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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고향의 봄꽃들 (2) 은방울꽃, 물솜방망이, 옥녀꽃대, 각시붓꽃, 탱자꽃

by 모산재 2010. 5. 24.

 

점심을 먹고 출발하겠다는 막내동생의 전화를 받고선 무료한 오후 시간 동심 여행을 나서기로 한다. 어린시절 소먹이러 다니던 산을 찾아보기로 한다. 몇 년 전에도 가보았던 길이지만 계절을 달리하여 찾으면 또 색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으리.

 

 

집 마당에서 꽃 핀 시금초도 담아 보고

 

 

 

 

 

호두나무 높은 가지에 달린 꽃도 살펴보지만 암꽃은 보이지 않고 수꽃만 보인다. 70mm, 초점거리가 짧으니 자세히 담기지 않아 안타깝다. 자꾸만 하이엔드 카메라가 그리워진다.

 

 

 

 

 

모과꽃도 피었다.

 

 

 

 

 

마을 뒤, 소 먹이는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이던 모래등으로 오른다. 경운기가 다니는 길을 만드느라 산허리를 잘랐는데 그 곱고 향기로운 흙의 결에 한동안 마음을 빼앗긴다.

 

 

 

 

 

이것은 고비 종류로 보이는데.... 키가 1m쯤이나 높게 자랐다.

 

 

 

 

 

 

뜻밖에도 노랑제비꽃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 노랑제비꽃을 구경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미 꽃은 다 지고 없고 씨방만 남은 모습이다.

 

노랑제비꽃 군락지는 진먼당(긴 등성이) 가는 길 주변에도 보였다.

 

 

 

 

 

모래등 느티나무 고목 아래는 은방울꽃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마침 앙증스런 하얀 은방울꽃을 피우고 있다.

 

 

 

 

 

망개넝쿨이라고 불렀던 청미래덩굴도 꽃을 피우고 있다. 잔뜩 달린 암꽃, 몇 주 뒤엔 새콤한 맛의 푸른 열매가 달릴 것이다.

 

 

 

 

 

팥배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각시붓꽃은 진먼다 솔숲 곳곳에서 화려한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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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올라가본 이후로 가보지 못한 벼락꼭대기로 오르기로 한다. 한없이 이어지는 솔숲이지만 다행히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어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른다.

 

 

 

 

 

숲이 앞을 가려 마을 쪽 전망을 전혀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꼭대기의 넓은 들은 아직도 관리되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어린 시절 이곳에 기르던 목화 열매를 참 많이도 서리해 먹었다. 덜 익은 목화 열매는 단 맛이 있어 다래라 부르며 먹을 것 없던 시절 시골 아이들의 서릿감이 되곤 하였다.

 

 

 

 

 

 

각시붓꽃

 

 

 

 

 

뜻밖에도 이 부근에는 난초들이 꽤 많이 자생하고 있다. 고도가 제법 높은 곳이지만 볕바라기가 좋아서인지 오솔길 따라 난초들이 줄지어 있는 듯하다. 꽃 필 무렵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감태나무꽃이 피었을까 해서 찾았더니 이미 꽃이 지고 없다. 서울의 홍릉수목원에는 소식조차도 없더니...

 

 

 

 

 

등골로 가는 길에서 뜻밖에도 옥녀 꽃대를 만난다. 홀아비꽃대는 수도 없이 만났지만 옥녀꽃대는 남부지방에만 자생하는 것이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꽃이 내 놀던 동산에 자생하고 있을 줄이야.

 

동네라곤 보이지 않는 심산지역인 이곳, 엉뚱하게도 숲을 다 쳐내고 밤나무 과수원이 된 휑한 곳이 온통 옥녀꽃대밭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어름꽃도 피기 시작했고... 

 

 

 

 

 

아래신사등골이라 불렀던 골짜기로 힘겹게 헤치고 들어서 보았는데 원시의 골짜기였던 그곳도 밤나무 과수원으로 변해 있어 실망만 하고 돌아선다. 계곡물을 막아 물레방아를 만들어 돌리며 놀던 골짜기는 숲이 사라진 탓인지 물 한 방울 없이 말라 있다.

 

 

 

 

 

숲이 사라진 양지쪽 밤산, 휑한 풀밭은 땅비싸리 차지가 되었다. 따가운 오후 햇살에 땅비싸리 붉은 꽃이 불타오른다.

 

 

 

 

 

골짜기에 가득 덤불을 이룬 찔레나무에서 찔레를 꺾어 먹는다. 통통한 순을 가진 찔레들을 꺾어 먹을 아이들이 없으니 나 혼자서 포식을 한다. 찔레의 아삭한 질감과 새콤하게 배어나는 단물맛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솜방망이 한 포기가 외로이 피어 있다. 솜방망이는 강강수월래로 원을 그리며 예쁘게 피는데, 이 녀석은 꽃가지가 아주 불규칙하다. 

 

 

 

 

 

대규모 은방울꽃 군락이 밤나무 동산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보리수나무도 황백색의 꽃을 가지마다 잔뜩 달았다. 

 

 

 

 

 

소먹이러 다니던 시절 가을날 따먹던 그 새콤한 정금나무 열매맛을 떠올리며 나무가 있던 자리를 찾아보지만 모두 밤나무 과수원이 되어 원래 있던 나무들이 모두 제거되었으니 보일 리가 없다. 

 

 

다시 목고랑을 지나 동네 뒷산길을 돌아 오는데 묘한 느낌에 쳐다본 나무가 바로 정금나무 아니냐...! 다행히 이곳은 원래의 숲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직 꽃맹아리만 움직거릴 뿐 꽃이 피기에는 꽤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동네 호야 형네 집 뒤 대밭에는 탱자 꽃이 하얗게 피고 있다. 탱자꽃이 저리 예쁜 줄 어린 시절에는 왜 몰랐던고...

 

 

 

 

 

 

그러구러 소먹이던 시절 동심 여행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오니 동생 내외와 귀여운 딸 민지가 와 있다.

 

내가 찍은 사진 이야기를 하다가 애기봄맞이 존재를 확인하고선 모두 감탄이다. 그 작은 하얀 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