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베트남(6) 호이안의 낭만, 아름다운 투본강의 황혼

모산재 2015. 1. 26. 14:28

 

떤키 고가 후문으로 나오자 투본강 샛강과 건너편 삼각주(델타) 마을 풍경이 펼쳐지고 강변 거리인 박당거리가 이어진다. 

 

호이안의 매력은 바로 다양한 건물과 점포들이 들어선 쩐푸 거리와 투본강을 끼고 강변 풍경이 펼쳐지는 박당 거리의 조화에 있다. 젠푸거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요 박당거리는 낭만과 서정의 공간이다.

 

 

 

내원교에서 투본 강변으로 나서면 화려한 등으로 장식된 안호이(An Hoi) 다리와 건너편 삼각주 안호이섬 마을집들의 풍경이 시야를 채운다. 강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한가롭게 머물고 있거나 떠다닌다.

 

 

안호이(An Hoi) 다리. 맞은편이 작은 삼각주인 안호이 섬으로 호이안의 일부를 이룬다.

 

 

 

 

 

드넓은 투본 강 하구는 많은 삼각주들이 섬을 이루고 있는데 삼각주는 투본강의 방파제처럼 호이안의 일부를 이루며 베트남 중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항구도시가 되는 입지 조건이 되었다.

 

호이안은 참파왕국 시절 중국과 인도, 아랍을 잇는 향료 무역로의 중간 기착지였고, 근대에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들이 찾는 국제 교역항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마지막 왕조 응우옌 왕조가 1802년 인근 도시 다낭을 프랑스에 할양하면서 무역 주도권은 다낭으로 넘어가고 호이안은 잊혀진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까닭으로 호이안의 옛 모습은 보존될 수 있었고, 인구 12만 명의 작은 도시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다.

 

 

 

 

 

안호이 다리의 동쪽, 호이안 시장을 지나면 또다른 삼각주인 깜남(Cẩm Nam) 섬으로 연결되는 깜남 다리(Cầu Cẩm Nam)가 나타난다. 깜남섬은 안호이섬에 비해 7~8배로 큰 삼각주다.

 

 

깜남 다리 위에서 바라본 삼각주 안호이 섬. 오른쪽 근경은 호이안 옛마을, 왼쪽 아스라이 보이는 마을은 깜낌섬으로 안호이섬과 깜남섬을 두르는 대형 삼각주다.

 

 

 

 

 

투본강 하류, 동쪽으로 보이는 작은 모래톱 삼각주. 오른쪽은 깜남 섬이다. 조금만 나가면 넓은 바다가 나오고 꽈다이(Cua Dai) 해변에 이른다. 꽈다이는 호이안 구시가에서 약 5km 동쪽,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한다.

 

 

 

 

 

※ 호이안 일대 지도(구글 지도에 표기함)

 

 

 

 

 

삼각주가 펼쳐진 투본강을 바라보며 이곳이 바로 베트남전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 날의 장면들을 상상해 본다.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 전쟁>의 무대가 바로 이곳 아닌가...

 

호이안 서쪽, 투본강 상류 지역은 당시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 전선)이 장악했던 곳, 당시 한국군 해병 청룡부대는 호이안을 둘러싸다시피 주둔하고 있었다.

 

 

당시 청룡부대 주둔지

 

 

스크랩 출처 : http://vietnam.slinetour.com/

 

 

 

서쪽 내륙에서 동쪽 해안으로 흐르는 투본강이 만들어낸 수많은 델타의 강변과 늪, 1968년 2월 구정 대공세 당시 베트콩들이 은신처를 만들며 공격해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청룡부대에 의해 퐁니·퐁넛 마을, 하미마을 등 꽝남 지역의 무고한 민간인 수천 명이 학살 당하는 비극을 낳는다. '괴룡작전'이라는 이름의 구정 대공세 반격 작전으로 해병 제2여단 3대대는 베트콩에 점령당한 호이안에 투입되고, 한 달 넘게 이 일대에서 무자비한 수색·소탕 작전을 벌인다. "하늘까지 닿을 죄악, 만 대를 기억하리라!", '빈호아 학살 한국군 증오비'의 구절이다.

※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  하미마을 학살 사건,  빈호아 학살 사건

 

 

그러나 그 모든 비극을 딛고 베트남은 초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을 이기고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을 몰아내고 몽골을 섬멸시킨 베트남인들의 민족적 자존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느덧 투본 강에 황혼이 깃들기 시작한다.

 

작은 보트에서 하염없이 관광객을 기다리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어스름에 잠긴다.

 

 

 

 

 

안호이섬 너머로 일몰이 시작되었다.

 

박당 거리도 안호이 다리도 오가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보트를 타려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타는 값이 1달러 정도라는데...  빈 배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아낙들의 하루가 쓸쓸하게 느껴진다.

 

 

 

 

 

일행을 만나기로 한 내원교로 돌아간다.

 

 

 

 

 

내원교 아래 내를 건너는 다리 위에 꼬마 소녀들이 나타나 종이배 유등을 팔 준비를 한다.

 

 

 

 

 

조금씩 어둠이 밀려오며 내원교에도 안호이 다리에도 등불이 켜지고, 내원교 다리 아래로 유등이 하나 둘 차례로 뜬다.

 

 

 

 

 

박당 거리에서 내원교를 건넌 투본 강변엔 노천 음식점이 자리를 잡는다.

 

그냥 저 자리에 앉아서 강변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가 고파지면 이런 저런 먹거리 주문하여 맛보면서... 푸근한 마음으로 정다운 사람과 만나는 곳, 호이안(會安)이라는 마을의 의미 아니겠는가!

 

 

 

 

 

참족이 사용했다는 고기잡이용 고정 그물. '러'라고 하던가...?

 

 

 

 

 

안호이 다리에 등불이 켜지고...

 

 

 

 

 

내원교를 지나 쩐푸거리가 끝나는 곳에는 내원교의 수원지인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휘영청 둥근 달이 떴는데, 내일이 보름날이다. 자동으로 찍었더니 너무 환하게 나와 달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네그려...

 

 

 

 

 

저녁 식사는 비엣타운이라는 넓은 정원에 식탁이 놓인 레스토랑에서 호이안 전통 요리라는 국수 등을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런 편이다.

 

 

 

 

하나투어 유감 !

 

호이안 옛 마을을 잠깐 돌아보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이 선택 관광으로 채워져 있다. 시클로 타기(20달러), 투본강 투어(30달러), 야간 시티 투어(20달러)가 선택 관광의 내용인데 실제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싸고 별로 의미있을 듯하지 않아 선택하지 않으니 가이드는 몹시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분명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자유시간을 가진다."고 약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오전에는 자유시간으로 아무 일정이 없다가 오후에 출발하여 1시간 정도 주마간산격으로 옛마을 바쁘게 안내하더니 또 다시 선택 관광을 필수 관광으로 하자는 어거지, 처음부터 선택을 넣지 말고 필수로만 하든지... 건실한 여행사일 거라 믿은 것이 잘못.

 

전문여행사가 이렇게 야바위처럼 한심하게 일정을 운영할 줄 알았으리오. 검색하니 비슷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 보인다. 하나투어,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선택 관광을 선택한 사람들과 헤어져 우리는 먼저 다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