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매화, 그윽한 꽃향기

모산재 2015. 3. 25. 19:46

 

아파트 정원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서 이제 봄이 완연해졌음을 실감한다.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꽃망울이 동글동글해지더니 며칠 간의 따뜻한 햇살에 일제히 꽃망울이 터졌다. 맑고 깨끗한 것은 꽃잎의 기품만이 아니다. 다시 싸늘해진 오후의 공기 속에 전해지는 향기의 그윽함은 꽃잎의 맑은 성품 그대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상촌 신흠(申欽) 선생의 유명한 시구절이 아름답게 떠오르는 하루...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공)     오동나무는 천 년을 늙어도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상촌 신흠은 조선 후기 한문학의 4대가로 일컬어지는 월상계택(谿: 이정구, 신흠, 谿 장유, 이식을 일컬음)의 한 분!

 

 

앞에서 인용한 작품 전체를 감상해 보기로 하자.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오동은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柳經百別又新枝 (류경백별우신지)     버들은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매화꽃을 바라보며 잠시 옛 선비들의 마음가짐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