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붉은 꽃구름, 자운영

모산재 2010. 5. 17. 21:50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자운영꽃을 만납니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잡은 논가에 숯불처럼 피어 있는 자운영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 붉은빛이 선연한 보랏빛 꽃잎이 동심원을 이루며 파란 봄하늘을 향해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자운영(紫雲英), 꿈결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꽃 이름이 또 있을까요? 이름 그대로 '붉은 보랏빛 꽃구름'이 들판 가득 덮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꽃입니다. 자운영 흐드러지게 핀 논에서 소년은 소녀의 손가락에 자운영 꽃반지를 매어주고 자운영 꽃목걸이를 걸어줍니다.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도 어느새 자운영 꽃빛으로 물이 듭니다.

 

누이는 동생에게 자운영 꽃시계를 손목에 매어 주었지요. 또래들은 모여서 너럭바위 밥상에 자운영 붉은 꽃밥을 차립니다. 그리움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그 시절의 풍경은 이젠 옛 이야기로만 남은 것일까요.

 

 

 

 

↓ 이하 사진, 지리산 등구재 상황마을에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라는 시를 쓴 교사 시인 정일근, 그도 자운영 꽃 앞에서는 '가슴 뛰는' 철없는 사춘기 소년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자운영 꽃반지를 사랑하는 이의 고운 손가락에 묶어 주고 싶어 꽃들도 잠을 깨지 않은 새벽길 걸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자운영 꽃이었겠지요.

 

 

그대 잠든 새벽길 걸어
자운영 꽃을 보러 갔습니다.
은현리 새벽길
아직 꽃들도 잠깨지 않은 시간
입 꼭 다문 봄꽃들을 지나
자운영 꽃을 보러 갔습니다.
풀들은 이슬을 달고 빛나고
이슬 속에는 새벽이 빛났습니다.
붉은 해가 은현리를 밝히는 아침에
그대에게 꽃반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자운영 붉은 꽃반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사랑의 맹세를 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대 앞에 가슴 뛰는 소년이 되어
그대 고운 손가락에
자운영 꽃반지를 묶어주며
다시 사랑을 약속하고 싶었습니다.
내게 자운영 꽃처럼 아름다운 그대
늘 젖어있어 미안한 그대 손등에
내 생애 가장 뜨거운 입을 맞추며.

 

 

 

 

 

 

 

 

들판 가득 꽃구름으로 피는 넉넉한 꽃, 자운영의 꽃말은 '나의 행복', '그대의 관대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보았듯 연인들이 주고 받는 사랑의 증표가 되는 꽃이니 당연한 꽃말이라 하겠습니다.

 

아지랑이 피는 이른 봄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고 합니다. 어린 잎은 향이 상큼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이 풍부하여 된장이나 간장에 무쳐 먹으면 맛이 일품이며 독특하고 담백한 맛이 비빔밥으로도 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아련한 그리움을 피워 올리던 꽃이 열매를 맺을 무렵이면 모내기를 위해 논은 갈리고 자운영은 흙속에 묻혀 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자운영 전초는 뿌리째 모두 말려 해열·해독·종기·이뇨 등 민간약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이런 자운영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덕(德)을 갖춘 식물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꽃이 아름다워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 둘째 논을 갈아 엎으면 녹비가 되어 농작물을 길러 주고, 셋째 꽃은 벌을 불러 모아 꿀이 많으며, 넷째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다섯째 풀 전체는 인후염과 해독 등 약용으로 유용한 식물이라고...

 

 

 

 

 

 

 

 

자운영은 콩과 황기속의 두해살이풀입니다. 꽃을 보면 분홍빛 토끼풀 같지만 작은잎은 9∼11개나 되는 깃꼴겹잎으로 자라는 것을 보면 황기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학명은 Astragalus sinicus로 종소명이 원산지가 중국임(sinicus)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명은 Chinese milkvetch로 '밀크참새완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풀을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온다고 하여 '밀크베치'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자운영은 이 땅에 들어온 지 오래되고 들판에 널리 퍼져 우리꽃이나 다름없이 친숙해진 꽃입니다. 

 

 

비료를 쓰지 않던 예전에는 자운영을 심어 비료로 삼았습니다. 자운영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 공생하는데, 뿌리혹박테리아는 자운영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탄수화물을 얻어 쓰고 뿌리혹박테리아는 자운영에게 필요한 흙 속의 질소를 고정하여 공급해 주며 서로 돕습니다.

 

가을이 되면 자운영 씨앗은 싹이 터서 자라고 겨울을 난 자운영은 이듬해 봄에 꽃구름 같은 꽃을 피우고 다시 갈아엎어져 벼논의 녹비가 되는 것입니다. 

 

 

 

 

 

 

 

 

자운영은 추위에는 약하여 남도의 들판에만 두루 퍼져 있어 중부 이북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제주도의 봄 들판을 유채꽃이 노랗게 물들인다면 남도의 봄들판은 자운영이 붉은 보랏빛으로 물들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홍 토끼풀 같은 수천 수만의 작은 풀꽃이 모여 숯불처럼 타오르는 풍경, 자운영이 피는 남도의 들판 풍경입니다.

 

4.19를 지나 곡우 무렵, 남도의 들판은 흐드러지게 핀 자운영 꽃으로 가득합니다.  아마도 논에 흐드러지게 피었을 자운영꽃들은 쟁기질과 함께 흙더미 속에 묻혀진 듯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트랙터와 갈아 엎어진 흙더미와 잡혀진 물들이 사태를 짐작케 합니다.

 

 

 

 

 

 

 

 

그런데 보리농사가 사라지고 모내기가 한 달이나 빨라진 요즘 자운영이 한창 꽃을 피워대는 시기에 논에 물을 대고 땅을 갈아엎으며 천연 녹비로서의 자운영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퇴비를 구입하거나 중국산 자운영을 수입해서 보급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꽃이 지고 자운영 열매가 맺은 뒤에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할 경우 9월에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새싹이 돋아나 겨울나기를 하고 봄이면 다시 꽃을 피우는 자연스런 순환이 계속될 텐데 말입니다.

 

 

 

 

↑ 출처 :위키백과

 

 

 

 

자운영은 '연화초(蓮花草)'·'홍화채(紅花菜)'·'쇄미제(碎米濟)'·'야화생'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자라다가 곧게 서는데 줄기는 사각형입니다. 높이는 10∼25cm 정도이니 한뼘 남짓이니 들판을 융단처럼 덮는 듯한 모습입니다.

 

 

잎은 깃꼴겹잎이고 타원형 작은잎은 9∼11개 달리며 꽃은 4∼5월에 피고 길다란 꽃줄기 끝에 7∼10개의 꽃이 산형(傘形)으로 달립니다. 수술은 10개 중 9개가 서로 달라붙으며, 꽃이 지고 난 다음에 달리는 열매는 긴 타원형 꼬투리로 검게 익고 2실로 납작하고 노란 종자가 2∼5개 들어 있습니다.

 

 

 

 

더보기

 

▶ 전초(全草)는 '홍화채(紅花菜)', 종자는 '자운영자(紫雲英子)'라 하며 약용한다.

 

⑴ 홍화채(紅花菜)
① 3-4월에 채취하여 생것으로 쓰거나 또는 햇볕에 말린다.
② 성분 : 전초에는 trigonelline, choline, adenine, 지방, 단백질, 전분, 각종 비타민, histidine, 아미노산, malon산(酸), canavanine이 함유되어 있다.
③ 약효 : 淸熱(청열), 해독의 효능이 있다. 풍담해수(風痰咳嗽), 인후통(咽喉痛), 화안(火眼), 대상포진(帶狀疱疹), 외상출혈(外傷出血)을 치료한다.
④ 용법, 용량 : 15-30g을 달여서 복용하거나 생즙을 내어서 마신다. <외용> 짓찧어서 붙이거나 粉末(분말)로 만들어 조합하여 붙인다.

⑵ 자운영자(紫雲英子)
①가을철에 성숙한 종자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②성분 : 미성숙한 종자에는 canaline, canavanine, homoserin, erythro-β-hydroxy-l-aspartic acid가 함유되어 있다.
③약효 : 활혈(活血),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고 안부질환(眼部疾患)을 치료한다.
④용법, 용량 : 6-9g을 달여서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