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100mm로 담은 기암절벽의 바위산, 합천 모산재

모산재 2011. 10. 30. 17:26

 

추석날 오후에 찾은 모산재.

 

자욱한 안개에 모습을 감춘 황매산 정상을 포기하고 황매평전에서 능선을 타고 모산재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능선길에서 내려다보는 모산재 풍경은 어둡고 흐릿하다. 점심때 비까지 내린 궂은 날씨였는데 비가 그친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만 맑은 풍경을 담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더구나 황매산 정상으로 올라 들꽃 찍을 계획으로 100mm 접사렌즈만 장착하고 나선 터라 풍경조차도 담을 수 없는 형편이니...

 

 

  

해발 676m의 모산재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 반이 지날 무렵...

 

 

 

건너편으로 흔들바위와 아찔한 절벽을 오르는 철제 계단이 바라보인다.

 

 

우리는 흔들바위라 불렀건만(어린 시절 올랐을 때 바위가 흔들렸다는 기억은 없지만...) 지금은 돛대바위로 널리 알려진 모양이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터에 소풍을 왔다 점심시간과 자유시간을 이용해 저 흔들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 그 앞에 엎드려 절벽을 내려봤던 기억이 난다.

 

수백 미터 낭떠러지가 선사해 준 그 짜릿했던 전율을 지금도 잊지 못하지... 

 

 

  

꿩이 엎드리는 형국에 자리잡아서 복치동(伏雉洞)이라 부르는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로 긴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숟가락 엎어 놓은 모양의 봉우리, 그래서 숟가락재라 불렀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갈 때에는 저 숟가락재를 넘어갔다. 흐릿하게 보이는 저 너머 마을이 바로 내가 사는 동네... 

 

 

 

모산재 정상에서 황매산으로 가는 갈림길, 선 채로 말라죽은 소나무에 누군가가 새로운 생명의 숨길을 불어 넣었다.  

 

 

  

옛 영암사터 옆쪽에 새로 지은 절이 내려다보이고...

 

 

 

울산바위를 연상시키는 우람한 모산재 앞모습이 점차로 나타난다.

 

 

 

모산재 정상 능선 서편에는 무지개터가 있다. 작은 웅덩이가 있는 곳에는 무지개가 서는데, 예로부터 용이 승천하는 명당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묘를 쓰기를 원하지만 온 나라가 흉년이 든다 하여 묘 쓰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는 곳이다.

 

웅덩이 모습은 100mm로 담기지 않아 포기...  

 

 

 

모산재라는 이름이 이 작은 웅덩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그것은 웅덩이=못(淵)이 있는 산이라 '못산'으로 불렀다가 '모산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모산재 서쪽 암릉과 대기마을

 

 

 

 

정상 암반의 바위 모습

 

 

 

철제 계단을 향하는 길, 영암사터로 내려서게 된다.

 

독특한 바위면의 모습이 여러 가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건너편 거대한 돌장승을 연상시키는 바위들

 

 

 

돛대바위로 불리고 있는 흔들바위

 

 

 

 

 

모산재는 영암사가 있던 마을 감바위에서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자연 암괴로 솟은 바위산이며 고개이다.

 

한자어로 '묘산(妙山)'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설악산 울산바위나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케 하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가득하다. 최치원이 도를 닦았다는 득도바위, 부처 형상의 부처바위, 두 바위 사이를 통과하며 남녀 순결을 확인한다는 순결바위, 다섯 손가락 모양의 손가락바위 등...

 

 

 

 

 

 

 

 

 

 

 

 

신라 고찰 영암사 터가 내려다보인다.

 

 

 

대기 저수지.

 

황매산에서 흘러내리던 아름다운 계곡이 커다란 저수지로 인해 녹조 심각한 물이 되었다. 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경제적 이득은 조금 얻었겠지만 맑음 물이 흐르던 아름다운 계곡을 잃어버렸다. 덤으로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도 얻었고...

 

 

 

능선의 바위 봉우리들도 아름답다.

 

 

 

이 두 바위의 형상은 참 묘하지 않은가.

 

명상에 잠긴 여래의 두상 앞에 돌고래가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 듯한 모습...

 

 

 

벌써 해가 서산으로 기울이 산은 어스름에 잠기고 있다.

 

 

 

 

 

 

가파른 능선길을 내려오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영암사터에 도착했을 때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쌍사자 석등과 삼층석탑이 어둠 속에 조금씩 잠기고 있었다.

 

 

 

 

고향에 있는 산과 절터이지만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다. 햇살 화창한 어느 날엔가 다시 꼭 찾아야겠다 생각하며 조카들이 몰고온 승용차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