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이 피면 신록은 녹음으로 짙어진다.
삼라만상이 생명의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누구를 기다리는 '환영'의 의식일까.
멎어버린 듯한 우주의 한 순간
설렘으로 충만한 시간.
등꽃 아래서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없이
보라빛 보라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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