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93

고향의 봄꽃들 (2) 은방울꽃, 물솜방망이, 옥녀꽃대, 각시붓꽃, 탱자꽃

점심을 먹고 출발하겠다는 막내동생의 전화를 받고선 무료한 오후 시간 동심 여행을 나서기로 한다. 어린시절 소먹이러 다니던 산을 찾아보기로 한다. 몇 년 전에도 가보았던 길이지만 계절을 달리하여 찾으면 또 색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으리. 집 마당에서 꽃 핀 시금초도 담아 보고 호두나무 높은 가지에 달린 꽃도 살펴보지만 암꽃은 보이지 않고 수꽃만 보인다. 70mm, 초점거리가 짧으니 자세히 담기지 않아 안타깝다. 자꾸만 하이엔드 카메라가 그리워진다. 모과꽃도 피었다. 마을 뒤, 소 먹이는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이던 모래등으로 오른다. 경운기가 다니는 길을 만드느라 산허리를 잘랐는데 그 곱고 향기로운 흙의 결에 한동안 마음을 빼앗긴다. 이것은 고비 종류로 보이는데.... 키가 1m쯤이나 높게 자랐다. 뜻밖에도 ..

풀꽃나무 일기 2010.05.24

고향의 봄꽃들 (1) 애기봄맞이, 금창초, 애기풀, 초피나무, 구슬봉이

주말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고향의 산과 들에 가득할 신록과 봄꽃들이 그립기도 하여 고향을 찾는다. 하루 전 금요일 오후 진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데 누나와 자형의 전화에 삼가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 기훈이 녀석이 호주에서 돌아온 기념 겸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화창하다. 아마도 꽃이 다 졌을 거야, 궁금하던 애기봄맞이를 살펴보기 위해 큰집 마당으로 간다. 세상에나! 온 마당 가득 애기봄맞이꽃이다. 우산살 가득한 꽃대에 깨알 같은 흰 꽃이 안개꽃처럼 피었다. 아직도 겨울바람이 살랑이던 지난 2월, 겨울나기 한 어린싹들이 가득 자라고 있는 걸 보긴 했지만 제대로 자라나기나 할까 싶었는데 아주 지천으로 피었다. 지난해에는 4월 중순에 한창이었는데, 올해는 봄 추위 탓으로 꽃이 두..

풀꽃나무 일기 2010.05.24

계축옥사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합천 화양리 소나무

봄방학이 끝나는 주말 대보름날, 어머니 생신을 열이틀 앞당겨서 온 가족들이 모였다. 귀한 만남에 뜻을 모아 해인사를 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해인사를 못 본 사람도 있고 백련암과 원당암 등 암자를 제대로 구경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해인사로 가는 도중 막내아우의 제안으로 묘산 어느 마을에 있다는 멋진 소나무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이품송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소나무가 있다는 거다. 대병, 용주, 합천, 묘산을 거쳐 화양리로 찾아가는 길은 꽤 멀다. 해발 500m의 산간 오지 화양리 나곡마을을 오르는 좁은 길은 산청 정취암이나 운길산 수종사 오르는 길을 연상시킬 만큼 급하게 비탈진 산허리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네 대의 승용차가 하늘을 향해 헐떡거리며 올라선 막다른 길 끝에 작은 마을 ..

팔순 노모, 메밀묵을 만드시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늙으신 어머니 혼자 계시는 고향집으로 갑니다. 아버지 차례상에 올릴 제수 장도 봐야 하고, 사랑방 난방을 위해 땔감도 해야 하고, 산소 주변 찔레와 칡덩굴 얽힌 덤불도 쳐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내리던 비와 눈이 그치지를 않습니다. 자고 일어난 아침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삼십 리 길을 갑니다. 늙으신 몸에 오래 전부터 좋지 않은 무릎관절로 걸음이 불편한 노모는 장을 미리 두 번이나 봐서 어물은 마련해 두었답니다. 막내동생은 과실을, 그 윗동생은 떡을 해오기로 했으니 오늘은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만 사면 된답니다. 육류 외에도 사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내가 들고 다니기에도 버거운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그 무거운 제수들을 챙길 수 있었을까..

사는 이야기 2010.02.26

황매산의 억새, 용담, 꽃향유, 조밥나물, 쓴풀, 자주쓴풀, 빗살서덜취, 물매화

추석날, 늦은 오후 바람을 쐴 겸 동생과 조카와 함께 황매산을 찾는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에 가을소풍을 갔다 모산재를 거쳐 삼봉에 올랐던 일이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산... 특히 삼봉의 바위절벽에 불 붙듯 붉게 물든 단풍을 처음 보았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풀꽃나무 일기 2009.10.31

고향 뒷산의 돌가시나무,쥐깨풀,누린내풀,좀담배풀,쇠풀,나도기름새,쥐꼬리새,감태나무

내일이 집안 조상님들 산소 벌초하는 날이라 두 주일만에 또 고향을 찾았다. 삼가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는데, 타고 보니 전에 없이 미터기로 요금을 받는다. 지금까지 8,000원 받던 요금이 갑자기 14,000원으로 급상승이다. 이런 날벼락이 다 있나, 알았더라면 20분만 더 기다려 완행..

풀꽃나무 일기 2009.09.29

벼과의 꽃들(쥐꼬리새풀,새,억새,쇠치기풀,바랭이,수크령), 물질경이, 벗풀, 며느리밑씻개

8월 23일 일요일 오전 아직 햇살이 따가운 고향의 들녁엔 벼과의 풀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화려한 꽃잎이 없어 사람들로부터도 곤충들로부터도 눈길 받는 법이 없이 볼품없는 꽃, 그래서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꽃잎이 ..

풀꽃나무 일기 2009.09.17

늦여름 악견산의 대팻집나무, 사람주나무, 흰가시광대버섯, 병아리난초, 가는명아주, 진홍색간버섯

아버지 기일이라 고향을 찾는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저녁에 대처에 흩어져 사는 삼촌들과 사촌 형제들 모두 와서 함께 제사에 참례한다.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족제도의 전통, 그 따스함과 무거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자고 일어난 아침 아버지 산소를 둘러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

풀꽃나무 일기 2009.09.17

고향 산골의 상사화, 실새삼, 며느리배꼽, 좀가지풀, 긴꼬리명주나비, 제이줄나비, 보풀, 수염가래

고향 산골의 상사화, 실새삼, 며느리배꼽, 좀가지풀, 긴꼬리명주나비, 제이줄나비, 보풀, 수염가래 2009. 07. 20. 월요일 자고 일어난 아침은 언제 그랬나 싶게 화창하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 마음도 활짝 갠 듯 상쾌하다. 오늘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날, 아침 일찍 서둘듯 떠나면 어머니가 ..

풀꽃나무 일기 2009.07.30

고향 산골의 풀꽃나무들/ 산초나무, 가래, 사위질빵, 금불초, 큰조롱, 자귀나무

고향 산골의 풀꽃나무들/ 산초나무, 가래, 사위질빵, 금불초, 큰조롱, 자귀나무 2009. 07. 19. 일요일 주말, 두 달만에 찾은 고향, 장마 기간이라 비가 많이 왔겠거니 했는데 비가 자주 오긴 해도 개울물이 날 만큼은 오지 않았단다. 바람없는 후텁지근한 날씨, 선풍기를 틀어놓고 늙으신 어머니가 차린 늦..

풀꽃나무 일기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