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얼레지, 높은산 숲속의 우아한 기품

모산재 2012. 5. 14. 21:28

 

이른 봄 깊은 산 숲속에서 피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꼽으라면 아마도 얼레지가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섯 갈래로 갈라진 자줏빛 긴 꽃잎과 그 안에 그려진 멋진 동심원의 짙은 무늬는 아리따운 여인을 연상시킨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얼레지는 높은 산 볕이 잘 드는 숲속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얼레지는 씨앗에서 싹이 터 꽃이 피기까지 7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얼레지 꽃을 발견했다면 그 얼레지의 나이는 최소 7살인 셈이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거친 탓인지 얼레지꽃에는 성숙한 여인처럼 격조 있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씨에서 싹이 터서 꽃이 피기까지 7년이 걸라는 얼레지는 해마다 양분을 조금씩 뿌리줄기에 저장하여 내실을 기하다 7년째가 되면 커다란 두 잎을 만들어 그 사이에서 꽃대를 올려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

 

그러므로 얼레지의 잎을 따버리면 새 잎이 돋지 않아 양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죽고 만다. 외떡잎식물인 산마늘도 얼레지처럼 잎을 따면 죽고 만다.

 

 

 

 

 

 

 

 

 

얼레지의 번식은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꽃이 진 뒤에 달리는 얼레지의 씨에서는 개미 유충과 똑같은 냄새가 나는데, 개미들은 자기 새끼처럼 얼레지 씨를 땅속 개미집으로 나른다. 발아하기 가장 좋은 조건의 개미집에서 싹이 터서 자라는데, 비교적 촘촘히 자라는 얼레지의 분포는 개미의 이동거리와 관게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은 깽깽이풀의 번식 방법과 유사한데,식물들의 생존과 번식 전략은 지혜롭기만 하다.

 

 

 

 

 

 

 

 

영어로는 '개이빨제비꽃(Dog-tooth Violet)'이란 특이한 이름인데, 꽃의 모양과 색깔이 제비꽃과 비슷하면서도 길고 뾰족한 잎 때문에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름으로 '비단나물'이 있으며, '가재무릇', '얼레기', '차전엽산자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봄에 나온 잎을 뜯어서 삶은 후 그늘에 말려 나물로 먹고 비늘줄기는 약용한다. 위장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이 있어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며, 두통이나 현기증에도 효과가 있다.

 

 

 

 

● 얼레지 Erythronium japonicum | Dog-tooth Violet   ↘   백합목 백합과 얼레지속 여러해살이풀

잎이 처음부터 땅에 붙어 나오고, 꽃대가 1대 잎사이에서 나오므로 줄기로 구분되기 어렵다. 비늘줄기는 땅속 25~30cm 정도 깊게 들어 있고 한쪽으로 굽은 피침형에 가까우며 길이 6cm, 지름 1cm이다. 잎은 길이 6~12cm, 폭 2.5~5cm로서 잎자루가 있으며 좁은 달걀형 또는 긴 타원형이고 끝이 둔하거나 뾰족하다.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약간 주름지고 표면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봄철에 길이 25cm의 꽃대(花莖)가 나오고 그 밑부분에 2개의 잎이 지면 가까이에 달린다. 꽃은 4월에 피며 꽃대 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꽃잎은 6개이고 바소꼴이며 길이 5-6㎝, 폭 5~10mm로서 뒤로 말리고 자주색이지만 안쪽 밑부분에 더욱 짙은 W자형의 무늬가 있다. 수술은 6개이며 길이가 서로 같지 않고 꽃밥은 자주색이며 길이 6-8mm로서 넓은 줄 모양이고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넓은 타원형 또는 구형으로 3개의 능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