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등꽃 아래서

모산재 2015. 5. 4. 14:23

 

 

등꽃이 피면 신록은 녹음으로 짙어진다.

 

삼라만상이 생명의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누구를 기다리는 '환영'의 의식일까.

 

멎어버린 듯한 우주의 한 순간

설렘으로 충만한 시간.

 

 

 

 

 

 

 

등꽃 아래서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없이

보라빛 보라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