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167 고구마꽃, 고구마 이야기 어린 시절, 우리 집 밭이란 밭은 온통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를 심기 위해서는 고구마 뿌리를 고운 퇴비로 만든 흙속에 묻어서 고구마순을 길러야 했다. 비닐하우스라는 게 없던 시절 추위에 약한 고구마순을 길러내기 위해서 따뜻한 방 안 윗목에 묘판을 만들었다. 비가 내리는 늦은 봄, 어머니는 한 자 이상 자라난 고구마 줄기를 가위로 잘라내 반 뼘 정도의 길이로 고르게 자른 다음 밭으로 내다가 익어가는 보리 이랑 사이에 심었다. 보리와 고구마의 이모작인 셈이다. 늦가을, 온 식구가 밭에 나가 고구마를 캔다. 좁은 방안에 갈무리된 열 가마도 넘는 고구마는 겨우내내 우리 식구의 점심이 되었다. 지겹도록 먹은 동치미와 김치와 고구마!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주변의 고구마 밭을 지나다 문득 고구마꽃을 보고 싶다는.. 2009. 11. 17. 쇠무릎과 털쇠무릎, 쇠무릎에는 풀빛 꽃이 핀다 쇠무릎은 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과 들은 물론, 도시의 길거리, 아파트 정원의 한 구석 어디에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명력 강한 흔한 잡초이다. 줄기가 자라면서 마디가 불룩하게 자라난 것이 마치 소(牛)의 무릎(膝)처럼 보여 '쇠무릎'이라고 하는데 한방명인 '우슬(牛膝)'도 같은 뜻이다. 가을이면 잎겨드랑이와 줄기 끝에서 꽃이삭이 올라오지만 그것을 꽃이라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사람들은 드문 듯하다. 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데 꽃은 보이지 않고 어느 사이 송곳 모양의 열매만 잔뜩 달려 있다. 쇠무릎은 꽃이 없거나 폐쇄화가 아닐까, 싶은데 사실 열매라고 생각하는 그 뾰족한 것이 꽃봉오리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꽃싸개)이 다섯 갈래로 살짝 벌어지면서 다섯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 2009. 10. 30. 당매자나무와 일본매자나무, 어떻게 다를까 당매자나무(Berberis poiretii)와 일본매자나무(Berberis thunbergii)는 어떻게 다른 걸까? 이를 제대로 구별하는 이가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는 단순히 잎이 푸르면 당매자나무, 잎이 붉으면 일본매자나무라는 엉터리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다. 수목원이나 공원 등에서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두 이름표가 달려 사람들을 혼동시키고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당매자나무에 대한 기재문은 있어도 일본매자나무에 대한 기재문이 아예 비어 있다. 나무 전문가들도 혼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무 박사이신 박상진 교수조차도 이 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매자나무속에는 원예품종이 많으며 일본매자나무는 또 자주잎일본매자 등 품종이 있습니다. 당매자와 일본매자는 비슷한 수종으로.. 2009. 10. 26. 잎이 뿌리를 대신하는 생이가래 Salvinia natans 물 위에 떠 있는 생이가래를 보고, "아, 생이가래는 두 개의 잎이 마주나는 녀석이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이가래는 3개의 잎이 마디에 돌려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보통의 식물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2개의 정상적인 잎은 물 위에 떠 있어 부수엽(浮水葉)이라 부르는데 이는 여느 식물의 잎처럼 광합성을 담당한다. 반면 나머지 하나의 잎은 물 속에 잠겨 있어서 침수엽(沈水葉)이라 부르며, 수염뿌리 모양으로 가늘게 갈라져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잔털이 질서 정연하게 나 있는 잎이 바로 부수엽이다. 깔끔한 용모로 마주난 듯 보이는 두 장의 잎 아래에는 다르게 생긴 또 하나의 잎을 물 속으로 드리우고 있다. 물속으로 드리우고 있는 또 하나의 잎(침수엽)을.. 2009. 10. 26. 불염포 매혹적인 처녀자리 꽃, 장미색칼라 Zantedeschia rehmannii 칼라는 여인의 머플러처럼 아름다운 포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천남성과에 속하는 원예종 풀꽃이다. '칼라'라고 발음하는 것이 바른 것이지만 시중에서 (아마도 일본식 발음의 영향이 아닐까 싶지만) 유통되면서 '카라'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길게 자란 꽃대 끝에 단순하면서도 색감이 매력적인 커다란 불염포가 방망이 모양의 꽃이삭을 감싸고 있어 칼라는 청초함과 고상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이미지로 결혼식에서 신부용 부케로 각광을 받는 등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꽃꽂이할 때에도 칼라는 꽃들의 중심을 차지한다. 선홍색 포가 매혹적인 장미색 칼라(Zantedeschia rehmannii) 요즘 뜨고 있는 여성 5인조 가수 그룹인 카라도 이 꽃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 2009. 10. 20. 일상의 행복과 그 속에 숨은 행운, 토끼풀(clover) 이야기 생각난다 그 오솔길,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생각난다 그 바닷가,그대와 단둘이서 쌓던 모래성 파도가 밀리던 그 바닷가도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그대가 만들어 준 이 꽃반지,외로운 밤이면 품에 안고서 그대를 그리네 옛일이 생각나 그대는 머나먼 하늘에 저별 음~~ 음음음~ 저별~ 풀꽃처럼 풋풋한 사랑, 그 아련한 추억에 잠겨들게 하는 '꽃반지 끼고'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 70년대를 살았던 청춘들이라면 애잔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가수 은희의 노래를 들으며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을 맑은 감성으로 승화시켰던 촉촉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토끼풀 하얀 꽃 두 송이를 긴 꽃줄기와 함께 뽑아 마주 걸고 사랑하는 이의 손가락에 다.. 2009. 10. 19. 가을 숲속의 꽃고사리, 고사리삼 고사리삼(Sceptridium ternatum)은 참 특이한 양치식물이다. 모든 생명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는 봄과 여름에는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 때 부스스 일어나 땅 위로 고사리 같은 앙증맞은 푸른 잎새를 슬며시 밀어 올린다. 무성하던 풀들이 생기를 잃고 스러져 숲이 허전해 질 무렵 비로소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것이다. 생김새는 얼마나 단아한가. 짧은 잎자루에 여러 개의 깃털 모양의 잎이 모여 부채처럼 펼쳐지는 넓적한 영영엽은 땅바닥에 붙은 듯한데, 긴 잎자루가 줄기처럼 쑥쑥 자라 오른 영양엽은 보석처럼 동글동글한 포자낭을 조랑조랑 단 사랑스런 모습이다. 낙엽지는 휑한 숲속에 영양엽 하나와 생식엽 하나로 단아한 아름다움을 맘껏 뽐낸다. 그래서 '꽃고사리'라는 이름으로도.. 2009. 10. 19. 물질경이(Ottelia alismoides)의 신비로운 꽃 예전 농사짓던 사람들은 모내기를 하고 난 뒤에는 세번에 걸쳐 논을 매었다. 무논에 무성히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요즘에야 제초제를 치거나 아니면 노대통령이 퇴임 후 도입하고자 했던 오리농법 등을 통해서 해결하지만 옛날에는 한여름 땡볕 아래 엎드려 애벌, 두벌, 세.. 2009. 9. 23. 꽃대 없이 피어난 상사화, '이룰 수 없는 사랑'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지 싶은 이른 봄, 마당끝 언 땅을 조심스레 비집고 파란잎들을 내미는 상사화. 온기를 더해가는 봄햇살을 듬뿍 받으며 이들이들 무성해진 푸른 잎들은 여름 햇살이 다가서면서 기운을 잃고 시들어간다. 잎이 사라진 자리에서 통통한 꽃대가 쏘옥 올라와 연한 자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할 뿐더러, 꽃이 피어도 열매조차 맺지 못하는 운명의 이 수선화과 알뿌리 화초에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말조차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데…. 높이 50∼70cm, 백과사전에 적고 있는 상사화의 꽃대 높이이다. 그런데 지난 8월 하회마을 고택 양진당을 둘러보다가 뜰 구석 나무그늘에는 땅 위로 겨우 고개만 내민 상사화가 꽃대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덤불이 우.. 2009. 9. 6. 하회마을 흰 연꽃, 연꽃(Lotus) 이야기 예정에도 없이 5년만에 찾게 된 하회마을은 다소 낯선 풍경을 거니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마을 가까이에까지 차를 타고 가던 예전과는 달리 한참 떨어진 곳에 상가와 함께 주차장이 생겼다. 1킬로는 더 되지 싶은 길, 유유히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걷는 강변길은 성가시기보다는 색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겨울에 왔기에 기억에 없는 것일까. 하회마을 입구에서 만난 연꽃 습지는 낯설고도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꽃이 거의 지고 있었지만 흰 연꽃만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따금씩 따가운 햇살을 파라솔로 받으며 멀리 강뚝길을 따라 걸어가는 여인들의 모습과도 어울려 풍경은 한순간 낭만으로 가득 차는 듯하다. 흙탕물에서 긴 꽃대를 올리고 한 송이씩 피어난 흰 연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찌.. 2009. 9. 4. 냄새 풍기는 청순미인 같은 꽃, 누린내풀(Coryopteris divaricata) 어여쁜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고 했던가. 풀꽃 중에도 이처럼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있다. 누린내풀이 바로 그러한데, 아래에서 보듯 바람에 하늘거리는 푸른 꽃들의 자태가 청순하고 가냘픈 미인에 못지 않은데, 손길이 살짝 닿기만 해도 고약한 냄새에 코를 감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찌 보면 액취가 심각한 청순미인이라고나 할까... 바이칼의 물빛이나 하늘빛보다 더 파란 꽃잎, 뱀이 혀를 낼름거리는 듯 내밀고 있는 기다란 꽃술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꽃술을 가만 들여다 보면 암술 하나가 수술 둘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마편초과의 나무로 역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도 어여쁜 꽃을 자랑하는 것으로 누리장나무가 있으니, 풀을 대표하는 누린내풀과 나무를 대표하는 누리장나무는 냄새 풍기는 청순미인으.. 2009. 9. 3. 붉은 열매 아름다운 산앵도나무(Korean blueberry) 철쭉이나 산철쭉, 진달래 등이 그렇듯 주류 진달래과 나무들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달지 않는데, 새큼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열매를 다는 나무들도 있다. 백두산에 자생하는 들쭉나무 열매는 들쭉술의 훌륭한 재료가 되고 있고, 그리 맛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예전 시골 아이들은 정금나무 열매의 새큼한 맛으로 군것질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전국의 높은산 능선 주변에서 자생하는 산앵도나무도 입추를 지날 즈음이면 따가운 햇살을 듬뿍 담은 붉은 열매를 매단다. 열매가 아주 작은 것이 먹기엔 좀 그렇지만 새큼달콤한 맛은 괜찮은 편이다. 맛이야 어쨌든 열매를 조랑조랑 달고 있는 풍경은 초여름에 피는 작은 꽃들에 못지 않게 앙증스럽고 아름답다. ↓ 2008. 08. 06. 천마산 .. 2009. 8. 31.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중국 원산으로서 절이나 민가의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며, 옛날 양반집 정원에 심었기 때문에 ‘양반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명은 'trumpet creeper'라고 하는데 트럼펫을 닮은 꽃이 나무나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오르며 트럼펫을 부는 듯한 모습 때문인지 꽃말은 ‘명예’, ‘자랑’, ‘자만’ 이다. 전설에 의하면 땅을 기어가는 가련한 꽃이었던 능소화가 소나무에게 ‘나도 먼 곳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하자, 능소화의 아름다움에 반한 소나무가 쾌히 승낙하여 나무나 담을 붙잡고 자라게 되었다고 한다. 또 임금을 기다리다 지쳐 죽은 궁녀의 혼이 덩굴꽃으로 피어났다는 비련의 전설도 전하고 있으니, 도도함이 표현된 서양의 꽃말.. 2009. 7. 27. 암꽃, 수꽃이 따로 피는 달래(Allium monanthum) 달래는 들달래, 쇠달래, 애기달래라고도 불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이다. 달래는 대개는 산지 초입 양지바른 계곡 주변 다소 습하고 서늘한 곳에서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중부 이북 지역에서 자생하며 남부지역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작은 풀이다. 4월에 부추보다도 훨씬 가느다란 잎이 한두 개 자라나고 하나의 꽃대 끝에 밥알 만한 작은 꽃이 달린다. 꽃은 대개 하나 달리지만 둘이나 셋 달린 경우도 흔하다. 영명이 'Uniflower onion'로 된 것은 아마도 꽃이 대개 하나만 피는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흔히 알싸한 매운 맛의 미각을 돋우는 봄나물로 즐겨 먹는 달래의 제이름은 '산달래(Allium grayi)'로 되어 있으므로 혼동하기 쉽다. 산달래는 산과 들에 두루 흔하게 보이지만, .. 2009. 4. 23. 향기가 아름다운 '흰 개나리', 미선나무(White Forsythia) 미선나무는 겨울을 나기 전 좁쌀보다도 작은 꽃봉오리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이듬해 3월이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개나리 꽃모양의 흰색(때로는 분홍색) 꽃이 다닥다닥 수북하게 달린다. 꽃은 종 모양의 통꽃으로 꽃부리가 4갈래로 나뉘는데 암술 하나에 수술 둘이 들어 있다. 향기가 없는 개나리꽃과는 달리 미선나무꽃은 은은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자랑한다. 미선나무는 미선나무속의 단 하나뿐인 종으로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충청북도 괴산군 송덕리, 진천군 용정리, 영동군 매천리,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등에서 자생하는데 이들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북한에서도 평양 대성산 미선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미선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은 모두 흙이 거의 없는 돌밭인데, 물기가 있으.. 2009. 3. 29. 이전 1 ···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