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고향의 산과 들에 가득할 신록과 봄꽃들이 그립기도 하여 고향을 찾는다.
하루 전 금요일 오후 진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데 누나와 자형의 전화에 삼가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 기훈이 녀석이 호주에서 돌아온 기념 겸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화창하다.
아마도 꽃이 다 졌을 거야, 궁금하던 애기봄맞이를 살펴보기 위해 큰집 마당으로 간다. 세상에나! 온 마당 가득 애기봄맞이꽃이다. 우산살 가득한 꽃대에 깨알 같은 흰 꽃이 안개꽃처럼 피었다.
아직도 겨울바람이 살랑이던 지난 2월, 겨울나기 한 어린싹들이 가득 자라고 있는 걸 보긴 했지만 제대로 자라나기나 할까 싶었는데 아주 지천으로 피었다.
지난해에는 4월 중순에 한창이었는데, 올해는 봄 추위 탓으로 꽃이 두 주 이상 늦게 피었다. 다행스럽게도 큰어머니가 아들네에 가 있어 집을 비우고 있는 바람에 무사하게 잘 자랐다. 큰어머니가 집에 계셨더라면 제초제 세례를 받고 거의 전멸하였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는 그랬으니까...
축담 돌틈에는 금창초 보랏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향의 산과 들은 금창초 천지다.
금창초도 4월이 한창이고 5월이면 거의 지지만 올해는 지금이 한창이다. 꽃들이 날씨에 이처럼 민감한 것인가...
큰어머니가 지키지 않는 집 마당은 잡초들의 천국이 되었다. 개구리자리도 축담 앞에서 노란 꽃을 피웠다. 운 좋은 녀석들이다.
장대에서 경운기에 싣고 온 고추 모종을 받아 어머니가 집 앞 논에 심는 동안 나는 산과 들 산책을 나선다.
기분 좋은 청보리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게 만드는...
벌씀바귀도 피었고
이고들빼기도 피었다. (새 카메라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해 이 모양이다...)
부전나비도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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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씀바귀도 피었다.
선산의 등성이에는 애기꽃이 아주 흔하다.
졸참나무도 꽃이삭을 늘어뜨리고 있다.
땅비싸리도 이제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다.
삽주 어린 싹은 이런 모습이다. 나물로 먹으면 최고인데...
두 주쯤만 지나면 꽃을 피울 노루발풀. 매화노루발인 줄 알고 찍었는데 아니네...
이 녀석은 잔대인지...
물풀들이 어떤 모습일까 찾은 곰밭골 연못, 그 무성하던 마름은 아직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냥 우렁이만 가득할 뿐...
뽕나무 꽃은 지고 있다.
지난해의 열매를 달고 새 꽃대를 올리는 노루발풀
미나리아재비꽃이 흐드러지게 너무도 예쁘게 피었는데, 사진은 완전 실패작으로 남았다.
꿩의밥도 꽃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
점나도나물
초피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잎을 건드리니 향기가 진동한다. 운향과 나무의 특징이지만 향기가 워낙 유난하다. 비슷하게 생긴 산초나무보다 훨씬 빨리 꽃을 피운다.
이것은 수꽃이고
이것은 암꽃이다.
띠밭골 골짜기에서 구슬봉이를 만난다. 아주 예쁘게 피었건만 카메라에 부적응한 관계로 그만...
이것은 왜제비꽃일까, 털제비꽃일까...
여기서 갑자기 전원이 꺼져버린다. 예비 전지를 가져 왔어야 했는데...
이미 점심 때가 가까웠으니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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