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추석 날 고향 뒷동산의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5. 10. 12. 00:23

 

추석 전날 고향을 찾습니다.

 

선물꾸러미를 들고 개울길을 따라 대문을 들어서면 아버지 어머니가 축담으로 내려서면 "아이고, 니가 오나!" 하고 반갑게 맞이하던 그 풍경이 이젠 아득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텅 빈 집을 들어서니 셋째 동생네 제수 씨와 어린 조카들이 맞이해 줍니다. 동생은 식구들을 집에 데려다 놓고 어머니를 모시러 요양원으로 갔다 합니다. 

 

 

 

다른 형제들과 가족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기가 좀이 쑤셔 참으로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추억 여행, 뒷동산 산책을 나섰습니다. 40여 년 전 소 먹이러 다니던 이 산 언덕, 저 산 등성이를 찾아나서기로 합니다. 

 

 

 

초등학교 뒷산길을 따라 마을 뒤편 정자나무 아래로 가는 길은 밤나무 과수원, 임도에는 잘 익은 밤송이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습니다. 이 밤들을 거둘 건강한 노동력이 사라져버린 마을은 추석 전날인데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왕밤 한 알 주워서 이빨로 깨문 다음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엄지 손톱으로 보니를 밀어서 오도독 깨물어 맛을 봅니다.

 

 

 

동네 뒤 산 봉우리를 가로지르는 막골 쪽 길로 들어섭니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연황색 빛이 감도는 흰 버섯...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갓 가장자리에 하얀 젖이 몇 방울 맺혀 있어 젖버섯 종류인 굴털이인 듯합니다.

 

 

 

 

갓이 위로 뒤집어지며 흙을 뒤집어 써서 북한에서는 흙쓰개젖버섯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젖에는 고추처럼 매운 맛이 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가을날 새콤한 열매를 따 먹었던 기억이 있는 정금나무를 찾아보니 늦은 계절 탓인지 열매는 두어 개 달려 있을 뿐이라 그냥 지나칩니다.

 

 

 

벌써 가을이 깊었나요. 

 

동글동글 보석 같은 녹색의 포자를 단 고사리삼 하나가 자라났습니다. 

 

 

 

 

발길을 옮기다보니 임도의 언덕에는 꼬리고사리가 제법 많이 보입니다.

 

 

 

포자를 확인하고 싶어 들쳐보니 포막에 덮인 갈색 포자들이 초승달 모양으로 달려 있습니다. 지라(비장) 모양이라고도 합니다.

 

 

 

 

돌가시나무는 열매 모양도 찔레와 아주 닮았습니다.

 

 

 

 

댕댕이덩굴이 머루처럼 조랑조랑 달렸습니다.

 

 

 

 

 

양지바른 임도 주변에는 개쑥부쟁이가 흐더러리게 피기 시작했습니다.

 

 

 

 

 

쥐꼬리새풀은 정말 쥐꼬리처럼 생겼습니다.

 

 

 

 

삽주도 흰 꽃을 피웠네요~.

 

 

 

 

 

아주 오랜만에 개솔새를 담아 봅니다.

 

 

 

 

두 종류의 지의류가 이웃하여 살고 있는 모습이 흔하게 보입니다.

 

 

 

 

또 하나의 젖버섯을 만납니다.

 

유액을 관찰하기 위해 갓을 자르니 노란 젖이 나오는 걸로 보아 노란젖버섯인 듯합니다.

 

 

 

 

 

어린 시절 나무 한 그루 없던 소 치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곳, 막골로 이어지는 긴 산등성이는 솔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팀을 나누어 깔래라고 불렀던 공깃놀이를 하거나 진돌이 놀이를 즐겼던 산등성이 운동장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산은 이렇게 변하는 동안 이곳에 뛰어놀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서 살고 있을까요...? 

 

 

 

 

 

가을이 깊었는데 솔숲 아래는 이런저런 버섯들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회갈색 갓 지름이 20cm쯤 되는 큰 버섯 하나. 이름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황금꾀꼬리버섯으로 보이는 버섯들이 아주 흔하게 보입니다.

 

 

 

 

이곳에는 노루발과 매화노루발이 이웃하여 자라고 있습니다.

 

 

 

 

 

거의 아랫동네에 가까운 지점까지 산등성이를 헤치고 왔지만 숲이 사방으로 시야를 막아,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정다운 산들의 풍경을 볼 수가 없습니다.

 

 

결국 풍경이라곤 보지도 못하고 그 지점에서 돌아서기로 합니다.

 

 

 

담쟁이 단풍이 참 독특하지요~.

 

 

 

 

흔해서 그냥 지나치기만 하던 미역취 꽃이 하도 탐스러워서 담아 봅니다~.

 

 

 

 

오후 다섯시쯤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가 서산의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니 어둠이 깃드는 듯합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긴 산등성이를 이룬 진먼등이 쪽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아마도 갈래등골나물이지 싶은 등골나물을 만납니다.

 

 

 

국생정에는 이름만 등록되어 있고 기재문은 누락되어 있는 종인데, 잎에는 잎자루가 있고 잎 밑부분에서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특징이 있어 이것이 아마도 갈래등골나물이 아닐까 추정해 보는 겁니다. 

 

 

 

 

나도바랭이새를 닮았는데, 이삭이 가늘고 작아 애기나도바랭이새일까 했는데 민바랭이새라고 한다.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불을 밝힌 듯 환하게 핀 조밥나물 꽃을 담아봅니다.

 

 

 

 

검붉은 꽃을 피운 큰참나물을 만납니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해 ISO를 3200에 맞춰서야 이 정도의 사진이 겨우 담깁니다.

 

꽃을 피운 개체는 둘밖에 보이지 않는데, 주변에는 뿌리잎만 보이는 개체들이 여럿 보입니다.

 

 

 

 

 

멀리 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나타나 급히 셔터를 누르고 보니 빛 조절이 안 맞습니다.

 

 

 

다시 초점거리를 맞추는데 달아나 버리는 고라니...

 

 

 

양지바른 진먼등이, 한겨울에도 쑥부쟁이 꽃을 보여주는 곳이었는데 초여름에 피는 인동덩굴이 철 늦은 꽃을 피웠습니다.

 

 

 

 

버들금불초로 보이는 금불초도 환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톱으로 자른 듯한 소나무의 나이테와 거의 같은 모습인 이 버섯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곱게 자란 조개껍질버섯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려오는 산길에서 곱새고사리로 보이는 고사리를 만납니다.

 

 

 

 

말굽형의 포자인데, 성숙한 모습이어선지 둥근 모양처럼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서녘 하늘이 선홍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달이 지구에 드물게 근접해서 수퍼문이라고 떠들썩한 한가위 전날의 달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