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고향의 가을 풍경이 아름다워요

모산재 2012. 10. 30. 22:31

 

추석날 고향에서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장면들이다.



 

추석 전날, 집 앞 개울에서 보를 쌓았다.


 



 

혼자 끙끙대며 쌓다가 너무 큰 바윗돌 몇 개는 큰 조카의 힘을 빌린다. 쌓아 놓고보니 제법 연못처럼 물이 고였다. 저 다리 밑에까지 물이 닿았으면 좋으련만 그건 '택도 없는 일'이다.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석으로 쌓은 제법 높은 보가 있었다. 그런데 경지 정리 공사하면서 보를 파버렸다. 보 위에 펼쳐졌던 잔잔한 개울과 보 아래에 깊은 소도 사라졌다.

 

어린시절 개울로 나서면 바위에 앉아 볕을 쬐고 있던 자라들이 인기척에 놀라 풍덩풍덩 물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던 보...

 



사라진 개울 풍경이 생각나서 땀을 좀 흘렸는데 몇 시간만에 제법 모양이 갖추어졌다.

 

 


 

마당 끝에는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자식들 김장해준다고 늙으신 어머니가 심은 건데, 자식들은 왜 심었느냐고 한 마디씩 제각기 타박이다. 무릎 관절이 좋지 못해 잘 걷지도 못하는 몸인데도 자식들 김장까지 챙기려는 어머니가 못마땅한 거다. 그래도 어머니는 못 들은 척이다.

 


 

쓰러져가는 집들, 블록 한 장에도 어머니의 흔적이 담겨 있다.

 

 

 


찬이슬 맞으며 벼가 여물고 있다.

 

 

 


 

집 앞 텃밭에는 콩과 파와 무와 감자 등을 고루 심었다.

 


 

 

하지만 지난 9월 16일 태풍 산바가 폭우를 몰고와 개울물이 범람하여 아픈 다리를 끌며 애써 지은 농작물의 대부분은 토사에 덮여 버렸다.

 


거기에다가 방축까지 유실되었다.

 

 



이렇게 개울을 따라 난 길을 받치던 석축도 무너져내렸다.

 

 


 

어쨌거나 황금들녁은 아름답지 않느냐!

 



 

남강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뱀장어가 올라왔던 우리 집 앞 개울이다. 보가 있던 시절에는 물이 아름다웠는데....

 

 

 


햇살 환하게 퍼지는 오전...  

 

 

 


다리 위쪽은 두 골짜기의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이곳은 '탱가리'라고 불렀던 퉁사리라는 물고기와 민물새우가 서식하던 곳. 뱀장어도 자라도 사라졌는데, 이들은 멸종을 면하고 지금도 살고 있는지...

 

 

왼쪽 골짜기,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다리 아래로 흐르는 이 계류는 여름날 나의 전용 샤워실...

 

 


 

 


오른쪽 골짜기에는 한때 마을 아이들의 수영장이 되었던 장소가 있다.

 

 

 

 

 

 

 


몇 년간 방치하였던 밤산으로 밤을 따러 간다. 

 

그 길에서 만나는 가을 꽃들.

 

 


실개천 가에는 물봉선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산의 능선 소나무 숲길은 미역취 꽃으로 환하다.

 

 


 

묵혀 놓은 밤산,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알밤이 많이 달렸다.

 

 

 


돌아오니 내가 준공한 보에서 꼬마숙녀 조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