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넉넉한 어머니의 품, 아름다운 황매산의 가을

모산재 2012. 11. 7. 15:10

 

모산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매산은 두 팔로 감싸듯 넉넉한 품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황매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꼭 십 리, 그러니까 4km입니다. 능선길을 따라 사방으로 보이는 가깝고 먼 산들을 바라보는 것도 시원스럽고 온갖 풀꽃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납니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지에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이곳까지 단숨에 오른 후 눈부신 억새와 단풍 속으로 능선길을 걸었던 일들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 천황재와 허굴산, 악견산과 금성산의 울툴불퉁한 근골들을 바라보면 '정기'란 말의 뜻이 절로 실감됩니다.

 

이 모든 바위 산들을 하나로 품어주는 듯한 산이 바로 황매산인데, 황매산은 이곳 사람들의 심장 속에 펄떡이는 정신의 근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황매산 정기 받아 우뚝 솟아서

긴 내력 자랑하는 도탄이로세

허굴산 높은 봉에 푸른 소나무

장할손 도탄 아이 기상이로다.

             -도탄초등학교 교가

 

태백산 정기가 주름을 잡아

황매의 기슭에 향기 드높다.

옥녀의 탄금소리 희망의 가락

무천과 문만이 우리의 자랑

                         -가회중학교 교가

 

아 아라리 푸르른 하늘을 이고

뫼 천 년 물 천 년에 터 잡은 이곳

서으로 황매산성

동으로 낙동

쓰고 남아 쌓도록 기름지구나.

             -합천군가              

 

이처럼 교가는 물론 합천군가에도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이는 황매산입니다.

 

 

 

 

 

 

그런데, 지금 황매산과 모산재는 가회면민과 합천군민만 아니라 전국의 등산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는 산이 되었습니다.

 

 

 

 

 

황매산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돌아본 모산재

 

 

 

 

 

서쪽 천황재 방향

 

 

 

 

 

 

그러나 어머니의 넉넉한 품이었던 황매산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온갖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던 황매평전은 포크레인에 의해 파헤쳐져 도시의 공원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온갖 생명들이 서식하던 고산평원은 오토캠핑장으로 변해 차량들이 차지해버렸고, 평원의 대부분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분할되었습니다. 

 

자생식물들을 밀어낸 자리에는 외지에서 온 조경수가 심어졌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입니다.

 

1000m나 되는 천연의 고산 평원에 저 가로수들은 무엇일까요? 자생식물이 자라던 땅을 밀어내고 또 무엇을 가꾸려고 하는 것일까요?

 

 

 

 

 

 

포크레인을 피한 곳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들이 바람에 춤추고 있습니다.

 

 

 

 

 

자주쓴풀과 쓴풀이 서식하던 곳도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곳까지 아스팔트와 가로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물매화와 선좁쌀풀 같은 희귀식물이 자생하던 곳이 오토캠핑장과 진입로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행여나 하고  사방을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다행히 물매화는 발견되었지만 선좁쌀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는 물매화를 정성스럽게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그러면서 자꾸만 선좁쌀풀이 어느 덤불 속에 자라지 않을까 자꾸만 두리번거립니다.

 

 

 

이 이름다운 생명들이 사라져버린 황매산, 상상하기조차 싫어집니다.

 

관광수입도 좋지만 21세기형 관광사업이 천혜의 자연을 밀어내는 후진국형 토목공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생태적 마인드를 가진 합천군청이 되기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