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양반가 정원에 온 사막의 버들, 위성류 꽃이 피다

모산재 2010. 6. 16. 00:03

  

타클라마칸이나 고비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홍류(紅柳)라는나무를 종종 만나게 된다. 버들이 아니지만 붉은 꽃을 단 많은 가지들이 늘어져 있는 나무 형태가 버들과 유사하여 '버들 류(柳)'자를 써 홍류라고 부른 듯하다. 특히 둔황가는 길에 홍류가 많아 역마을 이름을 유원(柳園)이라 했다.(예전에는 유원역이라 했던 것을 둔황역이라고 이름을 바꿔 달았다.)  

 

사막에서 자라는 이 홍류가 바로 위성류(渭城柳)속의 하나이다. 학명은 Tamarix chinensis, 영명으로는 Chinese tamarisk(중국 타마리스크)라고 한다. 꽃은 한 해에 두 번, 연한 분홍빛으로 가지 끝에 핀다. 5월에 피는 꽃은 묵은 가지에 달리며 크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고, 8∼9월에 피는 것은 새가지에 달리고 작지만 열매를 맺는다. 

 

위성류속의 모든 식물은 잎이 어린가지에 어긋나지만 작고 비늘처럼 생겼으며 착 들러붙어 있어 줄기에 잎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꽃은 4~10개의 꽃가루를 만드는 수술, 3개 또는 4개로 갈라져 있으며 꽃가루를 받는 암술머리 아래쪽에 있는 암술대, 약간 융합되어 있는 꽃잎으로 되어 있다.

  

  

 

  

 

 

 

 

위성류라는 이름은 추측컨대 왕유의 '송원이사안서'시에 나오는 '위성(渭城)이란 지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악부 시집>에 "위성곡(渭城曲)" 또는 "양관곡(陽關曲)" 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시는 당나라 때 송별(送別)의 노래로 널리 애창되었고, 세 번 되풀이하여 부르기 때문에 '양관 삼첩(陽關三疊)'이라고도 했다.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의 아침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유색신)  객사의 푸른 버들은 더욱 더 새롭구나.

         勸君更進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그대 다시 한 잔 술 받게나,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서역 양관으로 나가면 아는 이 없으리니. (번역 : 필자)

 

고비사막 저 너머 타클라마칸사막이 시작되는 만리장성의 끝, 양관을 지키러 떠나는 벗과 이별주를 나누는 위성은 장안의 서북쪽에 있는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곳의 땅이름이다. 둔황이나 쿠차, 카스 등의 사막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홍류에 위성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중국을 다녀온 선조들에 의해 이 땅에도 도입되어 어쩌다 귀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귀한 나무라 양반가의 정원수나 연못가의 풍치목으로 심어졌다. 수형이 수양버들과 비슷하나 독특한 잎과 꽃은 더욱 운치가 있으며 물과 조화를 이루며 잎이 가늘어 향나무와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