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성추행 교장이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의원" 되겠다네

모산재 2010. 5. 30. 23:06

 

오래되어서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1990년대 초중반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신양중학교 교장 황○연은 가출하였던 학생을 지도하겠다며 학생부장에게 그 여학생을 인계받아 도서실(?)로 데려간다. 학생을 지도한다면서 그는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그는 교장실이 아닌 장소(당시만 해도 도서실은 제구실을 못한 한적한 공간이었다.)를 선택했고 굳이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나와 친하게 지내는 교사가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서 자세하게 들었다. 가출은 우발적인 것이었는데 여학생이 참 예쁜 아이였다고 한다. 학생 사안에 웬만해서 교장이 나서는 일이 없거니와 우발적 가출 정도의 사안에 교장이 나섰다는 것부터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지고 학부모공대위까지 꾸려지며 학부모 시위가 일어났다. 언론에도 한동안 떠들썩하게 다루어졌던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서울시 교육청은 그를 '직위해제'시켰다.

 

 

이에 앞서 이 교장은 당시 전교조 초창기에 전교조에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이유로 젊은 여교사를 교장실에 부른 다음 성추행을 시도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런데 사건이 잠잠해지고 몇 년 지난 뒤 서울시 교육청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작은 책자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맨 앞쪽에 '권두언'인지 뭔지에  황○연의 글과 사진이 실려 있었고, 괄호 안에는 '서울시 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이라는 직함이 붙어 있었다.

 

썩을 교육청... 이게 당시 서울교육청의 모습이었고 이런 사람들이 "우리가 남이가!" 정신을 발휘하며 서로를 끌어주고 감싸주며 공정택에까지 이른 것이다. 

 

국민들은 '직위해제'를 해임이나 파면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전교조 교사를 다룰 때는 직위해제는 곧 목을 치는 것이지만, 부패한 관료들의 비위를 다룰 때는 직무를 정지시키고 국민 여론이 잠자기를 기다리며 발령대기시키는 기만책일 뿐이다.

 

국민들이야 황○연이 당연 잘렸을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영전하여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천호동 거리를 지나가다 또 한번 깜짝  놀랐다.

 

곽노현 진보단일 교육감 후보 플래카드 바로 아래에 바짝 붙어서 매달린 플래카드에 황○연의 이름이 커다랗게 씌어져 있는 것 아니겟는가.

 

설마... 동명이인이겠지.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혹시나 하고 받아만 두고 내팽개쳐 두었던 선거공보물을 뜯어서 살핀다.

세상에나, 바로 그 황○연이 맞다. 그런데 그의 경력란에는 신양중 교장은 빠져 있다. 그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의원이 되겠습니다."

이게 공보물 맨 앞장에 크게 씌어진 타이틀이다.

 

"교육비리 척결하여 강동·송파교육 살리겠습니다."

이게 공보물 맨 뒷장에 크게 씌어진 구호이다.

 

 

이런 자가 교육의원 되겠다고 나섰는데도 누구 하나 태클을 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십 수 년 전 이 일을 겪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혹시나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지만 조용하다.

 

일이 터졌을 때만 분노하고 시간만 지나면 깨끗이 잊어주는 국민들...

그래서 썩은 놈들은 마음껏 해 쳐먹고 두들겨맞는 일이 생겨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리면 되므로!

 

 

공보물에 씌어 있는 그의 포상 내용을 보며 더욱 울화가 치민다.

 

  한국교육자 대상(스승의 상)

  황조근정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체육훈장 백마장

  대통령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