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베트남(9) 다낭 마블마운틴, 오행산 동굴과 사원

모산재 2015. 1. 28. 10:31

 

다낭 대성당을 돌아본 다음 마블 마운틴으로 불리는 오행산(五行山, 베트남 말로 '응우한선')을 향해 남쪽으로 해변길을 달린다. 

 

시내에서 12㎞쯤 떨어진 곳, 소요 시간 20여 분.

 

 

5개의 신령스런 대리석 산이 옹기종기 모여 각각 목 · 화 · 토 · 금 · 수 5행을 관장한다 해서 오행산(五行山)이라고 부른단다. 이 중에서 물을 관장한다는 투이선(水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산이라서 제법 높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다. 바나산은 1,500m나 되는 높은 산인데도 바나힐이라 부르는데, 106m에 불과한 언덕은 오행산이라 부르다니...!

 

다낭 사람들게게 오행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산임에 틀림 없다. 작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대리석 덩어리이고 수많은 동굴이 있고 그 속에 불상들이 새겨져 있으며, 영응사와 삼태사라는 사원이 존재하고 있다.

 

 

투이산 주변에는 마을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데 주변이 정돈되어 있지 않고 어지럽고 진입로도 협소하다. 대리석 산이라 주변에는 대리석 조각을 만들고 진열해서 파는 점포들이 많다.

 

 

 

입구에 보이는 인공 구조물이 조화를 깨뜨리는 듯해 눈에 거슬렸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오르는 승강기란다. 

 

 

 

 

 

※ 오행산 안내도

 

 

 

 

동쪽으로 영응사(Chua Linh Ung, 靈應寺) 오르는 계단길로부터 투이선 탐방이 시작된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선인장 백년초가 대리석 바위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려 서식하고 있고, 처음보는 독특한 풀이 자란다.

 

 

 

 

1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영응사에 이른다.

 

 

 

 

대리석 좌불과 함께 모습을 나타내는 영응문(靈應門)

 

 

 

영응문(靈應門)을 들어서니 바로 본전이 나타나는데, 좁은 본전 앞마당에 가건물 지붕을 달아 내어서 몹시 어둡고 답답하다. 

 

 

대웅전 석가모니불

 

 

 

본당 옆 화려한 누각에 모신 관음상

 

 

 

정병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관음상인 듯하다. 관음보살은 버드나무 가지와 맑은 물로 병을 고친다고 하는데, 이 관음상을 중생을 향해 정병의 맑은 물을 부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손짜반도의 해수관음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오행산이라는데, 바로 이 관음상과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백마를 탄 원색의 여인상은 뭘까...?

 

 

 

 

다낭에는 영응사(靈應寺 Chua Linh Ung)라는 이름의 절이 셋이나 존재한다. 바로 이곳 오행산 영응사, 세계 최대 해수관음상이 있는 손짜반도의 영응사, 바나산의 영응사가 그것이다.

 

 

불상에 둘러싸여 편안히 쉬고 있는 유럽 처녀들의 얼굴에 부처님 미소가 번진다.

 

 

 

삼층탑과 향로

 

 

 

오르는 계단길에서 바라본 영응사

 

 

 

본전 뒤편 오층탑

 

 

 

언덕 위의 삼층탑

 

 

 

영응사 앞쪽으로 돌아나가면 남쪽으로 전망이 툭 트인 곳에 영응보탑이 자리잡고 있다.

 

 

 

되나오면 영응보탑 위쪽으로 베트남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망해대(望海臺)가 있다. 아쉽게도 아직 오전이라 역광이 강해 눈이 부셔서 동해는 풍경의 윤곽을 또렷이 보기 어렵다. 

 

 

영응사 뒤를 오르는 길은 산책의 묘미가 있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그리고 이내 석문이 나타난다.

 

 

 

뒤돌아본 석문 모습

 

 

 

 

석문을 지나면 대리석 절벽이 사방을 두르고 있는 넓은 공터가 자리잡고 있다. 

 

볕이 들지 않는 시원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공터의 왼쪽으로 반통(Van Thong) 동굴이 나 있다.

 

 

 

반통동굴의 불상

 

 

 

반통동굴을 지나 좁은 동굴을 통과하면 남쪽 암벽으로 나갈 수 있는 듯한데, 이 불상만 보고 그냥 돌아선다.

 

 

 

넓은 공터 맞은편 석문으로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뒤돌아본 석문

 

 

 

 

영응사에서 또 다른 사원 영역으로 들어서기 때문인지 굳이 인공문을 하나더 만들어 놓았다.

 

 

 

 

문을 나서면 넓은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곳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쉼터다. 

 

 

 

 

이곳을 지나 직진하면 호아응이엠 동굴과 후옌콩(玄空) 동굴로 간다.

 

격식을 잘 갖춘 문을 둔 것을 보면 사원으로 꾸민 동굴일 듯... 문의 기둥엔 한자로 된 글씨가 씌어진 흔적이 있지만 퇴락해 있어서 읽을 수 없다.  

 

 

 

다만 내문엔 현공관(玄空關)이라 적혀 있으니, 후옌콩 동굴의 후옌콩이 '현공'에서 나온 말임을 알겠다. '현공(玄空)'이란 어두운 허공'을 가리키는 말이니, '의식의 저 너머에 존재하는 존재의 시원'쯤 되지 않을까...?  

 

 

 

 

 

바로 현공문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반쯤 트인 동굴, 낮은 암벽 가운데 희미하게 서 있는 불상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이 공간이 호아응이엠 동굴이다.(호아응이엠은 '화엄'을 뜻하는 베트남어일까...?)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를 한 불상, 정병을 기울여 맑은 물로 중생의 병을 고치는 관음보살의 모습이다. 영응사의 화려한 누각에 모셔져 있는 관음상과 아주 유사하다.

 

오랜 세월 습기와 이끼에 가려져 관음상의 윤곽이 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호아응이엠 동굴 왼쪽으로 다시 이어지는 동굴 길, 그 끝에는 투이선에서 가장 넓은 동굴, 후옌콩 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그야말로 '어둠 속, 의식의 저 편에 존재하는 시원의 공간'인 듯한 '현공(玄空)' 동굴이다.

 

 

 

내려서는 계단을 따라 원색의 사천왕상을 조성해 놓았다.

 

 

 

본존불상은 자연 암벽에서 새긴 듯한 대리석 좌상이다.

 

 

 

그런데 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몇 줄기 햇살이 눈에 부신다.

 

'현공'의 어둠을 밀어내기엔 역부족이지만 동굴의 분위기를 더욱 오묘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이 넓은 후옌콩 동굴은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 해방전선(베트콩)이 야전병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 저리 큰 구멍이 아니었는데 미군 폭격을 받고 커졌다 한다.

 

 

 

후옌콩 동굴을 나와 투이선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절 삼태사(三台寺)로 간다. 베트남 말로는 추아 땀타이(Chua Tam Thai)!

 

 

이층 전각인 본전은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절일까. 법당 마당에는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숭배되어 온 후량의 포대화상 상이 자리잡고 있다.

 

※ 포대화상(布袋和尙 ?-916)오대 후량 때(907-923) 승려. 배가 나온 비대한 체구로 늘 커다란 자루를 둘러메고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시주를 구하거나 인간사의 길흉 또는 일기를 점쳤다 한다. 복덕원만(福德圓滿)한 상을 갖추고 있어 회화나 조각 또는 시문의 좋은 제재가 되었다. 게(偈)를 잘했으며, 봉화 악림사(岳林寺)에서 살다 죽었다 한다.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존경을 받았다. ('오대 후량'은 황소의 난에 가담했다 배신하여 잔당을 평정하고 당나라를 멸망시킨 주전충이 세운 나라로 5호 16국의 후량(386∼403)과는 다르다.)

 

 

 

一鉢千家飯   하나의 바리밥은 일천 집의 밥이요

孤身萬里遊   외로운 몸은 만 리를 떠도는구나

靑日親人少   맑은 날에도 친한 이는 적고

問路白雲頭   길을 물으니 흰구름이 머리에 부딪치네 <포대화상이 남김 게송>

 

 

지붕의 화려한 장식과 벽화

 

 

 

 

법당 정면 외벽 가운데에는 '삼태사(三台寺)'라는 절 이름, 좌우에 "佛日增輝", "法輪常轉"라는 구절이 걸려 있다.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더욱 빛난다" "부처님 말씀이 늘 돌고돈다"는 뜻이다.

 

 

 

 

삼존불

 

 

 

삼태사 동쪽 언덕 위의 오층석탑

 

 

 

 

삼태사 앞쪽에는 망강대(望江臺)가 있어 서쪽으로 흐르는 강과 부근의 다른 오행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동쪽의 망해대(望海臺)와 대칭이 되는 구도이다.

 

 

 

삼태사 뒤쪽 뚜이산의 정상도 가보고 싶었으나 일행에 뒤쳐져 있는 처지라 삼태사에서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삼태사에서 내려서는 계단길

 

 

 

 

남쪽에서 바라보는 투이산

 

 

 

 

 

오행산 주위에는 대리석 조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다소 비슷비슷하긴 해도 꽤 섬세하고 비례와 조화가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눈길을 붙든다.

 

 

 

 

일행들이 내려오지 않은 것인지 기다리는데 곳곳의 가게에서 구경하러 들어오라고 손짓이다. 커피 대접해 주겠다고 하면서 대리석 소품들을 이것저것 보여 준다. 그런데 이 크고 무거운 조각 작품들은 누가 다 사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