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3

잠들지 않는 통곡의 섬, 4. 3 제주

그날의 통곡처럼 비는 처연히 내리고 있다. 비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앉은 사람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애국가는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는데 까마귀 울음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국가 권력의 야만적 폭력으로 집단학살 당한 원혼들의 울음소리인 듯싶다. 제 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해 밝혀진 희생자만 14,028명, 그러나 밝혀진 희생자는 일부일 뿐이고 당시 제주도민의 1/3이 희생당했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으며 전체 희생자는 최소 3만에서 최대 8만까지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4. 3학살 당사자인 이승만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진상조사는 언감생심이었고, 60년이 더 지난 김대중, 노무현 ..

사는 이야기 2024.04.03

한여름 고향집

한여름 무더위가 조금씩 물러서는 8월 중순, 아버지 기일을 맞아 뿔뿔이 흩어져 살던 7남매가 모두 고향집에서 만난다. 막내도 50줄을 넘어섰으니 흐르는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 50줄 넘어선 막내동생 부부가 주말마다 찾으며 관리하는 고향집. 폐가를 면했을 뿐만 아니라 동생의 지극정성 보수공사로 이제 뭐 아담한 별장 같은 느낌조차 난다. 돌담장을 두르고 마당에는 화초와 꽃나무를 심고... 허름하긴 했지만 사랑채 구실을 하던 바깥채, 헛간채, 뒤주와 별채 등 3채의 집들은 지붕에 구멍이 나고 벽도 허물어지자 다 뜯어내고 안채만 남겼다. 마당과 뒤안 언덕에 심은 파초가 멋스럽다. 마당의 파초는 몇 그루 새끼까지 쳤다. 만수국이라 부르는 메리골드 미선나무는 아름다운 부채(美扇) 모양의 남작하고 둥근 열매를 달았..

사는 이야기 2023.08.18

황금물결 치는 봉하 들판 '내 마음 속 대통령' 벼그림 사진을 보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진. 가을이 여물어가는 봉하마을 들녘에 노무현 대통령이 나타났네요. 밀짚모자를 쓴 채 환하게 미소짓는 노무현 대통령, ‘내 마음 속 대통령’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봉하마을 사람들이 모심기를 하면서 '진백벼'라는 품종을 바탕으로 자색벼로 이 그림을 새겼다고 합니다. ▲ 위의 사진은 모두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림은 봉하마을과 인연이 깊다는 김은곤 등 네 화백이 밀가루로 밑그림을 그렸는데, 글씨는 '연각재(緣刻齋)'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디자인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곧 추수를 한다는 소식이 떠 있어 괜히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2009년에 전남 장성군 남면 분향리의 농민 구재상씨가 "사랑합니다 바보대통령. 그립습니다 바보농민"이라는 벼..

사는 이야기 2011.09.29

설날, 고향 마을과 노모의 배웅

설날. 올해 차례가 또 늘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이번 설날을 보름 앞두고 작은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한 가문의 윗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살며 어쩌면 가문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우리가 이 세상의 맨 윗 세대가 되었다. 이제 여생이 그리 많지 않은 홀로 된 어머니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가 빈 집을 지키며 삶의 터전을 지켜가리라. 입춘을 하루 앞둔 설날, 거의 매일처럼 영하 십 몇 도로 떨어지며 사납던 한파도 물러서고 봄날보다 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저 따스한 햇살이 남편이 사라지고 자식이 떠나가 버린 외로운 집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 주었으면... 사촌들에게도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큰집 우리집 작은집을 오가며 차례를 지낸 다음, 오늘..

사는 이야기 2011.02.18

성추행 교장이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의원" 되겠다네

오래되어서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1990년대 초중반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신양중학교 교장 황○연은 가출하였던 학생을 지도하겠다며 학생부장에게 그 여학생을 인계받아 도서실(?)로 데려간다. 학생을 지도한다면서 그는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학생..

사는 이야기 201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