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고구마꽃, 고구마 이야기

모산재 2009. 11. 17. 19:20

 

어린 시절, 우리 집 밭이란 밭은 온통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를 심기 위해서는 고구마 뿌리를 고운 퇴비로 만든 흙속에 묻어서 고구마순을 길러야 했다. 비닐하우스라는 게 없던 시절 추위에 약한 고구마순을 길러내기 위해서 따뜻한 방 안 윗목에 묘판을 만들었다. 비가 내리는 늦은 봄, 어머니는 한 자 이상 자라난 고구마 줄기를 가위로 잘라내 반 뼘 정도의 길이로 고르게 자른 다음 밭으로 내다가 익어가는 보리 이랑 사이에 심었다. 보리와 고구마의 이모작인 셈이다.

 

늦가을, 온 식구가 밭에 나가 고구마를 캔다. 좁은 방안에 갈무리된 열 가마도 넘는 고구마는 겨우내내 우리 식구의 점심이 되었다. 지겹도록 먹은 동치미와 김치와 고구마!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주변의 고구마 밭을 지나다 문득 고구마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고구마를 캐던 늦가을, 고구마 덩굴을 걷어내다 보면 보랏빛으로 핀 작은 고구마 꽃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크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고구마꽃이 왜 그리 보고 싶은 것인지…. 고구마밭만 만나면 꽃을 찾는 버릇이 생겼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지난 가을 서해의 어느 섬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났다. 섬 트레킹 중 고구마밭을 지나며 '진 반 농 반'으로 일행에게 현상금 만원을 걸었는데 뜻밖에도 고구마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작은 발견에 얼마나 환호작약하였는지….

 

 

 

 

 

 

 

 

섬이 토박하여 먹고 살기 가난하니 효자 하나 토란을 심어 그로써 구황했다 하거늘 쌀 서 되 보내 그 토란 바꿔 먹으니 모양은 하수오요, 그 맛은 극히 좋다 산마처럼 무른데 달기는 더 낫도다 이 씨앗 받아다가 우리나라에 심어두고 가난한 백성들 흉년에 먹게 하거던......   - 김인겸, <일동장유가>에서 

 

 

양인들이 '달콤한 감자(Sweet Potato)'로 부르는 고구마, 기나긴 겨울 구황작물로 가난한 이들의 식량으로 주요한 역할을 해온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 북부에 이르는 지역으로 추정되며 약 2000년 전부터 중·남아메리카에서 재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원종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신대륙을 발견한 당시에 원주민들이 널리 재배하였는데, 콜럼버스에 의해서 스페인에 전해졌고 그 뒤 필리핀, 중국의 푸젠성(福建省)에 전해졌으며 차차 아시아 각국으로 퍼졌다.

 

고구마가 처음으로 우리 땅에 전래된 것은 1763년(영조 39년)이다. 조엄이 일본 쓰시마에서 고구마를 가져와 동래(부산 영도)와 제주도에서 처음 길렀는데(※ 감자는 고구마보다 60여 년 뒤인 1825년에 두만강을 건너 함경도로 들어와 퍼지게 되었다.) '감저(甘藷)'라고 불렀고, 조엄이 들여왔다 해서 '조저(趙藷)'라고도 불렀다. 이후 감저는 고구마가 아닌 감자(potato)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고 대신 고구마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고구마의 전래에 대해서는 고구마에 대해서는 '정조실록'(정조 18년, 1794 12월 25일)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호남 위유사(지방 사정을 살피고 백성을 위무하기 위해 파견한 관리)로 파견된 서영보가 올린 특별 보고에 자세한 기록이 나타나 있다.

 

"연해 지방 고을에는 이른바 고구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구마는, 명나라의 서광계가 편찬한 ‘농정전서(農政全書)’에 처음 보이는데 칭찬을 하며 말하기를 '그것은 조금 심어도 수확이 많고, 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가뭄이나 황충(蝗蟲=메뚜기)에도 재해를 입지 않고, 달고 맛있기가 오곡과 같으며, 힘을 들이는 만큼 보람이 있으므로 풍년이든 흉년이든 간에 이롭다.'고 하였습니다. (중략) 고구마 종자가 우리나라에 나온 것이 갑신년이나 을유년 즈음이었으니 지금까지 30년이나 되는 동안 연해 지역의 백성들은 서로 전하여 심은 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중략) 이 곡물은 단지 민절 지역에서만 성하고 우리나라가 종자를 얻은 것도 일본에서였으니, 이것의 성질이 남방의 따뜻한 지역에 알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구마가 전래되었다고 하는 갑신년이나 을유년은 1764년과 1765이니 조엄이 들여온 시기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에는 고구마가 흉년에도 잘 자란다는 점과 따뜻한 남쪽 지역에 알맞은 작물이란 점도 지적되고 있다.

 

 

 

 

↓ 대이작도

 

 

 

 

 

 

 

 

고구마라는 이름은 쓰시마 지방어로 고구마를 가리키는 '고코이모(孝子イモ)'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고구마를 '감저' 혹은 '감자'라고 하고 감자를 '지실' 혹은 '지슬'이라고 한다.

 

고구마의 성분은 수분 69.39%, 당질 27.7%, 단백질 1.3% 등이며 주성분은 녹말이다. 감자에 비해 당질과 비타민 C가 많고 칼로리가 낮다. 고구마에는 노화와 암 발생을 재촉하는 활성 산소를 무력화하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있고, 특히 고구마의 붉은 껍질은 폐암에 걸릴 확률을 절반 수준으로 약화시킨다고 한다.

 

 

 

 

 

 

 

 

 

 

● 고구마 Ipomoea batatas | Sweet Potato, Yam   ↘  가지목 메꽃과 고구마속의 여러해살이풀

줄기 길이 약 3m로 길게 땅바닥을 따라 벋으면서 뿌리를 내린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길고 밑은 얕은 심장모양으로 양쪽 가장자리에 1-3개씩의 갈래조각이 있으나 깊게 갈라지는 것도 있다. 줄기 밑쪽의 잎자루 밑부분에서 뿌리를 내는데, 그 일부는 땅속에서 커져 덩이뿌리인 고구마가 된다. 덩이뿌리는 주로 타원형이지만 그 밖의 여러 가지 형태의 것이 있으며 겉의 색도 여러 가지이고 자르면 흰빛이 돌며 질이 치밀하고 홍자색인 것도 있다.

건조한 모래땅에서 재배한 것은 때로 7-8월에 홍자색 꽃이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5-6송이씩 달리고, 나팔꽃과 비슷하지만 작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녹색이고 꽃부리는 깔대기 모양으로서 통부분이 굵으며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