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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여행

운남 여행 (17) 중뎬(中甸), '마음 속의 해와 달' 샹그릴라 옛 마을

by 모산재 2014. 7. 6.

 

샹그릴라(香格里拉)는 티베트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1933년에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지명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평화롭고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로 묘사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인도와 파키스탄 내전 중에 인도 주재 영국 영사인 콘웨이는 세 명의 백인들과 함께 여객기에서 납치되어 티베트의 오지에 도착한다. 해발 8천 미터 가량의 험난한 산맥을 넘어서 그들이 이끌려 간 곳은 크고 장엄한 라마 사원. 마을은 푸른 달의 산’이라는 8,400미터의 카라칼라 산과 험준한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불가사의한 땅으로, 이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탈출하기가 어려우며 세월도 느리게 흐르는 불로장생의 땅이다. 이곳에서는 100살이 되어도 40대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일상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마을이다.

 

 

<잃어버린 지평선>은 티베트에서 전하고 있는 샴발라(香巴拉) 왕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힐튼은 식물학자인 조셉 록이 촬영한 동티베트 지방의 사진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멀리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현자들이 사는 성스러운 나라 샴발라가 있다. 연꽃과도 같은 국토 한가운데는 위대한 왕이 사는 도시가 찬란하게 빛나고 주민들은 평온하고도 깨끗한 나날을 보낸다. 도시에는 황금의 불탑이 줄지어 서 있고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다. 그 땅은 깨달음을 얻은 왕이 통치하며 주민들은 명상에 잠긴 생활 속에 '깨달음'을 얻는 것을 다시없는 행복이라 생각한다.

 

 

샴발라는 순화된 정신이 모여 있는 땅이며 현인들이 다스리는 이상향이다. '샴발라 전설'이 서구 사회에 알려진 것은 17세기라고 한다. 서양인 탐험가들이 샴발라를 찾으러 나섰지만 그 땅을 발견하지는 못했다.중뎬(中甸)이 과연 샴발라이고 샹그릴라일까...? 

 

 

 

야크바에서 점심을 먹은 뒤 '샹그릴라'로 불리는 중뎬 마을 순례에 나섰다.

 

우리의 면소재지 정도랄까,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고성은 쓰팡지에(四方街)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든지 쓰팡지에로 통하고 리장처럼 헷갈릴 만한 긴 골목도 없다.

 

 

 

 

 

 

 

한낮이라서 그럴까, 리장 고성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거나 흥청대는 분위기도 없어 평화롭게 느껴진다. 사흘 전 자녁 이 광장 가득 모여든 사람들이 장족의 춤을 함께 추었던 것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다.

 

리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곳의 건물도 대개 2층인데, 특이한 것은 지붕이 너와(나무 기와)로 덮혀 있는 점이다. 아마도 장족 건축의 독특한 한 양식인 듯하다.

 

 

 

 

 

 

 

중뎬은 중국 이름이고 샹그릴라는 중국 정부가 기획한 새 이름이다. 이곳 티베트인들은 이 마을을 두커쭝(獨克宗)이라 불렀다고 한다. 두커쫑은 티베트어로 '달빛의 성'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거리 간판에 종종 '獨克宗'이라 적혀 있는 것이 바로 중뎬의 티베트 이름인 것이다.

 

해발 3,280m 지점에 자리잡은 중뎬은 리장에서 티벳으로 가는 차마고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넓은 평야지대를 가진 고산분지로 물산이 넉넉한 곳이다. 산악지형이 전체 면적의 약 93%이며, 여름 평균 기온이 15℃ 정도인데 겨울은 영하의 기온으로 몹시 춥다고 한다. 티베트족이 절반에 가까운데, 한족이 30%에 육박하는 모양이다.

 

 

 

사방가 부근에 '아포노옥(阿布老屋)'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고가가 있어 들어가 본다.

 

 

 

 

 

이 집은 아부(阿布)라는 노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장족 부호의 목조 저택이다. 아부는 문화대혁명 당시 부르주아로 낙인찍혀 쫓겨나고 이 집은 당사로 쓰였다고 한다.

 

2층 구조로 된 주택은 주 생활 공간인 2층을 중심으로 지붕 밑에는 다락을 두었고, 아래층에는 부대시설을 두었다. 2층에는 난간이 있는 넓은 마루를 두고 각 방이 이어지도록 했르며 마루 왼쪽에 사당이 있다.

 

 

 

 

 

그리고 아래층에는 농기구나 양식을 보관하는 창고나 곳간, 가축을 기를 수 있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중뎬의 골목 곳곳에서 새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을 만난다. 

 

 

 

 

 

 

 

크지 않은 마을, 골목 곳곳에서 지붕이 무너지고 담장이 무너진 집들이 주변 고가들보다 더 굵고 튼튼한 목재로 더욱 화려하게 지은 고가로 당당히 복원(?)되고 있다.

 

그릴라로 공식적인 명칭이 변경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샹그릴라, 그에 걸맞는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어쩐지 예전의 마을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복원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을 가운데 있는 높은 언덕에는 구이산 공원(龜山公園)이 있는데, 그 꼭대기에는 초대형 마니차(법륜)가 서 있다. 이렇게 큰 마니차가 또 있을까.

 

 

 

 

 

 

 

경통 위쪽에는 문수 · 보현 · 관음 · 지장 등 사대보살을 아래쪽에는 불가팔보(佛家八寶)를 새긴 것이라 한다. 경통 안에는 경주무자진언(經咒 · 無字真言)124만 조와 여러 종의 불보 16톤을 넣어 두었단다.

 

 

 

사람들이 대형 마니차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지켜보다 마을을 내려다 본다. 지붕만 보이는 마을. 역시 지붕은 거의 대부분이 널판인 너와다.

 

 

 

 

 

 

구이산공원 오르는 길 옆에는 작은 사원 하나가 있다. 사람들이 거의 들르지 않는 절이다.

 

 

 

 

 

본당은 목조탑 형식을 가진 3층 전각. 중국식 건물 양식만 보면 티벳불교 사원이라기보다는 한인들을 위한 불교나사원이거나 도교사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3층 벽에는 '욱일융화(旭日融和)'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솟아 오르는 태양처럼 화목한 기운...

 

티베트불교 사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보니 정면에 타르촉이 만국기처럼 걸려 있지 않은가.

 

 

 

 

 

불상을 보고서야 티베트불교 사원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불상 앞에는 사진 하나가 걸려 있다. 누군가 하고 확인해 보니 달라이라마 14세. 중국 정부가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사진이다.

 

 

 

 

 

더친(德钦)의 비래사(飛來寺: 페이라이스)에도 달라이라마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이 사찰에도 걸려 있다. 티베트 불교의 수장인 달라이라마 사진을 이렇게 티베트 사원에 모시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도 괜히 놀랍게 다가온다. 달라이라마가 단순히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 아니라 티베트 독립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런데, 시진핑 중국 정부에 의해 1996년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던 달라이라마 사진은 2013년 6월부터 티베트 사원에서 공개적으로 걸 수 있고 종교적 숭배도 허용됐다고 한다. 2012년부터 60세 이상 티베트 승려들에게 매달 120위안을 연금으로 지급하고, 일상적 종교 활동을 허용한데 이어진 조치다.

 

 

 

작은 마을이라 그리 돌아볼 곳이 많지 않다.

 

그리고 중뎬 시내 거리. 관광 바람을 타고 이렇게 한족이 지배하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거리가 늘어나게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연 이곳 중뎬이 샹그릴라일까.

 

샹그릴라가 어딘지는 분명치 않다. 혹자는 티베트의 카일라스산 근처 다와쫑(달의 계곡)이나 구게왕국이 있던 차파랑을 샹그릴라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매리설산이 있는 더친이나 쓰촨성의 다오청을 꼽기도 한다. 그리고 네팔, 부탄, 파키스탄의 산간 오지 마을들이 샹그릴라를 자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발빠르게 샹그릴라 공정에 착수해 샹그릴라 탐사대를 조직하였고, 1997년 중뎬(中甸)이 샹그릴라라고 공식 발표하고  2001년 중뎬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전격적으로 개명함으로써 상표 등록을 선점해 버렸다. 그리고 2003년 유네스코는 중국의 샹그릴라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같은 이름의 책을 내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과학 문명에 환멸한 유럽인들 속에 나타난 동방 취향을 가리키는 이 말은 사이드에 의해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이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샹그릴라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샹그릴라는 탐험으로 발견되고 명명으로 실현되는 이상향이 아닐 것이다. 탐험과 명명에는 제국주의적 탐욕과 지배욕이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다. 샹그릴라는 '자신의 영혼'을 순화시키는 것, 자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방법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의 해와 달'로 존재할 뿐인 샹그릴라는 중국 정부에 의해 문화시장의 소비재로 변하고 있다. 그 결과 리장과 중뎬은 지나친 상업주의와 난개발로 욕망 배설의 공간으로 변질되며 고유한 전통문화와 함께 신비도 잃어가고 있다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2014년 1월 중뎬의 고건축물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분의 여행기를 읽다가 정말 마음을 끄는 구절을 발견한다.

 

 

옥룡설산 아래 옥호촌의 나시족 어느 노인이 말했다.

 

"샹그릴라를 밖에서 찾지 마라. 너의 마음 속 설산을 넘어, 풍요로운 계곡을 찾으면 그곳이 곧 샹그릴라이다. 샹그릴라는 네 마음 속에 숨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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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지평선> 줄거리

 

1930년대 초 인도의 바스쿨(현 파키스탄)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난다. 영국 영사 콘웨이와 부영사 멜린슨, 천주교 동방 전도사 브링클로(여), 미국인 바너드 등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현지를 탈출한다. 비행기는 티베트 젊은이에 의해 납치돼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인들이 사는 ‘푸른달의 계곡’이라는 거대한 협곡에 불시착한다. ‘푸른달의 계곡’은 주변을 둘러싼 설산(雪山)과는 달리 푸른 초원과 갖가지 꽃과 풀, 비옥한 토양, 무한대의 금광(金鑛)이 있는 ‘세외도원(世外桃園)’.

 

비행기를 조종한 젊은이는 불시착 직후 ‘샹그릴라’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둔다. 이들은 영어를 하는 장(張)이라는 한족(漢族) 노인에 의해 인근 라마사원으로 안내된다. 콘웨이는 이곳에서 ‘페로’라는 프랑스 국적의 천주교 수도사와 만주국 공주 ‘로센’을 만난다.

 

샹그릴라는 천주교 불교 도교 유교 등 각종 종교가 공존하며, 사람들간에 갈등과 분쟁이 없고, 중용(中庸)의 미덕을 숭상하며, 사람들이 장수하는 곳. 콘웨이는 80대 노인 페로가 실제는 300세가 가깝고 18세로 보이는 로센은 90세가 넘는다는 말을 듣는다.

 

납치된 3명 모두 샹그리라에서 자신들의 꿈을 발견하지만 멜린슨 만이 이곳을 벗어나려 한다. 콘웨이는 멜린슨의 간청에 못 이겨 멜린슨 및 그와 사랑에 빠진 로센과 함께 샹그릴라를 탈출한다. 로센은 현실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본래의 나이인 90세로 되돌아가 숨지고 만다. 뒤늦게 콘웨이는 잃어버린 낙원으로 되돌아가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