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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이야기

'당신을 붙잡아두는 비밀', 삼지구엽초 꽃

by 모산재 2012. 5. 28.

 

남한산성 그늘진 숲속 언덕에 삼지구엽초가 꽃을 피웠다. 반갑다. 이른 봄 식물원에서 무더기로 자라는 삼지구엽초 꽃들이야 흔하게 감상할 수 있다지만 야생 상태에서 삼지구엽초 꽃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지구엽초는 독특한 생김새부터 눈길을 끈다. 곧게 서는 하나의 줄기 끝에 가지가 셋 벌고 각각의 가지에서 3개씩의 잎이 달린다. 그래서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이름을 얻었다.

 

삼지구엽초는 우거진 숲속 물빠짐이 좋은 반그늘진 땅에서 잘 자란다. 예로부터 줄기와 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 것을 '음양곽(淫羊藿)'이라고 하여 강장·강정제로 널리 이용해온 약초이기도 하다. 건강에도 좋은 약초지만 차나 술로 담가 마시면서 즐기는 그윽한 향미 또한 일품이다.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삼지구엽초(Epimedium koreanum), 그래서인지 꽃말은 '비밀', '당신을 붙잡아두다'.

 

 

 

 

 

 

 

 

 

삼지구엽초는 깽깽이풀, 한계령풀, 꿩의다리아재비 등과 함께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흔치 않은 여러해살이풀이다.  

 

중부 내륙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키는 약 30㎝이다. 옆으로 기면서 자라는 1개의 뿌리줄기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무리져 자란다. 잎은 심장 모양이며 잎가장자리에는 잔털들이 나 있다.

 

4~5월에 연노랑 또는 흰 꽃이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아래를 향해 핀다. 꽃의 모양은 매우 특이한데, 꽃잎이 꼬리처럼 긴 네 개의 꿀주머니(距)가 달려 있는 모양이 배의 닻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삼지구엽초의 꽃을 '닻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용담과의 닻꽃과 아주 비슷한 모양으로 이름을 공유하지만 서로 계통이 다른 풀이다.

 

꽃받침은 여덟 장인데, 안쪽 네 장은 크고 크기가 비슷하지만 바깥쪽 네 장은 작고 크기가 서로 다르고 일찍 떨어진다. 암술 1개에 수술 4개인데 수술은 수술대와 꽃밥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수술 가운데가 창문처럼 열려 꽃가루가 나온다. 열매는 골돌(蓇葖)로 익는다.

 

 

 

 

 

 

 

 

 

 

 

삼지구엽초는 다른 이름이 많다. 이 풀을 뜯어 먹은 숫양이 수십 마리의 암양과 음탕한 교미에만 열중한다는 속설에서 유래한 '음양곽(淫羊藿)'으로 불리기도 하고, 어느 노인이 산에 올라 이 풀을 뜯어 먹은 뒤에 힘이 넘쳐 지팡이를 버리고 내려왔다는 전설에서 '방장초(放杖草)'라는 이름도 생겼다. 그리고 신선이 먹는 영묘한 풀이라 하여 '선령비(仙靈脾)'라 부르기도 한다.

 

 

음양곽의 따뜻하면서 단 성미는 생식 기능을 강화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여 남성의 발기부전, 전립선 이상이나 여성의 자궁발육 부전 등에 효험이 있으며, 음양곽의 따뜻하면서 매운 성미는 풍습(風濕)의 사기(邪氣)를 없애주며 통증을 가라앉게 하여 각종 관절통이나 신경통 등의 증상에 좋다.

 

음양곽은 이카린· 에피메딘· 디소메틸이카린 등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카린· 디소메틸이카린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발기력을 증강시키고 에피메딘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정액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혈압을 낮추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강정제로 널리 알려지면서 한때는 잔잎이 3장식 달리는 비슷한 모양새로 노루오줌이나 독초인 꿩의다리가 삼지구엽초로 둔갑되어 팔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무차별 남획으로 1997년에는 환경부 취약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 삼지구엽초 Epimedium koreanum | Korean Epimedium   ↘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삼지구엽초속 여러해살이풀

높이가 30cm에 달하고 줄기는 보통 모여나고 곧게 자라며 원줄기 밑을 비늘 같은 잎이 둘러 싼다. 근경은 단단하고 옆으로 뻗으며 잔뿌리가 많이 달리고 꾸불꾸불하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원줄기에 1-2개의 잎이 어긋나기하고 3개씩 2회 갈라진다. 소엽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심장저이고 길이5-13.5cm, 폭1.5-7.2cm정도로서 가장자리에 털같은 잔톱니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황백색이며 원줄기 끝의 겹총상꽃차례에 밑을 향해 달리고 지름은 2㎝안팎이다. 꽃받침조각은 8개이지만 겉의 4개는 작으며 크기가 서로 다르고 일찍 떨어지지만 안쪽의 4개는 크며 크기도 비슷하다. 꽃잎은 4개로 긴 거(距)가 있고 1개의 암술과 4개의 수술이 있으며 꽃밥은 들창문처럼 터진다. 열매는 골돌로서 길이 10-13mm, 지름 5-6mm이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