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운남 여행 (12) 금사강제일만-동죽림사, 4292m 백마설산을 넘다

모산재 2014. 6. 30. 17:11

 

번쯔란(奔子栏=奔子欗)은 티벳어로서 '아름다운 강둑'을 의미한다고 한다.

 

번쯔란은 남쪽으로 금사강을 따라 비옥한 농지가 펼쳐지는 일종의 오아시스 마을이다. 북쪽으로는 메마른 고산지대로 이어지니 일종의 곡구 취락으로 평지와 산지의 생산물이 거래되는 중심지 역할을 하며 발달한 마을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고개 위에 있는 동죽림사(东竹林寺)와의 관계를 본다면 사하촌이라 할 만하다.

 

차마고도의 마방들은 이곳에서 묵으며 험준한 백마설산을 넘을 채비를 단단히 했을 것이다.

 

 

 

 

 

 

번쯔란에서 더친까지는 102 km. 백마설산을 넘는 차마고도의 가장 험한 산길이다.

 

금사강을 따라 비교적 평탄하게 달려오던 길이 번쯔란(奔子栏)을 지나면서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길고 긴 오르막길은 설악산을 넘는 한계령을 연상시킨다. 길 곳곳에서 굴러떨어진 낙석들이 눈에 띈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번쯔란. 메마른 능선길에서 바라보니 짙푸른 들판 속의 마을이 오아시스나 다음없다. 

 

 

 

 

 

그렇게 한참을 오른 산 능선에서 번쯔란으로 흘러내리는 금사강의 물굽이의 장관을 만난다.

 

바로 '금사강제일만(金沙江第一灣)', 예전엔 '월량만(月亮湾)'이라고 불렀다. 이 물이 흘러서 리장의 서쪽 스쿠전(石鼓鎭)을 돌아 호도협 방향으로 북류하는 곳은 '장강제일만(長江第一灣)'이라 부른다.

 

 

 

 

 

 

 

산 등성이에 노란 꽃들이 피어 있는데 영춘화(迎春花)와 닮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인데, 한여름에 피었다. 고산 상춘 기온이란 게 뭔지 실감한다.

 

 

 

 

 

 

메마른 산줄기의 8부 능선쯤 산허리로 난 길이 구비구비 이어진다. 도로변으로 보이는 염소들...

 

 

그리고 계곡을 향해 느리게 흘러내리는 높은 능선 위에 그림처럼 앉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맨 아래 붉은 지붕이 있는 건물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바로 동죽림사(东竹林寺, 동주린스)다. 

 

 

 

 

 

이 마을 이름은 수쑹춘(書松村). 더친현(德钦县) 번쯔란향(奔子栏乡) 소속이다. 샹그릴라에서 105㎞ 떨어져 있으며 해발은 3,000m이다.

 

 

 

잠시 동주린스를 돌아보고 가기로 한다. 

 

 

 

 

 

사원은 너무도 고요하다. 스님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고...

 

1667년에 창건된 절로 1681년에 지어진 송찬림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유서 깊은 절이다. 현재 건물은 문화혁명 때 훼손되었던 것을 1985년 7월에 중건하였다고 한다.

 

 

 

 

 

양쪽으로는 하얀 벽체, 중앙으로는 갈색 목조로 구성된 건물이 밝고 아름답다. 건물의 건축술과 들보, 기둥의 조각과 채색은 라싸에 있는 사원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원에는 라마교 겔룩루파(황모파)의 창시자인 총카파(宗喀巴 1357~1419)와 그의 다섯 화신상을 중앙에 모셔 두고 있고, 그 옆에는 그의 제자인 게춥(겔짭) 린포체와 케드룹 린포체의 불상이 있다. 또 미래불로 알려져 있는 참바(Chamba) 불상도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법당 외벽에는 윤회의 수레바퀴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수레바퀴 가운데에 새, 뱀, 돼지 세가지 동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각각 욕망, 분노, 맹목적 열정을 상징한다. 그 다음 링은 죄악과 순결을 의미하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다음 바퀴는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위에는 인간과 신을 나타내고 아래로는 지옥, 짐승, 아귀를 묘사한다. 맨 바깥 바퀴에는 장님, 도공, 원숭이, 뱃사공, 빈집, 키스하는 커플, 화살을 맞는 사람, 술주정뱅이, 과일 따는 사람, 임산부, 출산하는 여인, 노인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무지, 교제, 의식, 이름과 형태, 감각기관, 접촉, 느낌, 욕망, 관능, 생식, 출산, 노화와 죽음을 의미한다.

 

 

 

마을집들의 너와 지붕 너와에는 이렇게 돌을 촘촘히 얹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해 놓았다.

 

 

 

 

 

 

다시 백마설산을 향하여 차는 출발한다. 도로변 낙석은 여전히 흔하게 보인다.

 

금사강을 향해 흘러내리는 낭떠러지 언덕 위에는 푸른 밭들과 마을집들... 사막 속 오아시스마냥 아름답고 신기하다.

 

 

 

 

 

 

 

동죽림사를 출발한 지 20~30분이 지날 무렵 모두들 졸음에 빠져드는데, 이건 뭔가! 기사도 하품을 연방하더니 꾸벅거리고 있지 않은가.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의 길로 마주 오는 차량을 속도도 줄이지 않고 비켜가며 달리는데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하다. 샹그릴라 찾아 왔다가 까딱하면 모두가 황천길 가겠다 싶어 기사를 30분간 재우고 가자고 부탁한다.

 

 

백마설산 오르막길, 기사는 한숨 자고 우리는 휴식을 취하는 겸 걸으며 고산 오지의 자연을 감상하기로 한다. 오르막길은 돌을 촘촘히 박아 놓았다.

  

 

딱총나무 종류인 Sambucus adnata

 

 

 

 

 

범꼬리 종류

 

 

 

 

 

기사가 한 숨 자고 나서 다시 차는 출발한다. 병규 씨가 고도계로 3500m를 넘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런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자 왼쪽 차창으로 드디어 백마설산(白馬雪山. 바이망설산白芒雪山이라고도 한다) 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백마설산을 끼고 꼬불꼬불 넘어온 고갯길은 안개비에 잠겨 있다.

 

 

 

 

 

4170m 고개를 넘으니 아마도 최고봉 자라췌니봉이지 싶은 백마설산의 봉우리가 짙은 구름을 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좀 전까지만 해도 금사강(장강) 수계였지만 고개를 넘으면서 물길은 란창강(메콩강)으로 흐르게 된다.

 

 

 

 

 

 

이 백마설산은 헝두안(橫斷)산맥의 줄기인 윈링(雲嶺)산맥에 속해 있다. 운남이란 말도 바로 이 윈링산맥의 남쪽 땅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5,000m 급 봉우리만 20개가 넘는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설산 풍경이 장관이다. 최고봉 자라췌니봉(扎拉雀尼峰)으로 해발 5,460m이다.

 

헝두안산맥은 티벳의 남쪽 쓰촨성과 윈난성 서부에서 남북 방향으로 달리는 산맥의 총칭으로 중국에서 가장 길고 가장 넓은 산맥이다. 지질학에서는 약 7,000만 년 전 인도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약 5,000 만 년 전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험준한 습곡 산맥인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때 동히말라야는 남북으로 습곡지형이 길게 형성되며 금사강, 란창강(澜沧江), 누강(怒江) 수계를 낀 헝두안산맥이 만들어진 것이다.

 

 

금사강, 란창강, 노강 삼강병류 시의도

 

 

 

 

 

20분을 느린 오르막길을 달려도 서쪽으로는 백마설산이 계속된다.

 

 

그리고 해발 4292m 인 백마설산 고개를 넘어선다. 더친까지 가는 차마고도의 가장 높은 고개다.

 

 

 

 

 

이정표에는 티벳불교 경전 구절을 적은 다르촉과 하닥(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백색의 긴 천)이 힘차게 나부낀다. 이제 정말 티베트 땅으로 들어섰다는 것이 실감된다. 이 험한 길을 따라 말을 끌고 오던 마방들이 이 고개에 도착할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주변에 솟은 봉우리들의 색감이 정말 아름답다. 백마설산이란 이름이 이 봉우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마고도 지킴이 개. 서늘한 바람에 털복숭이 모습이 잘 어울린다.

 

 

 

 

 

이 개가 억대를 호가한다는 티벳 토종견 짱오(藏獒) 혈통을 가진 녀석이 아닐까 싶다. 일명 사자견이라고 부르는데 매우 영리하고도 용감한 개라 한다. 장족은 도키라고 부르고 몽골 사람들은 '길들인 늑대'란 듯의 호토쇼 방하르라고 부른다는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만난 풀꽃들.

 

 

미나리아재비과로 보이는 풀

 

 

 

 

범꼬리 종류

 

 

 

 

석죽과 별꽃속으로 보이는 풀꽃

 

 

 

 

 

고개 너머로 더친 매리설산으로 다시 이어지는 길. 저 구름 속에 매리설산이 숨어 있을 것이다. 

 

 

 

 

 

고개를 넘어서며 돌아본 4292m 고개의 봉우리

 

 

 

 

 

내리막길 백마설산 반대편인 동쪽으로 보이는 산들

 

 

 

 

 

 

백마설산으로부터 멀어지는가 했는데 금방 장엄한 설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바로 매리설산(梅里雪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