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황매산의 억새, 용담, 꽃향유, 조밥나물, 쓴풀, 자주쓴풀, 빗살서덜취, 물매화

모산재 2009. 10. 31. 22:19

 

추석날, 늦은 오후 바람을 쐴 겸 동생과 조카와 함께 황매산을 찾는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에 가을소풍을 갔다 모산재를 거쳐 삼봉에 올랐던 일이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산... 특히 삼봉의 바위절벽에 불 붙듯 붉게 물든 단풍을 처음 보았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산골이면서도 집집마다 땔나무를 워낙 많이 하던 시절이라 민둥산과 다름없었던 야산에 단풍나무는 없었으니까.

 

 

황매산 오르는 길은 근년에 깨끗이 포장이 되어서 산이라기보다는 공원을 찾는 듯한 기분이다. 추석날인데 황매평전 주차장엔 꽤 많은 차들이 들어섰고 차황 쪽으로 넘어가는 길엔 사람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 못 미쳐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낮은 등성이를 따라서 오르기로 한다. 풀섶 여기저기에는 용담과 미역취 등이 꽃을 피우고 있다. 등성이에 올라서자 너른 품이 포근한 황매산이 다가선다. 

 

황매산 상징인듯 솟아 잇는 세 개의 바위봉우리 '삼봉', 어린 시절에는 큰집 마당 끝에 서서 늘 쳐다보곤 했었는데... 지금은 가까운 산의 나무들이 많이 자라 시야를 가려 버린 바람에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용담 꽃과 꽃등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이 출렁이던 언덕에는 억새의 물결로 출렁인다. 늦은 오후의 기우는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꽃향유

 

 

  

조밥나물

 

 

  

능선 풍경

 

 

 

 

 

  

서양톱풀이 이 고산 평원에 퍼졌다. 서양톱풀의 열매와 잎...

 

 

 

  

쑥부쟁이

 

 

  

억새밭의 장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인지 올해에는 억새밭이 유난히 넓어진 느낌이고 이전에 장관이었던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별로 보이지 않아 의아스럽고 아쉬운 맘이 든다.

  

 

주차장에서 산청군 차황쪽으로 넘어가는 길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놓았다. 중간에 차량 통행을 차단해 놓기는 했지만 그 아래에까지 수많은 차들이 올라가서 주차해 놓은 풍경이 눈에 거슬린다. 속도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찾는 공간에까지 ...

 

 

  

구절초

 

 

  

자주쓴풀

 

 

  

수리취

 

 

 

  

익모초

 

 

  

산부추

 

 

  

물매화

 

 

 

 

 

  

빗살서덜취

 

 

 

  

자주쓴풀

 

 

  

쓴풀

 

 

  

예전에 보았던 앉은좁쌀풀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앉는다. 꽤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꽃이야 이미 졌다 하더라도 흔적은 남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마도 심은 것이지 싶은데 도로변 언덕에는 장미와는 다른, 찔레와 유사한 붉은 꽃들이 활짝 피었다.

 

  

 

합천군에서 철쭉제를 대대적으로 벌이며 이제 전국적으로 황매산이 유명해졌지만 잃어 버리는 것도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인위적으로 산철쭉을 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길을 뚫고 포장하면서 생태 환경도 많이 파괴되고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황매산을 볼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공원화된 황매산이 편리해져서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