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고향에서 만난 자주감자꽃, 흰쥐꼬리망초, 실새삼, 미국실새삼, 혀버섯, 은이끼(?)

모산재 2017. 10. 12. 22:45


추석 전날 고향집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쯤.


바로 우물가에서 숫돌에 낫을 갈아 들고, 그리고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아버지 산소 벌초를 간다. 7월 하순에 조카가 한번 벌초를 하였건만 두 달이 지나니 또 풀들이 숲을 이루었다.



집 앞 개울가 우리 논에서는 작은어머니와 사촌동생이 쪼그리고 앉아 정답게 땅콩을 캐고 있다. 어머니가 쓰러진 뒤 작은어머니가 그 땅에 농사를 지으시는데 땅콩, 감자, 고추, 배추 등이 참 잘도 자란다. 






이 깊은 가을에 고구마꽃이 아니라 감자꽃이, 그것도 자주감자꽃이 피고 있다니 참 새삼스런 느낌이다.






독뫼 다리를 건너는 곳에서 이끼를 발견하고 살펴보는데 노안에 구별이 되기나 해야지~.


서울로 돌아와 모니터로 봐도 잘 모르겠다.


 

요넘은 넓은잎윤이끼일까 싶고...




그리고 요놈은 은이끼나 겉은이끼이지 싶다.





논언덕에서 뜻밖에 흰쥐꼬리망초를 만난다. 둘러봐도 딱 한 개뿐이다.






아버지의 봉분과 어머니의 가묘 봉분을 낫으로 벌초를 마칠 무렵에야 늦게 도착한 조카들이 예초기를 메고 온다.


산소가 워낙 넓어서 벌초를 마치고 나니 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장비를 집에 갖다 놓고 개울로 가서 두 조카와 훌렁 벗고 세숫대야 등목으로 땀을 씻는다.




이튿날 추석 아침, 집 앞 콩밭에서 실새삼 꽃과 열매를 담는다. 








당에 비 맞으며 방치된 평상에서는 혀버섯이 자라고 있다.





헛간 속에서 어떻게 자라났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단 큰닭의덩굴





차례를 지내고 작은집 화단에서 만난 실새삼.


숙주가 콩이 아니니 실새삼은 아닐 테고, 혹시나 갯실새삼일까 싶어 모니터에서 확인해보니 그냥 미국실새삼인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는 많이 여위신 모습이다. 손 한번 잡아 드리고 아침에 물수건으로 얼굴 한번 닦아 드린 게 내가 한 전부다. 뭔 말이라든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것도 잘 하지 못해서 마음만 아프다. 그리고 오후에 요양원으로 모셔 드리고 서울로 돌아온다. 서울에 잘 도착했는지 여러 번 전화가 온 걸 나중에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