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남도 봄들녘의 보랏빛 꽃 융단, 금창초(Ajuga decombens)

모산재 2010. 5. 24. 21:41

 

따스한 봄기운이 쏟아져 내리는 남녘의 푸르른 들판 언덕에는 보랏빛 꽃들이 융단을 이룬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인데 꽃 모양을 보면 조개나물과 닮았지만 높이로 자라는 조개나물과는 달리 지면을 따라 넓게 퍼져서 자라는 점이 조개나물과는 대조적이다.

 

금창초라고 불리는 이 꽃은 남부지방의 들언덕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을 덮듯 사방으로 퍼지는 줄기에서 다닥다닥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보랏빛 융단을 보는 듯하다.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 키를 낮춘 꽃은 오직 파란 하늘과 빛나는 태양을 향하여 필 뿐이다. 금창초의 꽃말은 '참사랑. 희생'이라고 한다.

 

 

 

어느 카페에서 참 괜찮은 시 한편을 만난다.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은 나를 만날 수 없어요.
나를 밟고 갈 수는 있겠지만요.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도 나를 볼 수 없어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나는 살고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당신도 땅으로 돌아올 거예요.
사람살이 사랑살이가 헛되다는 걸 미처 깨닫기도 전에요.
그때, 당신을 위해 꽃이불이 되어 드릴게요.
당신이야 나를 알아보든 말든......

    - 출처 : 다음 카페 <승준네 농장> http://cafe.daum.net/seungoone/

 

 

 

 

 

 

금창초(金瘡草)의 '금창(金瘡)'은 '쇠붙이로 된 칼 ·창 ·화살 등으로 입은 상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풀이 상처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방에서는 금창초를 '흰털이 나는 꿀풀'이라는 뜻의 백모하고초(白毛夏枯草)라고 하여 약으로 사용했다. 열을 내려주고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삭히며 해독 작용까지 해서 기침, 천식, 종기, 부스럼, 코피 같은 증상에 처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부스럼이나 종기가 난 데는 생풀을 직접 즙을 내어 붙인다.

 

지방에 따라서는 금란초, 섬자란초, 가지조개나물이라고도 불린다. 근골초(筋骨草), 산혈초(散血草), 백혈초(白血草) 등의 이름도 있는데 모두 약효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예쁜 꽃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학명은 Ajuga decumbens로 속명 Ajuga는 조개나물속을 가리키는 이름인데 그리스어 'a(부정, 무)'와 'jugos(짝, 속박)'의 합성어이며 '짝으로 달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꿀풀과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윗입술 꽃잎이 거의 없다. 종명인 decumbens는 '기면서 끝이 바로 서는'의 뜻으로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는 금창초 식물체의 특징을 나타낸다. 영명은 decumbent bugle.

 

변이종으로 꽃이 분홍색인 내장금란초(Ajuga decumbens var. rosa)가 있다.

 

 

 

 

 

 

금창초는 4∼5월에 잎겨드랑이에 꽃이 몇 개씩 핀다. 꽃잎은 짙은 홍자색의 입술 모양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윗입술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반원형으로 가운데가 살짝 갈라져 있으며, 아랫입술은 중앙의 꽃잎이 다른 두 개의 꽃잎보다 크다.

 

이런 모양의 꽃잎은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잘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넓은 아랫판의 꽃잎은 꿀을 얻으러 온 곤충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도와주고 보랏빛 줄무늬가 있어 꿀샘이 있는 곳까지 쉽게 찾을 수 있게 유도한다. 꽃술은 위로 올려 꽃밥이 곤충에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