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21

고향에서 만난 자주감자꽃, 흰쥐꼬리망초, 실새삼, 미국실새삼, 혀버섯, 은이끼(?)

추석 전날 고향집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쯤. 바로 우물가에서 숫돌에 낫을 갈아 들고, 그리고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아버지 산소 벌초를 간다. 7월 하순에 조카가 한번 벌초를 하였건만 두 달이 지나니 또 풀들이 숲을 이루었다. 집 앞 개울가 우리 논에서는 작은어머니와 사촌동생이 쪼..

풀꽃나무 일기 2017.10.12

황매산의 물매화 이야기

물매화와의 첫 만남은 몽골 울란바타르의 휴양지 테를지의 초원에서입니다. 그 다음은 중국 윈난의 리지앙(여강)과 위룽셰산(옥룡설산)의 고산 초원에서입니다. 고원의 물기 있는 풀밭에서 긴 꽃대 끝에 단 한 송이만 피운 순백의 흰 꽃은 소녀의 해맑은 얼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저 이국의 꽃으로 생각했던 풀꽃이 이 땅에도 분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신비로운 고산 풀꽃을 처음으로 고향의 산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의 놀라움...! 그 꽃이 바로 물매화이고, 그것을 만난 곳이 황매산입니다. ↓ 황매산 물매화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로 볕 드는 산기슭의 습한 땅에서 자랍니다. 긴 꽃줄기 끝에 매화를 닮은 하얀 꽃을 한 송이씩 피우는 풀꽃입니다. 꽃잎 속에 보이는 암술과 수술이 정교하게 세공한 보석처럼..

넉넉한 어머니의 품, 아름다운 황매산의 가을

모산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매산은 두 팔로 감싸듯 넉넉한 품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황매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꼭 십 리, 그러니까 4km입니다. 능선길을 따라 사방으로 보이는 가깝고 먼 산들을 바라보는 것도 시원스럽고 온갖 풀꽃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납니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지에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이곳까지 단숨에 오른 후 눈부신 억새와 단풍 속으로 능선길을 걸었던 일들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 천황재와 허굴산, 악견산과 금성산의 울툴불퉁한 근골들을 바라보면 '정기'란 말의 뜻이 절로 실감됩니다. 이 모든 바위 산들을 하나로 품어주는 듯한 산이 바로 황매산인데, 황매산은 이곳 사람들의 심장 속에 펄떡이는 정신의 근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황매산 정기..

황매산 모산재, 황금들판과 기암절벽이 어울린 환상의 절경

아름다운 영암사지를 벅찬 감동으로 돌아보고 나서 모산재로 오릅니다. 새로 개척된 등산로는 절 입구의 길을 잠시 되나와야 하지만, 서금당지 뒤편으로 난 오솔길로 바로 접어듭니다. 예전에 갔던 길을 더듬어 간 것인데, 한참 오르니 길이 자꾸만 끊기고 사라집니다. 그냥 편안한 능선길로 갔어야 했나... 급경사를 이룬 골짜기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을 더듬어 오르니, 예전 흔들바위로 오르던 길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몇 번씩 길을 멈추고 땀을 씻으며 줄곧 골짜기를 거슬러오르며 마침내 모산재 암릉 위로 오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모두 탄성을 지릅니다. 모산재 바위절벽과 황금들판이 빚어내는 환상의 조화! 이렇게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과연 합천팔경의 하나로 손색..

소풍놀이터였던 영암사지 서금당지와 두 개의 귀부

영암사의 드넓은 금당터 바로 서쪽 숲속에는 또 하나의 절터가 있습니다. 숲속에 고운 금잔디가 깔린 이 아늑한 공간을 서금당터라 부릅니다. 중학교 시절 소풍을 오면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자유시간을 가진 뒤 전교생(이래야 300명 정도)이 모여 장기자랑을 했던 추억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철 없는 아이들은 절터 양쪽에 자리잡고 있는 돌거북을 타고 놀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금당은 남아 있는 주춧돌로 정면 3칸 측면 2칸임을 알 수 있고,금당을 오르는 돌계단이 동서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부처님을 바로 대할 수 없도록 비켜선 구조입니다. 이 금당 자리엔 어떤 부처님이 모셔졌는지 확인할 길 없지만, 주법당의 서쪽 자리인 걸로 봐서 아마도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지혜의 빛으로 장엄했던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시월의 첫날, 조카의 제안으로 영암사지에서 시작하여 모산재를 지나 황매산을 등반하기로 합니다. 중학교 시절, 소풍지 1호였던 영암사지... 늘 지나쳐가기만 했던 절터를 오늘은 제대로 한번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굴 복원 작업이 진행되어 온 것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감바우 마을 앞을 지나 구불구불 오솔길로 걸어오르노라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이제 영암사지에 도착했음을 알려 줍니다. 600년이라는 수령, 조선 왕조와 거의 같은 시기를 살아온 느티나무는 학창 시절 보았던 모습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왼쪽으로 서금당터가 오른쪽으로는 금당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람한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모산재는 서쪽으로 감바우(감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