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운남 여행 (11) 리장에서 상그릴라(중뎬) 지나 더친 가는 길

모산재 2014. 6. 29. 17:59

 

오후 1시 30분 리장을 출발, 샹그릴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중뎬(中甸)으로 향한다. 샹그릴라까지는 184km. 샹그릴라에서 최종 목적지 매리설산까지는 또 그만큼의 거리를 가야한다.

 

지금 우리가 들어선 길은 옛 차마고도를 따라 난 전장공로(滇藏公路)라는 국도이다. 운남의 쿤밍에서 티벳의 마캄(망캉.芒康)에 이르는 이 국도는 운남성 서북부 금사강, 란창강, 노강의 대협곡을 모두 거느리고 남북으로 벋은 험준한 헝돤산맥(橫斷山脈)의 줄기를 가로지는 700㎞의 험로다. 얼하이 호수와 샹그릴라(중뎬) 분지 외에는, 모두 험준한 산과 고갯길을 통과해야 하며, 가파른 절벽과 골짜기를 구불구불 돌아가야 하는 길이다.

 

 


리장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지날 무렵 가파른 고개를 오른다.

 

2시 15분경, 고갯마루를 올라서니 눈 아래 나타나는 누런 강줄기, 바로  장강의 상류 금사강(金沙江)이다. 최종 여정인 더친(德欽)에서 남으로 흘러내려오던 금사강은 바로 이곳 스쿠전(石鼓鎭)의 장강제일만(長江第一灣)에서부터 북향하여 호도협으로 흘러들어 옥룡설산을 돌아서 다시 남쪽으로 흐르게 된다. 

 

길도 여기서부터 북향하는 금사강을 끼고 호도협 입구에 이르게 된다. 저 아래로 잠시 뒤 우리가 내려서게 될 도로가 보인다. 

 

 

 

금사강을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제 곧 '내 마음의 해와 달'이라는 샹그릴라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설레는데, 병규 씨는 샹그릴라에 가면 송이 값이 1kg에 280위안 정도라며, 송이로 라면을 끓여 먹을 정도라고 자랑을 한다. 저녁에 신비의 낯선 땅에서 히말라야 자연산 송이를 배터지게 먹을 환상에 모두들 기대가 부풀었다.



 

금사강을 건너 휴게소에서(3시경)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금사강을 끼고 달리는 동안 오른쪽 차창 밖으로 짙은 구름에 덮인 옥룡설산이 살짝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앞쪽으로 구름에 덮인 하바설산(哈巴雪山)도 보인다. 

 

 


 

금사강을 따라 달린 지 한 시간 쯤 지나자 호도협 입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강의 오른쪽 옥룡설산(5,596m)과 강의 왼쪽에 솟아 있는 하바설산(哈巴雪山, 5,396m) 사이로 '호랑이가 건너뛴 협곡'이란 뜻의 호도협(虎跳峡) 협곡이 16㎞까지 이어진다. 

 

넓은 강폭을 자랑하며 유유히 흘러내려오던 금사강은 이 좁은 호도협 계곡 속으로 진입하면서 급하고 거센 물굽이를 이루며 옥룡설산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남향하게 된다.

 


호도협 트레킹은 바로 이 계곡 양쪽으로 나 있는 저 길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쉽게도 차는 멈추지 않고 지나쳐버린다.

 

호도협 트레킹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니 병규씨는 여름 호도협 트레킹이 낙석으로 몹시 위험하다며 어제도 낙석이 차를 덮친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한다. 

 

 

 

호도협 입구를 지나 우리가 탄 차는 이곳 호도협으로 흘러드는 지류를 끼고 거슬러 오르기 시작한다.


좁은 계곡물이지만 흘러내리는 물살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이 물길은 더친에서부터 샹그릴라를 지나온 것이니 연원이 꽤 길다.

 

 

 

흘러내리는 물살과 같은 속도로 버스는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달린다. 물살을 상류로 갈수록 점점 더 거세어지고 공기도 피부로 느껴질 만큼 급속하게 서늘해진다.

 

 


호도협 입구에서 25분쯤 오르자 갑자기 댐 건설 현장이 시야에 들어선다.

 

 


이 깊은 계곡에 웬 댐이란 말인가. 전기를 얼마나 얻게 될지 모르지만 거세게 흐르는 물길이 막히고 이 아름다운 계곡이 영원히 수장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고개를 오르면서 띄엄띄엄 보이는 집들은 리장에서 보던 집들과 형태가 달라진 것이 또렷이 느껴진다. 지붕은 널판지로 우리의 너와지붕을 연상시킨다. 나시족이 아닌 장족의 집들이다.

 

 

 


고개를 넘어서면서부터 샹그릴라현 장족자치주. 이쯤이 샤오중뎬(小中甸) 부근일까... 장족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고개에서 잠시 휴식하기로 한다.

 

도로 아래 언덕에는 복분자 덤불이 우거지고,  고산 평원의 넓은 들판에는 하얀 감자 꽃들이 피어 있고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웅덩이 근처엔 방목 돼지들이 모여 있다.

 

푸른 들판에 안겨 희미한 내에 잠겨 있는 마을 풍경이 마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보는 듯 정겹기만 하다.

 

 

 

 

길게 자리잡은 분지로 접어들며 들판 가운데로 유유히 흐르는 긴 강을 보면서 비로소 샹그릴라, 중뎬(中甸)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샹그릴라, 중뎬(中甸)에 도착한다. 해발 3200m에 자리잡은 신비의 마을은 작고 한적하다. 숙소는 샹왕따주지엔(香旺大酒店), 깨끗한 2성급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야크바(雅客吧)란 한국식 식당에 간다. 주 메뉴는 된장찌게와 김치찌게, 그리고 삼겹살과 불고기다. 당연히 한국인이 운영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주인은 26살의 중국인 처녀 장사오펀(張曉芬). 리장의 사쿠라카페에서 일하다 한국 요리를 배워 이곳에서 한국식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히말라야산 송이버섯과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김치와 양념장 등 내 놓은 음식들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만든 음식에 손색 없을 정도로 맛이 썩 괜찮다. 하지만 냉면은 별로였다. 양은 많았지만 면이 아니올시다.

 

 


저녁 식사 후 중뎬고성으로 산책을 한다. 하지만 현대식 건물이 많아 고성다운 맛은 거의 없고, 고건축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한 분위기다.

 

 

밤하늘 별이 빛나고 있는 어두운 거리를 지나니 흥겨운 춤곡이 들린다. 광장이 열리며 운집한 군중들이 군무를 추는 모습.

 

 

 

 


'사방루(四方樓)'라는 붉은 네온 간판 앞 사방가 광장은 춤의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리장 나시족 춤과는 다른 장족의 춤, 잠시 구경하다 우리 모두 춤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택시를 타고 돌아와 우리 방에서 술 한 잔

 

 

 


자고 일어난 아침 호텔 1충에서 쌀국수와 쌀미음, 계란, 만두, 방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9시경 더친을 향해 출발하려고 체크아웃을 하는데, 수현 형 방 욕실에서 물이 새어 타월로 막아 놓았는데 타월이 더럽혀졌다고 변상을 요구한다. 중국의 호텔에서는 이런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나니 조심해야 한다.  

 

샹그릴라를 바로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더친(德欽)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하루를 묵으며 송찬린스(松赞林寺), 비타하이(碧塔海)와 나파하이(纳帕海)를 돌아보게 될 예정이다. 

 

 

중뎬에서 번쯔란(奔子欄)까지 72km, 번쯔란에서 더친까지 102km. 해발 3000~4000m를 넘나드는 차마고도의 비포장 험로를 하루내내 달려가야 한다.

 



샹그릴라 시내를 벗어나니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소떼들은 물론 돼지들까지 방목되고 있다. 강 주변이 넓은 초원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너른 평원이 모두 여름에는 호수, 겨울에는 초원이라는 나파하이 호수가 만든 초원인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나파하이 호수가 나타나더니, 차는 나파하이 호수를 끼고 긴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로써 평원은 모두 끝나고 번쯔란에 이를 때까지 끝없는 고산 능선길 여행으로 접어든다.

 

 

 

 


집들이 띄엄띄엄 나타나고 소와 당나귀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보이고 다시 길은 내리막기로 접어든다. 

 

고갯마루에서 내려서는 곳, 집 한 채가 있는 곳에서 차는 멈춰선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기사가 냉각수를 넣고 있다. 하도 험한 고갯길이라 차 엔진이 과열되는 모양이다.

 

 

잠시 휴식하는 틈에 보니 산 언덕에 에델바이스와 솔나리 꽃이 피어 있다. 그런데 꽃은 솔나리로 보이는데 잎은 솔나리처럼 잎이 가늘지 않고 중나리처럼 피침형으로비교적 넓다.

 

 


바로 아래 골짜기 마을 풍경

 

 


얼굴이 까맣게 탄 장족 여인들이 모여서 모자를 쓰고 송이를 채취하러 가고 출발하고 있다.

 

 


다시 차는 출발하고 산허리로 난 도로를 따라 달린다. 왼쪽으로는 까마득한 급경사면 낭떠러지라 창가를 내다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저 아래로 난 도로를 따라 한 모롱이 돌아서면 니시 마을(尼西乡)이다.

 

 

 

니시마을(尼西乡)은 도자기 마을로 유명하단다. 이 지역의 주방 살림살이 도구를 공급해 주는 곳...

 

 

 

 

그런데 무슨 일인지 길가에는 수십 대의 트럭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파업이라도 한 것인지...

 

 


니시 마을을 지나 아슬아슬한 산허릿길은 계속된다. 30여 분 달리다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이 나타난다.

 

 

 

 

마을을 지나고 고개를 넘으니 천길 낭떠러지 같은 깊은 골짜기에 마을과 계단식 밭이 있는 풍경이 나타난다. 밭에는 옥수수들이 싱그럽게 잘 자라고 있다. 마을 이름은 벙딩(崩丁).

 

연기가 나는 곳 옆으로 우리가 내려서게 될 도로 일부 모습이 보인다.

 

 


저 아래 골짜기에 있는 마을로 내려서기 위해 오른쪽 가파른 산허리를 타고 내리막길 도로가 나 있는데, 골짜기 안 쪽으로 한참을 돌아서 나와야 한다.  

 


 

고개를 도는 곳에서 기념 사진

 

 


마을로 내려서니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데 계곡을 따라 푸른 열매를 단 포도나무들이 가득하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면서 제법 큰 개천(이름을 확인하니 웽수이허翁水河)을 만나 협곡을 이루는데, 한 모퉁이 돌아나가자 금방 누런 황토물이 여울져 흐르는 금사강(金沙江)을 만난다.

 

 


그리고 이내 금사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난다. 다리의 이름은 복룡교(伏龍橋).

 

 


이 다리를 하룡교(賀龍橋)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하룡(賀龍)은 바로 저 유명한 홍군의 대장정과 관련된 인물이다. 하룡은 중국군 창군일이 된 1928년 8월 1일, 주은래 주덕과 함께 난창(南昌) 봉기를 일으킨 주역. 그가 이끄는 군대가 이 곳에서 금사강을 건너 쓰촨, 깐수, 샨시 등을 거쳐서 옌안(延安)에 이르는 대장정을 했다고 하니 바로 이곳이 역사의 현장인 셈이다.

 

 

그리고 번쯔란(奔子欗)에 도착한다.  강 건너편은 쓰촨성, 강 이편은 윈난성이다.

 

 

 

번쯔란은 금사강제일만(월량만)과 동주린쓰(東竹林寺)로 이어지는 차마고도의 중요 역참 마을.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을 지나치면 더친에 이를 때까지 식사를 할 수 있는 마을이 없다. 밥과 고추조림, 미나리볶음, 고추갈비, 돼지껍질 조림 등. 고추조림은 거의 소금덩이 수준이다.

 

 

 


점심을 먹고 나선 거리, 햇살이 너무도 강렬하다.

 

이제 30리 고갯길을 올라 금사강제일만(월량만)을 구경하고 동죽림사를 돌아본 다음 백마설산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