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두번째 실크로드 여행 기록을 이제야 올린다. 그 동안 실크로드가 얼마나 변모되었을까. 터덜 터덜 먼지 날리며 달리던 사막의 길이 깔끔한 아스팔트로 단장되기야 했겠지만 그 광막한 사막의 풍경이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실크로드는 또 떠나고 싶은 곳이다.
7월 29일 저녁 8시 50분 인천공항을 떠나 7월 30일 새벽 2시에 우루무치(烏魯木齊) 공항에 도착, 수속 끝내고 마중 나온 버스를 탄다. 허광이라는 조선족 청년이 안내를 맡는다. 숙소는 로얄인터내셔널 호텔.
7시 30분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 30분 호텔을 출발한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우루무치 신장위구르자치구 박물관과 홍산공원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쿠처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홍산공원 방문은 마지막날로 돌린다. 허광 씨는 그 이유를 "시간이 긴장해가지고"라는 독특한 표현을 써서 우리를 웃겼는데, 여행하는 동안 두고두고 유행어가 되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박물관(新疆维吾尔自治区 博物馆)은 6년 전 건물과는 달리 초현대식 건물로 다시 지어놓았다.
이 박물관은 각지에서 출토된 여러 미라를 소장하고 있어 특히 유명하다. 약 4천 년 전의 누란(楼兰)의 미녀 미이라, 3200여 년 전의 하미(哈密) 미이라, 3천 여 년 전의 차말(且末) 미이라 등...
이 외에도 실크로드에서 발굴 수집된 견직물, 도자기, 진흙 인형, 화폐, 비첩, 문서 등을 전시하고, 12개 소수민족의 복식과 생활과 풍습, 문화 등과 관련한 전시도 하고 있다.
6년 전에 보았던 고구려 고분 무용총의 수렵도와 아주 빼닮은 수렵도가 여전히 보관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몇 번이나 돌며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몹시 실망스러웠다. 그 외에는 내부 전시물이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여 대강 돌아보고 나왔다.(이에 대해서는 http://blog.daum.net/kheenn/9333479 참조)
11시 40분쯤 현지식 점심 식사를 한다. 양고기와 기름기 많은 야채볶음, 그리고 신맛이 강한 수프. 중국에 익은 탓인지 6년 전에 비해서 먹는 것은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쿠처 가는 12시 58분발 카스 행 기차를 탄다.
2층 침대칸 자리. 임의로 추첨하여 자리를 배정한다. 송희, 지영, 천수와 같은 칸을 쓰게 되었다.
기차는 금세 우루무치 시내를 벗어나 왼쪽으로 천산산맥의 보그다(博格達)봉 설산을 끼고 트루판을 향해 동남 방향으로 달린다. 그리고 광막한 사막 속 수천 대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지대를 통과한다. 트루판의 바람은 유명해서 달리는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일어날 정도다. 그리고 차이워바오 호수(柴窝堡湖)를 지나고 염호(盐湖)를 지난다. 호숫가에는 흰 양과 검은 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트루판에 가까워지며 초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달반성(達返城) 평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도로여행이긴 했지만 6년 전에 지났던 길이라 이 모든 풍경이 익숙하다.
쿠처에 도착하려면 내일 새벽쯤 될 것이니, 내내 앉아서 가야하는 여행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칸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다 모여들어 함께 마시는 분위기가 된다.
3시 17분, 트루판역에 도착한다.
기차가 잠시 머무는 동안 플랫폼에서 하미과와 청포도를 산다. 하미과 한 덩이는 5위안, 청포도 1봉지는 3위안, 이렇게 값싼 과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2000년 둔황에서 트루판까지 기차 여행할 때 처음 맛봤던 하미과,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참외와 같은 종류이지만 참외와 수박에 댈 수가 없는 맛이다. 서역에서 나는 과일 중에 트루판의 포도보다 맛난 것이 없고, 하미에서 나는 하미과보다 맛난 것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크로드 최고의 과일로 친다.
하미과는 원래 감과(甜瓜)라고 불렀는데, 선선왕(鄯善王)은 해마다 동호(东湖)에서 생산되는 최고 품질의 하감과를 하미왕(哈密王)에게 바쳤고 하미왕은 이를 강희제에게 진상하였다고 한다. 이 때부터 하미왕이 진상하였다 하여 하미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동남 방향으로 달리던 기차는 트루판을 지나자 방향을 바꾸어 서남 방향으로 달린다.
달반성과 트루판을 지나 기차는 천산산맥을 북쪽으로 두고 서쪽을 향해 하염없이 달린다. 여전히 달반성구의 사막인데, 땅은 시커멓고 강을 낀 저지대에만 푸른 백양나무숲과 좁은 풀밭이 펼쳐질 뿐이다.
5시 20분쯤, 위얼커우(魚儿沟)역에 도착. 이곳도 달반성구에 속한다. 기차로 트루판을 돌아오지 않고 버스를 타고 왔다면 우루무치에서 남쪽으로 직행해서 만나는 곳이다.
가도가도 풍경은 비슷하다. 광활한 검은 사막, 강을 따라 형성된 백양숲과 좁은 녹지대...
식당칸이 넓고 쾌적하다는 정보를 듣도 모두 식당칸으로 이동한다. 툭 트인 공간에다 넓은 창문으로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맥주에 안주를 계속 주문하니 판매하는 승무원도 신난 표정이다. 여러 모로 친절하게 대해준다.
처음엔 10위안짜리 맥주만 내 놓더니 5위안에 이어 4위안짜리 맥주를 내놓는다. 안주로 주문한 목이버섯 피망 볶음의 맛도 썩 훌륭하다.
창 밖을 보니 물이 흐르는 하천을 따라 푸른 초원지대가 점차로 넓어지고 있다.
계곡을 따라 하염없이 달리는 기차...
돼지고기볶음도 맛있다. 기본 소스가 괜찮은 것 같다.
계곡을 지나자 드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맥주를 마시며 이렇게 안주를 시켜 먹는 것으로 저녁 식사도 해결한다.
초원이 더욱 넓어지고 멀리 설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공기도 서늘해지는 느낌인데 고도가 높아진 모양이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
취기를 달랠 겸 객차 사이 공간에서 넓은 초원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사이에 다가온 S, 여기서 살라고 하면 먹고 살겠느냐고 괜히 투정이다. S도 술기운이 올랐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하면서 취기는 오르고 해가 기울어지면서 저마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서 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새벽 2시 20분쯤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한다. 3시 가까워서야 쿠처역에 도착했고, 구처호텔(庫車酒店)에서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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