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텔레비전을 켜니 퀴즈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마침 인체 장기의 해부도를 보여 주면서 다음 중에서 이와 관계없는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주어졌다. 부아가 치밀다. 비위를 맞추다. 배알이 꼴리다. 억장이 무너지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답이 없다. '부아'는 '허파'를 뜻하는 말이고, '비위'는 '비장과 위장'이고, '배알'은 '창자'이고 '억장'은 '가슴과 창자'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잘못됐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진행자가 답을 '억장'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억장'은 '억장지성'의 준말이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 '억장지성'이라니!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한자성어다. '억장'이라는 말을 당연히 '가슴 억(臆)'자에 '창자 장(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