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통령, 큰고니 헤엄치는 남한강 한번이라도 가 보신 적이 있는가…

모산재 2009. 12. 6. 23:37

 

미륵사지를 돌아본 다음날, 충주에서 여주까지 폐사지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시간 강길을 끼고 달리며 남한강을 구경할 수 있었다. 목계나루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아침햇살 반짝이는 남한강물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고, 청룡사지를 돌아나오는 길 소태면 복탄리 넓은 강에 큰고니 유유히 헤엄치는 풍경을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은 차를 세웠다.

 

 

제방 입구에는 4대강 정비사업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섰다. 강둑길을 따라 걸으며 가슴 속에서 뜨거움이 울컥 솟구치는데 거센 강바람 시린 줄도 모르겠다.

 

이곳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와 보았다면 무슨 말을 할까. 생태계가 이렇게 온전히 살아 있는 생명의 강을 죽었다 선언하고 이를 파헤쳐서 살리겠다고 외쳐대는 이들은 과연 제정신인 사람들일까. 

 

충주에서 급하게 흘러내린 강물은 이곳에서 잠시 넓어지면서 실어온 모래와 흙과 자갈과 바위돌을 내려놓고서 군데군데 퇴적지를 만들었다. 강물은 때로는 얕게 때로는 깊게 흐르며 저마다의 생명들이 다양하게 깃들 수 있도록 모래톱을 드러내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하고 여울지기도 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얕은 물 위에는 큰고니와 청둥오리떼들이 역광 반짝이는 물결에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생명들의 유영을 보라. 어째서 한강이 죽었다는 것인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생명들의 삶터를 죽은 강이라며 포크레인으로 파내고 운하 물길을 만들겠다는 것이 진정 이 나라 대통령이란 사람의 뜻이란 말인가. 

 

 

호수처럼 넓어졌던 강은 다시 급한 여울이 되어 여주 방향으로 굽이쳐 흐른다. 지금은 갈수기, 수질이 나빠질 시기이지만 강물은 눈이 시리게 맑고 투명하기만 하다. 손을 담가보며 '소나기'의 소년 소녀가 징검다리에 앉아 조약돌 던지며 담궜던 개울물을 떠올린다.

 

강천보가 생기면 저 흐르는 여울 물도 호수에 잠겨 사라져 버리겠지….

 

 

 

 

아닌 듯 변명하지만 '그들'은 운하 건설을 전제로 대대적으로 '하도 건설'을 하고 이곳 하류 지역에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라는 댐을 연달아 만들어 강물 스스로 만든 이 생명의 퇴적지를 파내고 여울을 수몰시키려 하고 있다. 

 

 

이날로부터 열흘쯤 지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란 이름을 내건 방송 3사의 특별 생방송을 통해 어이없게도 "강의 원래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사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그냥 강을 흐르는 그대로 놔두거나 오염과 생태 파괴의 근원을 차단하면 되는 일인데, 어째서 수십조 원을 들이부으며 강물 스스로 만든 생태계를 파내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려 든단 말인가. (하긴 이 날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만든 방재 시스템 관련 문건을 흔들어 보이며 -반론권도 없이 일방적으로- 마치 모두가 4대강 수해방지 예산인 양 왜곡하여 잘 모르는 국민들을 공공연히 속이는 용감함을 보였다.)

 

 

작은 개울물이 합쳐지는 퇴적지에 서서 강물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어쩌면 수몰될지도 모를 생명들을 잠시 살펴본다. 이미 대부분의 풀들이 다 스러져버렸지만 개울가에는 겨울나기 하는 몇몇의 풀들이 여린 잎들을 내밀고 있다.

 

개울가에는 물칭개나물이 대군락을 이뤄 파랗게 찬바람에 맞서고 있다. 그냥 마셔도 될 듯 싶게 개울물은 투명한 제 그림자를 고요히 잠긴 모래와 자갈 위에 비추며 흐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풀 하나…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봄맞이꽃 어린풀

 

 

 

대통령, 당신 충주에서 여주까지 남한강 강길 따라 한번이라도 걸어보시라. 맑은 물 잔잔한 호수처럼 넓어지다가도 여울되어 굽이치기도 하며 큰고니, 청둥오리 온갖 물새들 물질하고 모래톱엔 풀꽃과 나무들이 어울린 그림 같은 생명세상 풍경을!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차마 포크레인으로 파뒤집을 생각 못할 것이다.

 

한강이 썩은 청계천인가? 당신이 정말 이 나라 대통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