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168

물봉선 꽃에 담긴 비밀, 우리도 몰랐던 물봉선 이야기

물봉선은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한 땅에 무리를 지어 자라는데, 응달 양달 그리 가리지 않고 왕성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자랑한다. 아침 저녁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8~9월 무렵 물봉선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물봉선의 꽃 모양은 여느 꽃과는 다른 특이한 아름다움을 준다. ● 물봉선 꽃에 담긴 비밀 물봉선은 꽃대가 밑으로 드리워져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핀다. 매달린 꽃의 앞쪽은 꽃잎을 활짝 벌린 모습이고 뒤쪽은 길게 좁아지는 깔때기가 도르르 말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꿀주머니' 또는 '거(距)'라고 한다. 꽃을 정면에서 보면 3장의 꽃잎이 좌우 대칭의 형태로 윗꽃잎은 작고 아래입술꽃잎은 넓고 둥근데 두 갈래로 되어 있다. 곤충들이 안전하게 꿀을 빨 수..

쉽싸리(Lycopus lucidus) 이야기

습지에서 자라는 쉽싸리를 1천 4백 미터가 넘는 소백산 정상의 고위평탄면에서 만난다. 웬만큼 눈여겨 보지 않고서야 깨알 같이 작은 꽃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잎겨드랑이에 숨은 듯이 피어 있는 흰 꽃이 눈에 시리게 빛난다. 고산지대에서 피는 꽃은 이렇게 작은 꽃까지 또렷하고 아름답다. 꿀풀과의 어러해살이풀로 묘한 이름을 가진 쉽싸리, 그 이름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줄기가 긴 점에서 싸리와 관련된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주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쉽사리' 만날 수 있는 풀도 아니니 '쉽사리'에서 유래한 이름도 아닐 테고... 말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쉽싸리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생태적 특성에 생각이 미쳐, 습한 곳에서 산다는 의미에서 '습+살이'..

왜솜다리 Leontopodium japonicum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솜다리'라는 이름은 포잎에 솜 같은 털이 많이 달린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는 꽃을 우리 나라에서는 솜다리꽃이라 하는데, 이 땅에 자생하는 솜다리속에는 이 밖에도 산솜다리와 왜솜다리, 그리고 한라솜다리와 들떡쑥(들솜다리) 등이 있다. 왜솜다리는, 가지가 벌지 않고 하나의 꽃이 피는 솜다리나 산솜다리와 달리, 키가 크고 가지가 갈라지는데 꽃차례가 다소 엉성하다. ↓ 소백산 Edelweiss, Edelweiss,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Every morning you greet me. 아침마다 나를 반기는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작고도 하얀, 맑고도 빛나는 You look happy to meet me. 나를 만나..

멀꿀(Stauntonia hexaphylla) 열매, 잎, 수피

팔영산 가는 길에 들른 고흥 읍사무소. 앞뜰의 그늘시렁(pergola)이 등나무가 아니라 멀꿀 덩굴로 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마침 멀꿀 열매가 제법 커다랗게 달려 있는데, 여섯 개의 작은 잎이 잎자루를 달고 달려 있는 잎 모양도 그렇지만 오리알 모양의 열매도 으름과 많이 닮았다. 가을이 되면 붉은갈색으로 익는데 과육이 으름보다 더 맛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과육에 비해 씨앗이 너무 많아 과일로서 상품성은 별로 없는 모양... 멀꿀은 다도해의 섬지방에서 자라는 으름과의 늘푸른 덩굴나무다. 잎이 지는 으름과 달리 상록이고 익으면 열매가 벌어지는 으름과 달리 익어도 열매가 벌어지지 않는 점이 다르다. 멀꿀이란 이름은 열매 속살이 꿀 같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며, 제주도에서는 '멍나무'나 '멍꿀'이라 부..

좀조팝나무(Spiraea microgyna), 붉은 꽃 조팝나무

태백산에서 만난 조팝나무는 얼핏 일본조팝나무를 연상시킬 정도로 꽃잎의 색이 붉다. 주변에는 연한 홍색빛을 띤 흰 꽃잎을 단 조팝나무가 많은데 몇몇 개체만 이런 짙은 붉은 빛을 띤 꽃색을 보여준다. 잎 모양을 보면 잎가장자리 전체에 톱니가 고루 발달하고 있어 참조팝나무라기보다는 좀조팝나무라는 판단에 이르게 한다. ● 좀조팝나무 Spiraea microgyna ↘ 장미목 장미과 조팝나무속 관목 높이 대개 1m 이내이다. 나무껍질은 갈색이며, 잔가지는 단면이 원형 또는 작은 능선이 있으나 현저한 능각은 없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는 길이 3~5mm이다. 잎몸은 타원형으로 길이 5~6cm이고, 잎밑은 넓게 뾰족하고, 잎 가장자리는 겹톱니 또는 결각상 톱니가 있으며, 잎끝은 점차 뾰족해진다. 잎 뒷면은 회백색으..

'버들옻', 대극 꽃의 독특한 아름다움

대극은 대극과 대극속을 대표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대극과 식물은 열매가 3개의 방으로 달리는 공통점이 있다. 주로 열대지방에 나는데, 약 280속 8,000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10속 21종이 분포한다. 대극과 식물로 가장 익숙한 것으로 피마자(아주까리)를 들 수 있고, 나무로는 광대싸리 사람주나무 예덕나무 굴거리나무 조도만두나무 등이 있고, 풀로는 개감수 등대풀 여우주머니 여우구슬 산쪽풀 깨풀 땅빈대 설악초 포인세티아 등이 있다. 대극은 잎과 꽃이 독특하여 눈길을 끈다. ↓ 태안 학암포 대극이란 이름은 뿌리가 매우 맵고 써서 인후를 자극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도 예뻐요, 작살나무 Callicarpa japonica

작살나무는 마편초과의 관목이다. 하지가 지날 무렵 마주난 잎겨드랑이에서 꽃대를 올려 좁살보다 작은 꽃망울을 달고 붉은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푸른 잎사귀에 묻혀 있는 꽃을 놓치기 십상인데, 일단 꽃을 발견하고 살펴본다면 붉은 꽃잎 속에 노란 꽃밥과 흰 암술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에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 남한산성 사람들은 작살나무의 아름다움을 꽃보다 열매에서 찾는다. 작살나무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둥근 열매가 조랑조랑 달리는데 가을이 되면 꽃의 색깔과 비슷한 영롱한 보라색으로 익는다. 특히 낙엽이 져 버린 늦가을과 겨울에는 열매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을 발한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이 열매를 보고 서양인들이 작살나무를 'beauty berry'라 부르며 중국에서는 '보랏빛 구슬'..

꿩이 숨어 사는 곳에 꽃을 피우는 꿩의다리

꿩의다리는 산기슭 풀밭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 꿩의다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6~7월에 피는 꽃은 하얀 수술이 수북하게 모인 모습이다. 꿩의다리 종류는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실은 꽃을 싸고 있던 화피로 꽃잎과 꽃받침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모습이다. 화피는 4~5개인데 꽃이 피면서 떨어져 버린다. ↓ 남한산성 꿩의다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꿩의다리는 관목과 풀이 어울린 양지바른 산지에서 잘 자라는데, 이런 곳은 꿩이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꿩의다리 꽃이 한창 필 무렵이면 꿩은 알을 낳거나 알에서 새끼들이 깨어날 때이다. 이 생명을 거두는 데 꿩의다리가 자생하는 초지는 최선의 환경이 아닐까. 또 어떤 이는 또한 껑충하게 긴 ..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갯방풍(Glehnia littoralis)

갯방풍은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동북아시아 해안을 따라 널리 분포한다. 대개는 백사장을 벗어나 통보리사초나 좀보리사초 등이 지피식물을 이룬 바닷가 둔덕에서 갯메꽃이나 갯씀바귀, 갯완두 등과 어울려 분포하고 있다. ↓ 태안 학암포 방풍의 학명은 Glehnia littoralis, 속명 Glehnia는 사할린의 식물을 채집한 러시아식물학자 Glehn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종소명 littoralis는 "해안에서 자라는"이란 뜻을 가진 말로 자생 환경을 나타낸 이름이다. 영명은 Coastal Glehnia, 'littoralis'와 같은 의미를 가진 Coastal을 붙인 이름임을 알 수 있다. 갯방풍은 향이 좋은 풀이라 갯향미나리라는 딴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잎은 독특한 향기와 ..

은방울꽃, 꼬마 은종들이 울리는 '순결한 사랑'의 교향악

소나기 내린 뒤 민둥산 정상 주변의 풀밭 능선은 일제히 피어난 꼬마 은종들이 교향악을 울리는 은방울꽃 세상이다. 빗방울을 함초롬히 머금었던 꽃은 이내 서늘한 바람에 앙증스런 제 모습을 되찾는다. 능선 풀밭에서 빼곡히 무리지어 자라난 은방울꽃은 무수한 댓잎이 무성히 돋아난 것처럼 싱그러운 풀밭을 이룬다. 은방울꽃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얼핏보면 산마늘 같은 두 장의 시원스런 잎사귀와 그 잎사귀를 받치고 선 짧고 가느다란 작은 줄기, 간결하면서도 격조 있는 풀잎 모양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5~6월 경 무성히 자란 잎새들 속에서 소리 소문없이 긴 꽃대가 살며시 자라나 10여 송이씩 작은 꽃망눌을 줄지어 매단다. 꽃대는 두 잎사귀에 가려진 채 아래쪽으로 활처럼 굽으며 땅을 향해 6갈래의 앙증스런 흰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