한자 이름도 있다. 눈 속에서 피어난다고 하여 눈색이꽃이라는 우리말 이름이 있고,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 하여 '설련화(雪蓮花)'라 부르기도 한다. 새해를 열며 피는 꽃이라는 뜻의 '원단화(元旦花)'란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복수초는 '아무르 아도니스'(Adonis amurensis)로 동북아시아, 시베리아 등 추운 지방에서 자란다. 아도니스는 튤립처럼 붉은 꽃을 피우지만 우리의 복수초는 금빛으로 핀다.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인데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라고 한다. 금빛 찬란한 꽃에서 복과 장수를 떠올리는 동아시아인의 관념과, 피를 흘리며 죽은 자리에서 아도니스 꽃이 피어났다는 신화를 간직한 서양인의 관념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터...

 

 

 

 

 

 

 

복수초는 깊은 산 다소 습하면서도 물빠짐이 좋은 숲그늘에서 잘 자란다. 뿌리는 밑으로 곧게 자라 해마다 층을 이루며 층과 층 사이에는 숨은 눈(隱牙)이 생긴다. 이 눈을 잘라 심으면 쉽게 번식하지만 씨를 뿌리는 경우에는 꽃이 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나 줄기 등에 아도니톡신(adonitoxin)이 들어 있어 열독(熱毒)과 창종(瘡腫)을 다스리고, 강심제 및 이뇨제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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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초와 아도니스

 

복수초의 속명은 아도니스(Adonis)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이다.

 

▼ 루벤스 / 비너스와 아도니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아름다운 왕녀 스미르나에게 저주를 내려 친아버지인 시리아의 왕 테이아스에게 연정을 느끼게 했다. 스미르나는 변장을 한 채 아버지와 동침하고 아도니스를 수태한다. 후에 새로운 첩이라 여겼던 여인이 친딸임을 발견한 테이아스는 격분해서 스미르나를 죽이려 한다. 아프로디테는 스미르나를 나무로 변하게 해 그녀의 목숨을 구했다. 이 나무에 멧돼지가 엄니를 갈다가, 일설에 따르면 분노한 테이아스가 나무에 화살을 쏘자 그 갈라진 사이에서 아기 아도니스가 태어났다. 아프로디테는 아기를 잠시 지하세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맡겼다.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 반한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를 두고 다툰다.

미청년으로 자란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연인이 되었다. 사냥을 즐기는 그에게 아프로디테는 위험한 야수 사냥은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가 멧돼지 엄니에 받혀 죽는다. 이 멧돼지는 헤파이스토스, 또는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가 질투하여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아도니스가 죽으면서 흘린 피에서는 아도니스가 피어났고, 아프로디테가 눈물을 흘린 곳에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전해진다. 아도니스는 원래 해마다 죽고 해마다 부활하는 식물신으로 그에 대한 숭배는 헬레니즘 시대에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