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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25

늦가을 굴업도 (6) 아름다운 큰말해변 이렇게 아름다운 백사장을 본 적이 있었던가! 정오 무렵, 토끼섬을 돌아나올 때 늦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굴업도 바다 풍경은 숨이 막힐 지경... 그야말로 'beyond description'. 2010. 12. 17.
늦가을 굴업도 (5) 토끼섬의 절경, 거대한 해식와 세번째 찾은 굴업도에서 비로소 토끼섬(목섬) 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지는 그믐이나 보름 가까운 때라야 바닷길이 열리니 때를 맞춰 방문하기가 좀 어려운 일인가. 능선 오르는 것은 뒤로 미루고 해안을 돌며 해식절벽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바로 보이는 토끼섬의 북서쪽은 해식절벽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모습이다. 토끼섬의 동쪽으로 돌아들자 거대한 해식와의 장관이 펼쳐진다.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하여 작년 4월 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하였다. 위에서 보듯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지형을 해식와(海蝕窪, notch)라고 하는데,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길이 120m, 높이 5~10m 정도로 대규모로 발달.. 2010. 12. 17.
늦가을 굴업도 (4) 썰물에 드러난 큰말해수욕장 민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오전 일정은 토끼섬을 돌아보는 것으로 끝나니 여유롭다. 혹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던 날씨는 오히려 눈이 부실 정도로 화창해졌다. 숙소 주변 울타리에는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가 곱게 붉었다. 텃밭에는 하얀 부추꽃이 피었다. 오늘은.. 2010. 12. 16.
늦가을 굴업도 (3) 걷는 즐거움, 목기미 해변과 연평산 슬로시티라고 하여 청산도와 증도와 같은 섬이 있지만, 이들 섬이 진정한 위미에서 슬로시티라 할 수 있을까. 육지에서 차량을 가지고 가서 쌩쌩 달리며 관광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면 그건 무늬만 슬로시티일 뿐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슬로시티를 내세우지만 태조로나 기린로 같은 도로는 강박감을 줄 정도로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유도나 거문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 정도라면 진정 슬로시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는 차량의 편의성과 위험성, 그 어느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슬로시티는 명실상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굴업도야말로 최고의 슬로시티 자격을 가진 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동서남북으로 혹은 긴 머리를 내밀고 절벽 섬을 내밀어서 나고 드는 해안선이 어디 한군데도 밋밋한 곳이 없다. 머리.. 2010. 12. 16.
늦가을 굴업도 (2) 늦은 햇살 비치는 서쪽해안, 느다시 매바위 개머리 능선을 넘어서 굴업도의 서쪽 끝 해안으로 내려선다. 구름에 가리긴 했지만 바닷물결이 몸을 뒤틀며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반사하는 빛에 눈이 부신다. 덕물산이 있는 굴업도의 동쪽 끝을 동뿌리라 하고 매바위가 있는 서쪽 끝인 이곳을 '느다시뿌리'라 부른다. '느다시'란 '해가 늦게까지 지지 않는 곳'이란 뜻을 가진 말로 해를 늦도록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은 절벽이다. 절리가 진행된 바위 벼랑은 붉은 빛깔을 띠며 단풍처럼 아름답다. 절벽 바위틈에는 노란 산국과 연보랏빛 해국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우고 있다. 구름 사이로 은은히 배어 비치는 햇살을 배경으로 낭자들이 포즈를 잡았다. 벼랑에 핀 산국과 해국 절벽 위의 숲은 거의 관목상에 가까운 소사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이곳에.. 2010. 12. 15.
늦가을 굴업도 (1) 다시 찾은 굴업도, 당혹스런 개발 목소리 여행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굴업도만큼 아름다운 섬 없다고 하도 떠들어 댔더니, 굴업도 가자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굴업도 사랑이 지나쳐 이제 사람들이 나만 보면 굴업도를 말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함께 가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이나 함께 가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두번 다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12월 초엔 아침에 출발하였다가 풍랑으로 배가 뜨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다른 데로 가야했고, 지난 6월에는 배표 예약에 실패하는 바람에 못 가기도 하였다.(단체 예약에 실패했지만 표 하나를 겨우 구한 나는 혼자 다녀왔다.) 그런 반면에 지난 여름에 모 선배 부부는 굴업도에서 5일간이나 야영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10월 23일, 지난 6월에 예매 실패로 포기해야.. 2010. 12. 15.
돌뽕나무 암꽃과 수꽃, 잎과 수피 Morus cathayana 누에를 기를 때 쓰는 보통의 뽕나무와는 아주 다른 느낌을 주는 나무. 굴업도 큰말 뒷산 능선길 주변에서 군락으로 흔하게 만나는 뽕나무를 마을 주민들은 '개뽕나무'라고 부른다. 잎이나 줄기가 비슷한 찰피나무와 섞여 자라고 있어 찰피나무와도 혼동하게 만든다. 이 땅에 자생하는 뽕나무로는 국가표준목록상 기본종인 뽕나무를 비롯하여 산뽕나무, 돌뽕나무, 섬뽕나무, 몽고뽕나무, 꼬리뽕나무, 처진뽕나무, 꾸지뽕나무 등이 있고 가새뽕나무, 왕뽕나무 등의 변이종들이 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이 중에서 어떤 나무에 속하는 걸까. 톱니가 예리하게 뾰족하다는 몽고뽕나무는 아닌 듯하고, 잎에 윤채가 나고 톱니가 불규칙하며 꼬리가 기다란 섬뽕나무도 아닌 듯하고, 꼬리가 긴 산뽕나무나 꼬리뽕나무는 더구나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남.. 2010. 7. 15.
바다빛깔 닮은 꽃, 반디지치 Lithospermum zollingeri 반디지치는 5월이면 아름다운 푸른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서늘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높은산에서 피는 용담꽃이 하늘빛을 닮았다면, 따스한 봄바람 산들거리는 해안 언덕에서 피는 반디지치는 바다빛깔을 닮았다고나 할까. '자목초, 마비, 반디개지치, 억센털개지치, 깔깔이풀' 등의 딴이름으로도 불린다. 영명은 Zollinger Gromwell. 유감스럽게도 반디지치란 예쁜 이름은 일본명의 번역어라 한다. 반디지치의 일본명은 'ホタルカズラ'로 '반딧불(Firefly)을 뜻하는 'ホタル'와 덩굴을 뜻하는 'カズラ'가 결합한 말인데, 일본인들은 반디지치의 꽃에서 반딧불이를 연상했던 모양이다. ↓ 굴업도 높이 15∼25cm이며 원줄기에 퍼진 털이 있고 다른 부분에는 비스듬히 선 털이 있다. 꽃이 .. 2010. 7. 15.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a)의 천국, 굴업도 굴업도만큼 이팝나무가 흔한 섬이 있을까. 6월 초에 찾은 굴업도는 쌀밥처럼 풍성하고 눈부신 하얀 이팝나무 꽃들의 세상이다.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가늘고 긴 꽃잎이 바람에 파르르 나풀거리며 출렁이는 꽃덤불은 환상 그 자체다. 느다시뿌리로 오르는 개머리구릉에도, 큰말 뒤의 능선에도, 동뿌리의 덕물산 중턱에도 하얀 쌀밥 이팝꽃은 풍성히 피고 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보다 널리 알려진 설로 꽃송이가 하얀 쌀밥(이밥)처럼 풍성하게 피어서 이팝나무라 부른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절기상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워 '입하목'이라 부르던 것이 이팝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이팝나무의 종명 'Chionanthus'는 'Snow flowering(눈꽃)'을.. 2010. 7. 15.
'해안지형의 백미', 굴업도 토끼섬 해식와 천연기념물 지정 물때가 맞지 않아서 토끼섬으로 건너가는 것은 어렵더라도 토끼섬이 있는 해안에는 가보고 싶은 것다. 그런데 벌써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다. 1시 40분에 떠나는 배에 맞추어서 12시 반에 먹기로 한 점심이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일단 토끼섬 근처로 가보기로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으니 이번엔 꼭 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목기미해변을 지나 다시 서섬으로 들어서 마을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걷다가 고갯마루에서 왼쪽 산 능선으로 들어선다. 마음은 바쁜데 또다시 급한 봉우리를 넘어서 다시 바닷가로 내려갔다 돌아와야 하니 괜히 숨조차 가쁘고 힘겹다. 엉겅퀴 잎 위에 버드나무가지나방으로 보이는 나방이 한 마리 앉았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 목기미 부근의 풀밭에서 원없이 보았던 나방이.. 2010. 7. 12.
덕물산에서 바라보는 굴업도 전경, 빨간모래해변과 사구습지 다시 연평산과 덕물산으로 갈라지는 능선의 삼거리로 와서 덕물산 쪽으로 접어든다. 덕물산을 찾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인지 덕물산으로 접어드는 길은 흔적만 있을 뿐 희미하다. 구릉 너머로 굴업도 제3의 모래해안인 빨간모래해변이 보인다. 빨간모래해변은 덕물산과 연평산 사.. 2010. 7. 9.
연평산 정상 오르며 바라보는 굴업도의 장관, (굴업도 지형) 목기미해변 모래톱을 지나면서 굴업도 동섬은 두 갈래로 갈라져 각각 느리고 긴 구릉으로 이어지고 그 끝에 높은 묏봉우리로 솟아 오른다. 북쪽(왼쪽) 방향으로 솟은 연평산(128.4m)과 동쪽(오른쪽) 방향으로 솟은 덕물산(138.5m)은 굴업도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멋진 첫인상을 만들어 주는 굴업도의 상징과 같은 산이다. 연평산이나 덕물산으로 오르는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데, 백사장에 줄지어 서 있는 전봇대를 따라가면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등이 녹지를 이루고 있는 낮은 모래언덕 위에 폐허가 된 건물이 나타나고, 그 뒤 풀밭언덕에 난 한 사람의 발만 들여 놓을 수 있는 좁은 길을 찾아 능선으로 오르면 된다. 이정표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한적하고 외진 등산로이다. 능선 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 2010. 7. 9.
굴업도 목기미해변, 동섬과 서섬을 잇는 모래톱 아침 일찍 눈이 떠졌건만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자리에 누운 채로 게으름을 핀다. 날이 훤해졌지만 바쁠 일도 없거니와 아침상을 일곱 시에 차려 준다고 했으니 어딜 다녀오기도 어중간하지 않은가.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백사장으로 나가 바람을 쐰다. 물가에 서 있는 한 여인, 아침바다를 혼자 다 가지고 섰다. 아득한 수평선... 비짜루로 보기도 방울비짜루로 보기도 어중간한 길이의 꽃자루를 가진 독특한 형태의 아스파라거스속 식물이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만나 한참을 지켜본다. 갈래가 덜 진 꽃으로 보아 천문동은 아니고 덩굴성 줄기나 꽃색이 방울비짜루와 다르다. 그렇다고 저렇게 기다란 꽃자루를 가진 비짜루는 없지 않은가. (나중에 이것이 '망적천문동'이란 것을 알게 된다.) 갯방풍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그러고.. 2010. 7. 9.
굴업도의 이팝나무, 팽나무, 돌뽕나무, 소사나무, 소태나무, 찰피나무 2010. 06. 05.  굴업도  개머리에서 잠시 내리막길로 내려서다 다시 마을 뒤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길에는 관목상을 이룬 숲들이 이어진다. 바다쪽 급비탈에 들어선 숲은 대개가 소사나무인데 바람이 거센 탓인지 높게 자라지 못해 관목상을 이루고 있다.  꽃을 보기에는 애매한 계절인데, 녹음을 이룬 숲나무들 속에는 하얀 꽃들이 제법 귀치 않게 보인다. 이 계절 굴업도의 대표적인 꽃으로는 아마도 이팝나무와 보리수나무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가장 빛나는 꽃은 이팝나무다. 쌀밥처럼 수북한 하얀 꽃을 섬 곳곳에서 풍성하게 피우고 있다.   팥배나무도 다소 늦은 꽃을 피우고 있다.   노린재나무도 꽃을 피웠는데, 노린재나무인지 검노린재나무인지 아니면 섬노린재나무인지 모르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열매를 .. 2010. 7. 7.
굴업도 개머리 구릉의 초원, 바다 위 그림 같은 섬들 큰말해수욕장의 서쪽 모래언덕 곁을 지나 개머리 구릉으로 오른다. 굴업도의 동쪽 구릉인 개머리구릉은 거의 초지여서 여느 섬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수의 알흔섬 끝 사보이의 초원 능선길을 걷는 듯푸른 바다 위로 펼쳐진 초원의 길은 아스라한 환상적인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개머리 구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섬 아래쪽을 두르고 있는 숲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굴업도의 숲속에는 큰천남성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독이 있는 풀이라 방목되고 있는 염소와 꽃사슴도 건드리지 않으니 지천이다. 이 섬에는 큰천남성 외에도 두루미천남성도 지천이다. 육지의 깊은산 숲속에서 자라는 가녀린 녹색의 두루미천남성과는 달리 이곳의 두루미천남성은 분백색이 돌고 통통.. 2010. 7. 6.