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a)의 천국, 굴업도

모산재 2010. 7. 15. 20:36

 

굴업도만큼 이팝나무가 흔한 섬이 있을까. 6월 초에 찾은 굴업도는 쌀밥처럼 풍성하고 눈부신 하얀 이팝나무 꽃들의 세상이다.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가늘고 긴 꽃잎이 바람에 파르르 나풀거리며 출렁이는 꽃덤불은 환상 그 자체다. 느다시뿌리로 오르는 개머리구릉에도, 큰말 뒤의 능선에도, 동뿌리의 덕물산 중턱에도 하얀 쌀밥 이팝꽃은 풍성히 피고 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보다 널리 알려진 설로 꽃송이가 하얀 쌀밥(이밥)처럼 풍성하게 피어서 이팝나무라 부른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절기상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워 '입하목'이라 부르던 것이 이팝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이팝나무의 종명 'Chionanthus'는 'Snow flowering(눈꽃)'을 뜻한다니 쌀밥을 떠올린 우리와는 달리 서양인들은 좀더 심미적으로 받아 들인 듯하다.

 

쌀밥이든 눈이든 풍성한 순백의 미감에서는 다를 바 없을 터인데, 여름이 들어서는 6월에 피는 이팝나무 흰 꽃사태는 무성한 푸른 잎을 온통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하다. 하얀 쌀밥이 나무를 덮은 것처럼 마음은 넉넉해지고, 여름나무에 함박눈이 소복히 쌓인 듯한 풍경은 아름답다.

 

요즘에야 육종하여 가로수로 흔하게 심는 이팝나무지만, 자생하는 이팝나무는 세계적 희귀종이다. 그래서 큰나무의 경우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만 8곳을 포함 전국 노거수 17그루의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이렇게 대단한 자생지를 가진 굴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잎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생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 수분이 많은 비옥토를 좋아하며 소금기, 병충해, 추위 등에 강하다. 한국·타이·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한국의 어청도와 포항 등에는 대단위의 자생지가 있다.

 

키는 20m에 이르며, 가지의 색은 회갈색이다. 타원형 또는 난형의 잎은 길이 3~15㎝, 너비 2.5~6㎝로 마주나는데,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어릴 때는 톱니가 있다. 잎의 뒷면 중앙맥에 연한 갈색 털이 있다.

 

꽃은 길이가 1.2~2㎝, 너비가 3㎜로 5~6월에 새 가지에서 피며, 꽃대에는 마디가 있다. 꽃받침은 4장으로 깊게 갈라지며, 흰색의 꽃잎도 4장이다. 2개의 수술은 꽃잎의 통부분 안쪽에 붙어 있으며, 씨방은 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매는 9~10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잎이 피침형이고 꽃잎의 너비가 1~1.5㎜인 것을 긴잎이팝나무(var. coreana)라고 한다. 관상가치가 풍부하고, 관리가 편해서 조경수로 적당하고 목재는 건축·가구재로 쓴다. 어린잎을 차로 이용하거나 나물로 먹고, 잎을 잘게 썰어 끓이면 다갈색의 염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식물 전체를 지사제·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이팝나무의 학명은 Chionanthus retusa. 영명은 Retusa Fringe Tree, Snow flower. 꽃말은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