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로부터 쿤밍에 도착해서 병규 씨는 일 때문에 돌아가고 김동현 씨가 안내를 맡아 주었다.
오늘은 운남 여행의 마지막 일정, 운남 민족촌과 서산 용문을 돌아보는 것으로서 끝난다.
운남 민족촌의 대형 찬청(餐廳)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데, 속이 여전히 좋지 않아 닭국물만 마신다. 심한 탈수로 기력이 빠져 소수민족촌을 돌아보는 것조차 포기해야 했다.
길거리 삥랑나무 아래서 갑자기 거리 공연을 벌이는 이들. 하이난 섬의 원주민이라는 리족(黎族)이라고 한다.
오 선생 부자와 호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코끼리차를 발견하고 마침 나타난 동현 씨의 도움을 받아 일주하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공연 시간이 되어 코끼리 공연장에서 코끼리 쇼를 보고...
그리고 소수 민족 공연.
운남에는 전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51개 민족이 살고 있다. 소수민족 인구는 중국 전체 인구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인구 5000명 이상인 민족이 25개며, 운남에 고유한 소수민족으로는 바이족 다이족 리쑤족 와족 라후족 나시족 징퍼족 부랑족 아창족 푸미족 누족 더앙족 두룽족 지눠족 등이 있다. 운남성 안에 있는 25개 소수민족 중, 한족어를 사용하는 회족 외에 24개 소수민족은 모두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28종의 언어가 있다. 이 중 11개 민족이 22종의 민족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모계제 사회와 동파 문화로 유명한 나시족, 불교문화를 꽃 피우며 번영을 자랑하던 바이족, 소승불교와 남방 열대문화의 정수를 자랑하는 다이족, 노예제와 봉건제도의 모습을 볼 수 있던 이족, 원시사회 형태를 유지하던 두룽족과 와족 등... 민족마다 서로 다른 사회 발전 단계를 보이는 생활 모습을 통해 살아 있는 화석처럼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민족촌에 전시하고 있는 화려한 전통 복식
병철 형이 사진으로 담아온 화려하고 섬세한 천 그림. 리장과 바이샤 등 나시족 마을에서 흔히 보였던 미인도. 디자인은 물론 선과 색채의 배합, 어느 면에서도 훌륭한 예술성이 느껴진다.
민족촌 여행이 끝나고 서산 용문(西山龍門)으로 이동한다.
녹조가 짙게 느껴지는 쿤밍호(滇池)를 지나 서산공원 케이블카 탑승장. 편도 케이블카란 말에 몸 상태가 안 좋아 나는 아래서 쉬기로하는데, 수현 형 부부와 오 선생 부자도 포기한다.
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그냥 다녀올 걸 그랬나 싶다. 코끼리차로도 용문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허기도 지고 기력은 빠지고... 오 선생도 입 안이 헐고 상태가 안 좋은 모양.
그러구러 모두들 용문 구경 잘 하고 돌아오고, 시내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동현 씨가 쿤밍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의 젊은 여성들 돈 많은 남자면 물불 안 가린다. 쿤밍 시내 집 2천 만원이면 구입하는데, 장기간 융자에 이자가 없어 집값 1/5만 있으면 구입할 수 있다... 돈 맛에 든 중국 사람들과 사회주의의 미덕이 범벅된 나라...This is China! 중국 여행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병규 씨가 우리가 미리 주문했던 보이차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리장의 꿀을 선물로 준다.
훠궈(火鍋) 골목에서 '지송(鷄松)'이란 요리를 먹는다. 이름대로 닭과 송이로 국물맛을 내는 요리다.
우리와 함께 열심히 안내해준 병규 씨에게 우리가 대접해야 할 것을 병규 씨가 쏘는 요리!
진한 국물 맛이 입에 아주 잘 맞는다. 게다가 식중독으로 탈수가 심한 내겐 훌륭한 양생 회복식이 되었다. 콩나물과 두부피, 고구마면을 곁들인 것도 훌륭하다.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 모시고 싶어진다. 란창강 맥주와 백주를 곁들이며 운남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즐겁게 마친다.
새벽 2시 반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시내 관광팀과 발마사지팀으로 나눈다.
발 마사지값 50위안.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발마사지, 마사지사는 미안할 정도로 모든 힘을 다 쏟는다. 간지름 탈 때마다 말없이 순박하게 웃어주는 아가씨. 옆자리 오 선생을 안마하는 18살 소년도 온 정성을 다하며 생긋이 웃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12시 반쯤 공항에 도착, 병규 동현 씨와 이별.
그런데 푸동 근처의 폭풍으로 2시 반 출발 예정인 비행기 4시 반이 넘을 거란 말이 들린다. 화물 보딩과 체크인을 마치고 대합실 벤치에서 모두 기약 없는 잠이 들다. 우리 시각 5시40분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덜 깬 눈으로 탑승하는데, 동방항공 기체 위에 그믐달이 떴다.
한국인 탑승자들의 대부분은 골프객들이다. 딱딱하고 무표정한 한국인들, 시끄럽지만 다정해 보이는 중국인...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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