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황매산의 물매화 이야기

모산재 2012. 11. 8. 09:14

 

물매화와의 첫 만남은 몽골 울란바타르의 휴양지 테를지의 초원에서입니다. 그 다음은 중국 윈난의 리지앙(여강)과 위룽셰산(옥룡설산)의 고산 초원에서입니다. 고원의 물기 있는 풀밭에서 긴 꽃대 끝에 단 한 송이만 피운 순백의 흰 꽃은 소녀의 해맑은 얼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저 이국의 꽃으로 생각했던 풀꽃이 이 땅에도 분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신비로운 고산 풀꽃을 처음으로 고향의 산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의 놀라움...!

 

그 꽃이 바로 물매화이고, 그것을 만난 곳이 황매산입니다.

 

 

 

 

↓ 황매산

 

 

 

 

 

 

 

 

 

 

 

물매화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로 볕 드는 산기슭의 습한 땅에서 자랍니다. 

 

긴 꽃줄기 끝에 매화를 닮은 하얀 꽃을 한 송이씩 피우는 풀꽃입니다. 꽃잎 속에 보이는 암술과 수술이 정교하게 세공한 보석처럼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황매산의 물매화는 지금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요 근래 합천군에서 대대적으로 황매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물매화의 서식지가 오토캠핑장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의 주차장에 오토캠핑장까지 확장 설치되면서 희귀식물들의 서식지는 크게 잠식 당하고 말았습니다. 

 

추석 때 찾아보니, 2007년 처음으로 만났던 물매화의 서식지는 진입도로와 캠핑장 조성 공사로 무참히 뭉개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포크레인이 닿지 않은 곳에서 꽃들이 피고 있었지만, 사방이 훼손되어 있어 무사히 보존되기엔 몹시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당시 물매화와 어울려 무더기로 자라던 고산 풀꽃인 선좁쌀풀(앉은좁쌀풀)은 아예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07년 9월 흔했던 선좁쌀풀, 그러나 올해는 한 포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 다른 덤불과 풀섶에 살아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지만, 내가 아는 주요 서식지는 이미 파괴되어 버렸습니다.

 

황매산이 품고 있는 귀한 생명들을 포크레인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천박한 관광사업이 중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물매화 Parnassia palustris f. ussuriensis | Wideword Parnassia / 장미목 물매화과 물매화속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3∼4개가 뭉쳐나고 곧게 서며 높이가 10∼40cm이다. 뿌리잎은 뭉쳐나고 지름 1∼3cm의 원심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자루가 길다. 줄기에 달린 잎은 1개이고 잎자루가 없으며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싼다. 잔뿌리는 사방으로 뻗는다.

꽃은 7∼9월에 흰색으로 피고 꽃대 끝에 1개씩 하늘을 향해 달린다. 꽃대는 길이 7-45cm로서 털이 없고 능선이 다소 있으며 중앙부에는 1개의 잎, 끝에는 1개의 꽃이 달린다. 꽃의 지름은 2∼2.5cm이고, 꽃잎은 5개이고 길이 7∼10mm의 넓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며 수평으로 퍼진다. 수술은 5개이고, 헛수술은 5개이며 12∼22개로 갈라지고 끝이 황색을 띤 녹색의 작은 공 모양의 샘이 있다. 꽃받침잎은 5개로서 녹색이고 긴 타원형이다. 씨방은 위에 있고 암술대는 4개로 갈라진다. 삭과는 길이 10-12mm로서 넓은 달걀형이고 8월부터 익어 4조각으로 갈라져 많은 씨앗을 쏟아낸다.

 

 

 

 

※ 물매화의 계통 분류에 대하여  

 

흔히 범의귀과 또는 끈끈이귀개과에 포함시키나 자방이 3-4개의 방으로 구성되나 서로 완전히 통합된 합성심피이며, 암술대가 짧은 특징 등에 근거해 독립된 과로 인식하기도 한다. 2007년 발간된 한국속식물지에서는 물매화과로 분류하고 있다(Flora of Korea Editorial Committee, 2007).

그러나 최근 엽록체 알비시엘(rbcL) 유전자를 비롯해 분자계통학적 분석에 의하면 물매화는 노박덩굴과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Simmons et al. 2001). 꽃과 열매의 형태 형질에 있어서도 물매화와 노박덩굴과의 분류군들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가까운 유연관계임을 증명해 준다(Matthews and Endress, 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매화는 수술의 기부에 뚜렷한 꿀샘이 없고 씨앗에 부속체가 없는 특징 등에 있어서 노박덩굴과 내에서 뚜렷이 구분되는 분류군으로 독립된 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나머지 노박덩굴과를 정의하기 힘들기 때문에 속씨식물의 계통과 분류에서는 노박덩굴과에 포함시킨다(APG III, 2009).

꽃잎 열과 수술 열 사이에 발달하는 헛수술이 매우 특징적이다. 헛수술은 손가락처럼 생긴 10개의 대가 하나의 묶음으로 붙어 있고 이런 헛수술이 한 꽃당 5개 분포한다. 노박덩굴과 Brexia속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발견되는데, 꿀샘으로 발달하는 Brexia와 달리 물매화에서는 꿀이 분비되지 않는 헛꿀샘이다. 즉, 헛수술이 헛꿀샘인 것이다. 이 구조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되어 있지 않으나 꿀샘처럼 보이도록 하여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