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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4

2024년, 첫눈 오신 날 눈은 나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나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님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이 나리어 우리 함께 빌까 하노라.    2024. 11. 17.  엊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아직 잎을 다 떨구지 않은 숲을 하얗게 뒤덮었다. 한낮이 지나면서 주먹 같은 함박눈이 펄펄 날리며 춤추고 있다. "117년 만의 눈", "서울 역대 11월 최다 적설량"이란다.  강아지가 뛰어다니고, 아이들 눈싸움 소리로 시끄러웠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단지는 조용하기만 하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나 또한 책상 앞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 뿐. .. 2024. 11. 27.
잠들지 않는 통곡의 섬, 4. 3 제주 그날의 통곡처럼 비는 처연히 내리고 있다. 비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앉은 사람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애국가는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는데 까마귀 울음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국가 권력의 야만적 폭력으로 집단학살 당한 원혼들의 울음소리인 듯싶다. 제 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해 밝혀진 희생자만 14,028명, 그러나 밝혀진 희생자는 일부일 뿐이고 당시 제주도민의 1/3이 희생당했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으며 전체 희생자는 최소 3만에서 최대 8만까지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4. 3학살 당사자인 이승만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진상조사는 언감생심이었고, 60년이 더 지난 김대중, 노무현 .. 2024. 4. 3.
한여름 고향집 한여름 무더위가 조금씩 물러서는 8월 중순, 아버지 기일을 맞아 뿔뿔이 흩어져 살던 7남매가 모두 고향집에서 만난다. 막내도 50줄을 넘어섰으니 흐르는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 50줄 넘어선 막내동생 부부가 주말마다 찾으며 관리하는 고향집. 폐가를 면했을 뿐만 아니라 동생의 지극정성 보수공사로 이제 뭐 아담한 별장 같은 느낌조차 난다. 돌담장을 두르고 마당에는 화초와 꽃나무를 심고... 허름하긴 했지만 사랑채 구실을 하던 바깥채, 헛간채, 뒤주와 별채 등 3채의 집들은 지붕에 구멍이 나고 벽도 허물어지자 다 뜯어내고 안채만 남겼다. 마당과 뒤안 언덕에 심은 파초가 멋스럽다. 마당의 파초는 몇 그루 새끼까지 쳤다. 만수국이라 부르는 메리골드 미선나무는 아름다운 부채(美扇) 모양의 남작하고 둥근 열매를 달았.. 2023. 8. 18.
베란다에서 바라본 개기월식 최강 한파가 모처럼 물러난 저녁, 베란다에서 월식 장면을 담아 보았다. 지구가 태양빛을 받아 달을 가리는 월식(月蝕; lunar eclipse) 그것도 태양-지구-달이 완전한 일직선에 놓이는 개기일식인데, 이번 월식은 1982년 이후 36년만의 슈퍼블루문 개기월식이라고 떠들석하다. (지구의 달의 거.. 2018. 2. 1.
등꽃 아래서 등꽃이 피면 신록은 녹음으로 짙어진다. 삼라만상이 생명의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누구를 기다리는 '환영'의 의식일까. 멎어버린 듯한 우주의 한 순간 설렘으로 충만한 시간. 등꽃 아래서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 2015. 5. 4.
매화, 그윽한 꽃향기 아파트 정원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서 이제 봄이 완연해졌음을 실감한다.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꽃망울이 동글동글해지더니 며칠 간의 따뜻한 햇살에 일제히 꽃망울이 터졌다. 맑고 깨끗한 것은 꽃잎의 기품만이 아니다. 다시 싸늘해진 오후의 공기 속에 전해지.. 2015. 3. 25.
고향의 가을 풍경이 아름다워요 추석날 고향에서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장면들이다. 추석 전날, 집 앞 개울에서 보를 쌓았다. 혼자 끙끙대며 쌓다가 너무 큰 바윗돌 몇 개는 큰 조카의 힘을 빌린다. 쌓아 놓고보니 제법 연못처럼 물이 고였다. 저 다리 밑에까지 물이 닿았으면 좋으련만 그건 '택도 없는 일'이다. 십 수년 .. 2012. 10. 30.
연말 숙취, 내 맘대로 만든 파래죽으로 다스리기 요즘 나는 파래죽에 흠뻑 빠져 있다. 일주일에 저녁 두 끼니 정도 먹을 정도로... 파래죽은 향긋한 파래 향이 정신을 맑게 하고 연말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로 무거워진 몸을 가뿐하게 달래주는 최고의 해장 음식이다. 향기가 많고 맛이 독특하여 친근한 파래, 풍부한 무기질과 비타민으로 .. 2011. 12. 21.
황금물결 치는 봉하 들판 '내 마음 속 대통령' 벼그림 사진을 보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진. 가을이 여물어가는 봉하마을 들녘에 노무현 대통령이 나타났네요. 밀짚모자를 쓴 채 환하게 미소짓는 노무현 대통령, ‘내 마음 속 대통령’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봉하마을 사람들이 모심기를 하면서 '진백벼'라는 품종을 바탕으로 자색벼로 이 그림을 새겼다고 합니다. ▲ 위의 사진은 모두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림은 봉하마을과 인연이 깊다는 김은곤 등 네 화백이 밀가루로 밑그림을 그렸는데, 글씨는 '연각재(緣刻齋)'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디자인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곧 추수를 한다는 소식이 떠 있어 괜히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2009년에 전남 장성군 남면 분향리의 농민 구재상씨가 "사랑합니다 바보대통령. 그립습니다 바보농민"이라는 벼.. 2011. 9. 29.
설날, 고향 마을과 노모의 배웅 설날. 올해 차례가 또 늘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이번 설날을 보름 앞두고 작은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한 가문의 윗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살며 어쩌면 가문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우리가 이 세상의 맨 윗 세대가 되었다. 이제 여생이 그리 많지 않은 홀로 된 어머니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가 빈 집을 지키며 삶의 터전을 지켜가리라. 입춘을 하루 앞둔 설날, 거의 매일처럼 영하 십 몇 도로 떨어지며 사납던 한파도 물러서고 봄날보다 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저 따스한 햇살이 남편이 사라지고 자식이 떠나가 버린 외로운 집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 주었으면... 사촌들에게도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큰집 우리집 작은집을 오가며 차례를 지낸 다음, 오늘.. 2011. 2. 18.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의원" 되겠다는 성추행 교장 오래되어서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1990년대 초중반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신양중학교 교장 황○연은 가출하였던 학생을 지도하겠다며 학생부장에게 그 여학생을 인계받아 도서실(?)로 데려간다. 학생을 지도한다면서 그는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그는 교장실이 아닌 장소(당시만 해도 도서실은 제구실을 못한 한적한 공간이었다.)를 선택했고 굳이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나와 친하게 지내는 교사가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서 자세하게 들었다. 가출은 우발적인 것이었는데 여학생이 참 예쁜 아이였다고 한다. 학생 사안에 웬만해서 교장이 나서는 일이 없거니와 우발적 가출 정도의 사안에 교장이 나섰다는 것부터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2010. 5. 30.
캐논 550D*시그마17-70 첫 촬영, 긴병꽃풀 둥굴레 꽃사과 살갈퀴 하이엔드 카메라 캐논 파워샷 s2is가 만 4년만에 수명을 다했습니다. 2월말 가족들과 어머니 생신 기념차 해인사 여행을 하던 중에 경통이 이상 작동하더니 결국 움직임을 멈춰 버린 겁니다. 거의 매주 200~400매 정도의 사진을 4 년간이나 찍어댔으니 과로를 견디지 못한 듯합니다. 캐논 서비스센터에 맡겼더니 모터가 나가버려 수리를 하려면 내부를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데 3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새 것을 사는 것이 나을 정도로 돈이 드니 수리는 포기하기로 합니다. 주인 잘못 만나 과로사한 캐논 파워샷 s2is와 영영 이별하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내 블로그를 이만큼이나 키워주고 떠난 카메라... 이제 똑딱이 카메라 자리에 dslr 카메라를 두기로 합니다. dslr에 대해서 잘 모르니 두어 달이나 미적.. 2010. 5. 17.
팔순 노모, 메밀묵을 만드시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늙으신 어머니 혼자 계시는 고향집으로 갑니다. 아버지 차례상에 올릴 제수 장도 봐야 하고, 사랑방 난방을 위해 땔감도 해야 하고, 산소 주변 찔레와 칡덩굴 얽힌 덤불도 쳐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내리던 비와 눈이 그치지를 않습니다. 자고 일어난 아침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삼십 리 길을 갑니다. 늙으신 몸에 오래 전부터 좋지 않은 무릎관절로 걸음이 불편한 노모는 장을 미리 두 번이나 봐서 어물은 마련해 두었답니다. 막내동생은 과실을, 그 윗동생은 떡을 해오기로 했으니 오늘은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만 사면 된답니다. 육류 외에도 사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내가 들고 다니기에도 버거운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그 무거운 제수들을 챙길 수 있었을까.. 2010. 2. 26.
대통령, 큰고니 헤엄치는 남한강 한번이라도 가 보신 적이 있는가… 미륵사지를 돌아본 다음날, 충주에서 여주까지 폐사지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시간 강길을 끼고 달리며 남한강을 구경할 수 있었다. 목계나루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아침햇살 반짝이는 남한강물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고, 청룡사지를 돌아나오는 길 소태면 복탄리 넓은 강에.. 2009. 12. 6.
시제 지내는 날, 아이들은 들꽃이 된다 시제 지내는 날, 아이들은 들꽃이 된다 2008. 11. 09. 일요일 음력 10월 첫번째 일요일인 오늘은 우리 집안 시제 지내는 날. 오전 이른 시간 맷돌바우 제각을 향해 조카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 검바구에서 내려오는 물과 등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만나는 다리, 작은 묏봉우리처럼 솟은 독뫼를.. 2009.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