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는 전국의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작나무과의 관목이다. 가을에 은행알처럼 달리는 열매의 고소한 맛(영어로는 헤이즐넛)이 매력을 끄는 나무이다.
당연히 이 개암나무에도 꽃이 핀다. 그러나 꽃잎을 갖춘 꽃이 아니다. 이른 봄인 3월, 아직 잎이 나오기 전에 한 가지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수꽃은 지난해에 만들어진 가지에서 지렁이처럼 밑으로 처진 꽃차례로 월동하며, 암꽃은 가지 끝에서 겨울눈처럼 성숙하며 이른 봄에 말미잘 촉수 같은 빨간 암술이 꽃싸개를 뚫고 밖으로 내민다.
개암나무 암꽃과 수꽃
가을 야산에서 익어가는 개암 열매는 옛날 시골 아이들의 군것질거리가 되기도 했다. 포잎에 싸여 있는 딱딱한 열매의 모양은 은행 씨앗과 빼닮았다. 이 딱딱한 열매를 깨물면 딱- 소리와 함께 겉껍질이 깨지고 밤알처럼 들어앉은 고소한 속살을 먹는다.
나무하던 손을 쉬고 중실은 발 밑의 깨금나무 포기를 들쳤다.
지천으로 떨어지는 깨금알이 손안에 오르르 들었다.
익을 대로 익은 제철의 열매가 어금니 사이에서 오도독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이효석의 단편 '산'의 한 장면이다. 개암나무는 깨금, 깨독 등으로 불렀다. 개암나무란 말은 '밤과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개밤'나무라 불리다가 개암나무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암나무를 영어로는 헤이즐(hazel)이라고 하며, 흔히 먹는 열매를 헤이즐넛(hazelnut)이라고 한다.
개암나무 잎과 열매
열매인 개암에는 지방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으며 날것으로 먹으면 밤맛이 나고, 개암의 즙에 쌀을 갈아 넣어서 죽으로 먹기도 하는데 이 죽을 개암죽 또는 진자죽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가을에 따서 햇볕에 말린 것을 진자(榛子)라고 하며 이는 기력을 돕거나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쓰인다.
우리나라에는 개암나무(C. heterophylla var. tunbergii)를 비롯하여 난티잎개암나무(C. heterophyla), 병개암나무(C. hallaisanensis), 참개암나무(C. sieboldiana) 및 물개암나무(C. sieboldiana var. manshurica) 등 5종류가 자란다.
이중 개암나무가 가장 흔하며, 난티잎개암나무는 난타나무처럼 잎끝이 자른 듯한데 3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개암나무의 이명으로 통합처리되었다. 병개암나무는 한라산에만 자라고 열매가 호리병처럼 생겼다. 참개암나무는 열매를 감싼 포가 긴 뿔 모양으로 생겼으며 겉에는 가시털이 잔뜩 나 있다. 물개암나무는 개암나무와 참개암나무의 교잡종으로 보이며 개암나무에 비해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진 잎이 달리고 열매를 감싼 포가 대롱형이고 끝이 갈라진다.
● 개암나무 Corylus heterophylla | Hazel ↘ 참나무목 자작나무과 개암나무속 관목
나무껍질은 윤이나는 회갈색이며 새가지는 갈색으로 샘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난상 원형 또는 거꿀달걀형이며 절두로서 흔히 난티잎같고 짧은 예첨두이고 원저 또는 아심장저이고 길이 5 ~ 12cm, 폭 5 ~ 12cm로서 뚜렷하지 않은 결각과 잔톱니가 있으며 뒷면 잔털이 있고, 잎자루는 뚜렷한 샘털이 발달됐다.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3월에 피고 수꽃차례는 지난해에 생기고 원주형이며 가지 끝에 2 ~ 5개씩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지며 길이 4~5cm이며 꽃밥은 황색이다. 암꽃차례는 겨울눈 안에 있으며, 10여 개의 암술대가 겉으로 나오며, 포 2개가 잎처럼 발달했다. 견과는 둥글며, 지름 15 ~ 29mm로서 9월 중순 ~ 10월 중순에 갈색으로 익으며 털이 없고 숙존총포(宿存總苞)가 있으며 총포는 종 모양으로서 열매를 둘러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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