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125

실크로드(17) 둔황, 옥문관과 한장성

8월 6일 일요일 / 둔황 가이드가 기차를 타지 못하는 초유의 돌발 상황. 여행에서 별일이 다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까.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는가. 다행히도 중국인보다 더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송희 양이 역할을 잘 해 내며 연락을 취하여 새벽녘에야 급행열차를 타고 따라잡은 허광씨와 합류할 수 있었다. 밤새 달리는 기차 속에서 우리는 백주와 맥주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새벽녘에 잠시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둔황(유원)역에 도착했다. 아침 8시 20분. 둔황역(옛 유원역)에는 현지 가이드 김철규 씨가 나와 맞이한다. 역 주변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대기된 버스를 타고 둔황으로 출발한다. 시커먼 모래사막, 멀리 보이는 바위 구릉... 수 년 전에 단 한번 왕복했던 길이지만..

실크로드(15) 투루판, 고창고성과 지하수로 카레즈(칸얼징)

교하고성을 나와 간 곳은 바로 부근에 있는 투루판 칸얼징박물관 솥단지처럼 움푹 들어간 해저 분지 투루판은 50만 인구에 면적이 한반도와 비슷한 22만 제곱 킬로미터이다. 대부분의 땅은 증발량이 많은 초건조 기후로 불모의 사막, 하지만 사막의 한 복판 오아시스 지대의 농경지는 풍부한 수량으로 당도가 빼어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규모 포도농장이 들어서 있고 또 면화가 재배하되고 있다. 투루판의 오아시스는 바로 '카레즈', 또는 '칸얼징(坎儿井)'이라 부르는 관개시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칸얼징박물관으로 들어서 지하수로 칸얼징을 관람한다. 칸얼징(카레즈)은 건조 지대에 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하 수로. 연간 16mm밖에 되지 않는 강수량에 3800mm에 이르는 엄청난 증발량을 자랑하는 사막 기후는 지상으로..

실크로드(14) 투루판, 두 강 사이 절벽 위의 교하고성

8월 5일 토요일 오전 / 투루판 교하고성 7시 30분에 일어나 8시를 지나 교하고성(交河古城)으로 출발. 교하고성은 투루판의 오아시스 지대 맨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름 그대로 두 갈래 하천이 흘러 만나면서 그 사이에 형성된 버들잎 지형 위에 건설된 성이다. 강물이 깎아 나간 땅은 30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사방을 두르고 있는 자연 요새다. 절벽 아래 하천을 따라 백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곁에는 포도밭이 푸르게 펼쳐져 있다. 이곳이 교하고성의 남쪽 입구, 남문이다. 두 갈래의 하천이 만나는 곳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 길로 고창고성으로 실크로드가 이어졌다 한다. 2000년에 처음 찾았을 때와 별 다름없는 모습인데,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남문 앞에는 1997년에 세..

실크로드(13) 투루판, '아시아의 우물' 해저 호수 아이딩호를 가다

● 8월 4일 금요일 오후 / 투루판 아이딩호 투루판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아이딩호(艾丁湖)로 향한다. 돌궐어로 '풍요로운 땅'을 뜻한다는 투루판은 천산산맥의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동서 120㎞, 남북 60㎞의 사막 속 분지 오아시스다. 하지만 한낮의 투루판 거리는 한증막처럼 뜨거워 숨이 턱 막힌다. 천산산맥에 둘러싸여 솥단지 형상을 한 투루판 분지는 한여름에는 기온이 50를 오르내리고 화염산(火焰山)의 지표 온도는 82℃를 기록할 정도다.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그냥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 '불의 땅'이라 '화주(火洲)'로 불리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지금 찾아갈 아이딩호는 투루판의 남쪽에 있는 저지대, 그래서 시내에서 아이딩호로 가는 길은 솥의 가장자리에서 밑바..

실크로드(12) 우루무치에서 투루판 가는 길, 달판성과 왕뤄빈, 위구르 민속 춤

8월 4일 금요일 오전 / 투루판-우루무치 카슈가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새벽 2시 무렵에 우루무치에 도착하여 네 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오늘은 트루판으로 이동하는 날. 10시경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11시쯤 버스를 타고 투루판으로 출발한다. 우루무치를 떠나 왼쪽으로 천산산맥을 끼고 한시간 반쯤 달릴 무렵, 트루판의 유명한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단지를 지난다. 트루판은 해저 분지 지형이라 솥단지처럼 뜨거워 화주(火州)라고 불리지만 풍주(風州)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천산산맥의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달리는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간혹 국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2007년 2월 28일 새벽 우루무치를 떠나 아커쑤로 가던 열차가 투루판을 지나 전주취안(珍珠泉) 구..

실크로드(11) 카슈가르, 신장 최대의 이슬람사원 아이티가르 청진사(이드 카흐)

카라쿨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 314번 국도에서 카스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서역대도. 서역대도는 다시 인민로와 만나며 5거리 로터리를 이룬다. 우리가 묵는 치니와크 호텔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1km쯤) 곳이다. 카스 시내를 따로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차창으로 보이는 오거리 주변 건물들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보았다. 금좌호텔(신장 카슈가르 금좌대반점) 쇼핑몰 전해상성(前海商城) 그리고 호텔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를 한다. 그런데 나중에야 이 치니와크 호텔이 19세기 제국주의 시절 문화재 약탈범들의 활동 무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랄 스타인, 스벤 헤딘, 르콕, 일본의 오오타니 등 제국주의 문화재 약탈꾼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카스를 거쳐갔다고 한다. 호텔 정원에 있는 여러 작은 건물들이 예사롭게 보이..

실크로드(10) 쿤룬산맥의 고원 호수, 카라쿨 호수

8월 3일(목) 카스- 카라쿨 호수 7시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8시 30분 호텔을 출발한다. 오늘 일정은 파미르 고원 입구에 있는 카라쿨 호수를 다녀오는 일. 카라쿨 호수는 카슈가르 남동쪽 191km 지점에 있는데, 쿤룬산맥에서 빙산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거봉(7546m) 기슭 해발 3600m에 자리잡고 있는 고원 호수다. 카슈가르 시내를 벗어나자 소부현(疏府縣)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G314 국도를 따라 남동쪽 길을 따라 줄곧 달리면 카라쿨에 이르게 된다. 카슈가르를 출발해 이슬라마마드에 이르는 이 국도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라 부르기도 한다. 차는 길가의 과일 가게 앞에서 섰다. 황갈색은 아니지만 하미과도 사고 자두와 복숭아 등도 산다. 잠시 휴식..

실크로드(9) 카슈가르, 바자르 풍경과 해맑은 민가의 아이들

호자 가문의 능묘, 향비묘를 돌아본 다음 카스의 바자르 구경에 나섰다. 카스시 동문, 투만강 가에는 중국 서북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바자르가 열린다. 바자르는 우리의 재래시장처럼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이지만 상설시장이나 다름없다. 정기시장은 일요일에 열린다고 하니 그때에 맞춰가면 훨씬 생동감 있는 바자르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카스는 예로부터 천산남로와 천산북로가 만나는 실크로드 중심 도시로서 모든 물산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2천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 풍경은 어떨까... 제일 먼저 만난 풍경은 양탄자를 짜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놀라운 모습이다. 가마를 타고 가는 행렬, 말과낙타를 탄 사람 등 생동감 넘치는 저잣거리의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한 양탄자를 한땀 한땀 원본 그림에 따라 직조해 나가..

실크로드 (8) 카슈가르, 위구르인의 성지 향비묘(아팍호자의 묘)

08. 02. 카슈가르 "카슈가르에 오지 않으면 신장에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不到喀什 不算到新疆)." 향비묘를 가리키는 도로 안내판에 씌어 있는 글귀다. 그만큼 카스(카슈가르)는 위구르인들 삶이 짙게 배인 도시요, 위구르인들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곳이다. 신장 위구르의 성도는 우루무치이지만 우루무치는 한족이 대다수를 차지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중국의 가장 서쪽에 자리잡은 오아시스의 도시 카슈가르는 '옥(玉)의 도시'라는 뜻을 가졌다. 기원 전 2세기 한나라 때는 소륵국(疏勒國)이라 불렸다. 천산남로와 북로가 만나는 실트로드의 요충지로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전체 인구 중 75%가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다. 카슈가르는 위구르인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곳이다.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