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4 고향, 벌초하는 날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벌초 행사에 올해는 참여하기로 합니다. 나흘 전 당숙 어른이 돌아가셔서 찾은 고향인데 벌초를 위해 또 찾습니다. 고향에서 먼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하지 않았고, 대신 불참 벌금을 내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 2008. 11. 30. 풍년화가 피었네 며칠만인가,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창밖엔 햇살이 환하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속에 허우적거리는 듯한 그런 공허... 이미 정오를 훌쩍 넘기고 있는 시각, 배낭을 메고 산언덕을 찾기로 한다. 해가 기우는지 살랑살랑 불기 시작한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데 죽음들이 따스한 .. 2008. 2. 28. 대학병원 담장 밑에 핀 봄까치꽃 응급실 의자에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담장 밑에 환하게 핀 큰개불알풀 꽃송이들을 발견한다. 열흘이나 지나다니면서도 보지 못했던 꽃인데... 다시 병실을 들러 배낭에 넣어 두었던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서 정성껏 담아 본다. 새끼손가락의 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이 하늘빛 꽃송이들, 내 지친 심신을 다 헹구어버릴 듯한 맑은 표정... 저 파릇파릇한 기지개, 저 환한 불꽃송이들! 꺼져가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모두 이처럼 깨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짜기의 논과 밭에, 그리고 산에서 나는 모든 것을 다 져 나르던 강철 두 다리는 젓가락처럼 말라 버렸고, 앙상한 두 어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고 있다. 그렇게 누우신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너무도 차분한 어머니의 전화 목소리를 .. 2008. 2. 27. 고향의 설날, 봄꽃은 피는데... 차례를 마치고 성묘길에 나선다. 입춘을 지난 날씨는 아름답다. 바람은 향기롭고 햇살은 부드럽다. 양지바른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서 사촌들과 조카들은 모두 함께 엎드려 절을 올린다. 강철 새잎, 질기고 싱싱하여라. 증조할아버지 산소에는 꿩의밥이 파란 잎을 뽐내고 있다. 저 거친 흰털로 칼바람 막으며 모진 겨울을 잘도 이겨내었다. 입춘이 지났는데, 화신(花信)인들 없을까... 그럼 그렇지! 뒷편 언덕을 두리번 거리던 내 눈에 불꽃 같은 양지꽃 한 송이가 들어온다. 물감이 뚝뚝 흐를 듯한 다섯 장의 노란 꽃잎과 묻어날 것만 같은 꽃밥의 색감이 좀 아름다우냐!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동생들에게 맷돌바우에 들렀다 가자고 한다. 3집만 남은 동네 맷돌바우엔 팔순의 집안 어른 두 분이 사신다. 사실 날이 많지.. 2008. 2. 27. 풀꽃들에게서 배운다 풀꽃들에게서 배운다 - 꿈꾸게 하는 교실은 언제일까 들꽃에 푹 빠져 카메라를 메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촌놈이다. 올해 이 학교에 처음 와서 야생화반을 하겠노라고 광고했더니, 아이들은 별 촌스러운 걸 다 한다는 표정이다. 딴은 촌놈 출신이 사실이니 별 억울할 것은 없지만, 뜨악해하는 반응에 섭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까이에서 봐! 잡초란 없다 교원노조 결성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 있던 1990년 봄,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나는 그 전까지 잘 찾지 않던 산을 자주 오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산길 주변 여기저기 돋아나는 풀나무들의 싹과 꽃들에 절로 눈길이 가게 되었고, 생명들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었다. 어느 늦은 봄날, 길가에 흔하게 자라는 마디풀을 바라보다가 잎줄기 .. 2006. 11. 22. '옥상의 민들레꽃'보다도 더 위대한 갯버들의 생명력 '옥상의 민들레꽃'보다도 더 위대한 생명 - 아크릴 지붕 흙먼지 속에 뿌리 내린 갯버들 1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버거워질 때가 가끔씩 있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서 초라한 능력, 쪼들리는 경제력, 볼 것 없는 외모를 문득 자각할 때,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을 때 어쩌다 한번쯤은 지구로부터 뿅~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메마르고 가파른 생존경쟁의 현실 속에서, 아무리 아둥바둥해도 도저히 좁혀질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 거대한 권력과 재력,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의 위력들 앞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시시함'에 시달려 보기도 한다. 그것까지도 다 견뎌낼 수 있는데, 내게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나 내가 소중히 여기던 그 무엇이 무너진다고 느낄 때 그 상실감 .. 2006. 10. 9. 추억의 찔레순 꺾어 먹기 별로 먹을 게 없었던 예전 시골 아이들, 봄이 되면 송기를 깎아 먹거나, 삘기를 뽑아 먹거나, 아니면 찔레를 꺾어서 먹었다. 봄에 물 오르는 소나무의 꼭대기 줄기를 낫으로 잘라내어 겉껍질을 벗겨내고, 목질부와의 사이에 하얀 물관부 섬유질을 낫으로 살살 긁어 내어 먹으면 그런대로 달착지근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향긋한 솔내와 함께... 봄 언덕 띠풀이 파릇 자라나고 피기 전 연한 꽃살이 길쭉한 삘기 풀대 속에 통통하게 차오르면 그걸 까서 먹었다. 말랑말랑 꽃살의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며... 4월말이면 찔레순이 묵은 가지에서 통통하게 자라나면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통째로 먹는다. 그냥 자라게 두면 딱딱한 나무가 될 연한 새 가지 속살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란... 찔레순 중에서 통통하게 20~30c.. 2006. 5. 11. 버들개지, 봄이 오는 소리 1월 29일, 설날입니다. 햇살이 봄날처럼 따스하여 집 앞 냇가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개울 물 소리는 명랑한데 솜털 보송보송한 버들개지. 갯버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봄이 왔더군요.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켠다. 겨울은 얼마나 길었더냐! 두터운 겨울옷 머리 위로 벗어내며 얼음장 아래 명랑한 물소리 쫑긋 귀기울인다. 부스스한 얼굴 부끄러울까 제 얼굴 물 위에 비춰보는데 2006. 1. 31. 간첩은 '녹음기'를 노린다? 간첩은 ‘녹음기’를 노린다?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아침 싱그러운 햇살 속에 잠든 너의 숨결 위로 묻어나는 행복. 별이 되어 바람이 되어 추억에 잠기면 어느새 잠에서 깨어 날 부르며 웃는 너. baby never say goodbye. 단 한사람 너만 있어 주면 돼, 이 세상 무엇도 널 대신 할 순 없어. baby don't you ever cry .…. 지금 나는 내 블로그 음악으로 김종국의 노래를 듣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 왜 그러셔? 갑자기 젊은 노래를 다 듣고..." 라며 밉지 않은 핀잔도 준다. 노래가 좋은데 어쩌라고! 그럼에도 곡과 노랫말이 다 좋은 이 노래가 자꾸 내 맘에 걸리는 것은 노랫말 속에 섞여 있는 별 것 아닌 영어다. 그냥 우리말로 했으면 더 좋았을 걸…. 지난해 초 2박 3일.. 2006. 1. 2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